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급자족 Dec 09. 2024

광장시장 고기완자

아침에 일어났더니 식탁 위에 양파간장 종지가 놓여있다. 오늘의 메인메뉴는 양파인가 싶었다. 인덕션 위에도 빈 프라이팬만 있을 뿐이었다. 출근중일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양파에 무엇을 곁들여야 하는지 물었다.

베란다 오븐에 광장시장 고기완자를 구워놓았으니, 애들과 1개씩 먹고 출근하란다. 어제 시댁에 싸주신 김장김치 양념에 먹으라고 덧붙인다. 막걸리 한잔 걸칠만한 아침 메뉴다.

광장시장에서 플라스틱 녹인 기름에 빈대떡을 굽는 걸 보고 놀란적이 있다. 광장시장을 가는 대신 마트에서 사놓았나 보다. 분리수거함을 뒤져보니 시판용 광장시장 희네 고기완자 빈대떡이었다.

남편은 평소 7시에 출근하는데 오늘은 10분 일찍 나섰다. 공모교장 면접준비를 해야 한다는데 1차 심층면접시험이 이번주 수요일에 있다고 한다. 10명 중 3위 안에 합격하면 토요일에 교육청 최종 면접시험을 치른다고 한다. 면접대상자는 장학사 출신 4명, 교감출신 3명, 교사출신 3명이다. 학부모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의 심층 면접이 부담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전혀 부담되지 않는단다. 이번에 도전했다 실패하면 경험을 발판 삼아 다음번 교장 공모에 응시하면 된단다. 모든 서류과정을 준비했으니 더 수월할 거라고 덧붙인다.


나는 쟁쟁한 10명과 면접시험을 치르는 도전은 절대 안 할 듯하다. 어려운 일을 쉽게 생각하고 도전하는 남편이 대단하다 생각한다.


1인 1 고기 완자를 다 먹기에는 부담스러워 일부는 직장 도시락반찬으로 싸가야겠다. 남편이 머리맡에 내 옷을 정리해 둔 게 보인다. 어제 드라마를 보며 빨래를 개어 정리해 둔 것 같다. 남편은 전생에 내 엄마였음이 틀림없다. 한결같이 친절한걸 보니 최소 '집 나갔다 돌아온 엄마'였을 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