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스터디카페로 퇴근해서 공부 중이었다. 집에 있던 중학생 아들로부터 SOS 카톡이 왔다. 내일 시험이니 밤을 같이 새달라는 거다.
아들에게 조언했다.낮동안 INPUT 했던 지식이 머릿속에서 자기 자리 찾아가 잘 OUTPUT 되려면 잠을 푹 자야 된다고.
돌아온 아들의 대답은 INPUT 한 게 없어서 자기 자리 찾아갈 지식이 없단다.>@@<
아들다운 답변이다.
결국 아들의 SOS로 평소보다 빠르게 10시에 귀가했다. 아들은 기술가정과 도덕, 국어 과목을 공부 중이다. 나는 내 공부를 하는 중이다.
"시험 잘 보면 뭐 사줄게"라고 부모가 조건을 다는 걸 싫어한다. 인생에서 한 번도 조건을 달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아이 옆에서 공부를 봐줄 수가 없다. 그렇게도 싫어하던 조건을 아들에게 걸고 말았다.
7과목 중 4과목을 100점 받고 전체 평균 95점이 넘으면 예전부터 갖고 싶어 했던 데스크탑 컴퓨터를 커브형 모니터까지 세트로 사주겠다고 해버렸다. 2주 전부터 아들은 눈에 불을 켜고 공부 중이다. 3년 전부터 갖고 싶어 했던 데스크탑이니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나 같으면 공부 안 하고 데스크탑 포기한다.
아들을 악의 구덩이로 빠뜨리는 딜이어도 상관없다. 바쁜 기간에 아들의 영혼이라도 잡아두어 공부시키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