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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맞아 고추 수확실패

by 자급자족

퇴근하고 텃밭에 갔다. 일이 바빠 2~3주 만인 것 같다. 서리 내리기 전 고추를 수확해야 하는데 한발 늦었다. 어제 서리가 내려버렸다. 하루차이로 싱싱했던 고추가 얼다. 배추는 얼어도 먹을 수 있지만, 고추는 한번 얼면 못먹는다.


고추나무 앞에 서있었더니 옆 텃밭 아주머니께서 한마디 하신다. "아까워도 어쩔 수 없지. 실패하면서 사를 배우는 거지." 진짜 애정하던 고추 작물이었는데 아쉽다.


서리맞아 얼어버린 고추
서리 맞기전 고추

아주머니께서 무 한뿌리를 뽑으시더니, 집에 가져가라고 하셨다. 괜찮다고 했는데 비닐봉지에 담아주신다. 루꼴라와 시금치 중에서 크고 좋은 것만 골라서 아 드렸다. 루꼴라는 처음 본다며 저녁에 샐러드로 만들어드신단다. 봄에 잎우엉 씨가 많아 아주머니께 심어보시겠냐고 제안했었다. 그것이 첫 대화다.

시금치
루꼴라

아주머니께서 내년에도 텃밭을 이어 경작할 거냐고 물으신다. 한 달에 한번 텃밭에 오니, 내년에는 텃밭경작을 안 할 거라 생각하셨나 보다.


"텃밭 농사를 처음 해보는 거라 잘 못하지만, 텃밭이 제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라요. 노동이라기보다는 어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일이기도 해요."라고 답했다.


아욱, 루꼴라, 시금치, 당근, 대파, 잎우엉, 부추는 잘 자라고 있었다.

아욱
잎우엉
대파

오늘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은 당근, 대파, 시금치, 잎우엉, 부추, 아욱, 루꼴라, 무 한뿌리이다. 깨끗하게 손질해서 야채칸에 넣어두었다.

텃밭에서 장보기
무, 당근, 대파
잎우엉
부추
아욱
루꼴라
시금치


10월에 담아놓은 고추절임을 꺼내보았다. 냉장고 깊숙이 넣어뒀는데 처음 꺼내보는 거다. 생애 첫 고추 절임이다. 내가 노력한 건 없다. 그저 시판 장아찌 간장 소스와 초절임 소스를 2:1로 섞어 생고추에 부어놨다. 결과는 곰팡이 낀 것도 없고 꽤 맛있게 익어있다. 늦여름에 튀김 가루를 뿌려 고추부각도 만들어놓길 잘한 것 같다.


오늘 서리 맞은 고추로 아쉬웠지만, 어떻게 해야 작물을 적기에 수확하고, 저장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고추 장아찌
고추 장아찌
고추장아찌
쪄서 튀김가루 부어서 말린 고추부각

[오늘 새롭게 습득한 것]


1. 고추 수확은 10월 말일까지.

2. 고추저장은 간장절임, 부각, 냉동보관

3. 아욱은 일찍 심기.

4. 시금치 파종은 흩뿌리기보다는 두알씩 간격 맞춰 심기.

5. 파종 전 땅을 촉촉하게 만든 후 파종

6. 대파는 한 구멍에 한뿌리씩 나눠 심기.

7. 공심채보다는 루꼴라

8. 당근은 따뜻할 때 심고 촉촉한 상태에서 한 구멍에 2개씩 뿌리기. 초기 발아과정 수시관찰고 재파종하기

9. 루꼴라는 봄~가을까지 따뜻할 때 파종하고 격주 시간차를 두어 나눠 뿌리기. 장기간 지속적으로 수확하기. 흩뿌리지 말고 구멍 1개에 2알씩 넣기.

10. 가지 말리기.

11. 배추, 무 심기

12. 유럽 이탈리아 샐러드 포함 외국 작물 연구하고 도전하기(병충해에 강고 맛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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