극 T형 4인 가족의 에피소드 하나.
나랑 키가 비슷한 중2 딸이 있다. 아침에 옆을 지나가는데, 오늘따라 키가 부쩍 커 보여서 깜짝 놀랐다. 방학 때 실컷 자더니 쑥~ 콩나물처럼 키가 큰 느낌이었다.
내가 호들갑을 떨며 거울 앞으로 딸을 불러 세웠다. "와~~~ 딸아. 갑자기 키가 왜 이렇게 커 보이지? 엄마랑 키좀 재보자. 이리 와봐"했다. 소파에 앉아 이 모습을 지켜보던 고1 아들이 농담조로 "에이~ 도토리 키재기". 한다.
순간 야단칠 타이밍을 놓쳐 황당해하는데, 중 2 딸이 오빠에게 바로 한마디 날린다. 남편과 나는 동시에 눈을 쳐다보며 떼굴떼굴 굴렀다. 물론 아들도 포복절도한다. 중학생 딸이 건넨 한마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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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중학생일 때만 해도 반에서 키가 가장 작았다. 아들은 성장주사 덕에 키가 쑥쑥 컸다. 1년에 13cm씩 꾸준히 컸으니, 지금은 큰 키에 속하고 본인도 매우 만족해한다.
키가 큰 뒤로는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졌고, 모든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느낌이다. 세상 살며 키가 작아 못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아들은 본인이 가진 유전 키보다 조금 더 크고 싶어 했기에 치료를 했다. 이번 주에 고등 입학하며 기숙사에 들어가기에 매일밤 9시 30분에 맞던 성장주사를 종료한다.
남편이 5주마다 소아과에서 주사약을 받아올 때마다 약값이 비싸다고 내게 하소연했었다. 첫 상담 때 의사가 맞벌이 부부인 우리의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을 정도로 부담되는 금액이었다. 남편과 나는 그 과정을 대처해 왔기에 "무릎 아래로는 다 돈이다"라는 딸의 한마디에 동시에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자다가 깨서 그 에피소드가 생각나 미소 짓다가 한눈만 겨우 뜨고 핸드폰으로 문자화한다.
맞다. 내가 봐도 아들의 무릎 아래로는 다 돈이다. 이번 주에 성장치료를 끝내서 다행이다. 그런데 다음 주부터 치아교정을 시작한다. 어깨 위로도 돈이구나. 아주 사랑스러운 돈덩어리다.
어쩔 수 없다. 아직까지는 애들이 세상의 전부고, 부부의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