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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급자족 Dec 13. 2024

문서 수발실

잠이 안 와서

대학을 갓 졸업하고 신입직원 시절의 일이다. 직장 상사분께서 근처 공공 기관에 다녀오라고 시키셨다. 해당 기관에서 '문서수발실'을 찾아 우물을 수거해오라는 거였다.


태어나서 '문서 수발실'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문서만 수거해서 가져오시는 분이 계신데 그날만은 나한테 다녀오라고 다.


해당 공공 기관은 도보 10분 거리에 있었다. 나의 출퇴근 애마 '삼천리 자전거'를 타고 갔다. 쌩쌩 달려 기관에 도착했지만 너무 전력질주 한 나머지 '문서수발실'이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게다가 안면은 홍조였고 얼굴은 땀에 범벅이었으며, 머리카락이 뺨에 붙어 잘 떼어지지 않았다.


가장 넓어 보이는 사무실로 들어가..(헉헉대며)  "저.. 저기요? 문서 (시)발실 어디 있습니까?" 다들 바쁘게 일한 나머지 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더 우렁찬 목소리로 또박또박- "저기요??? 문서 (씨.) 발. 실 어디 있습니꽈??" 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동공지진 상태에서 자라목을 하고 쳐다봤다. 나와 부서장실을 번갈아 쳐다봤다. 얼굴에 홍조 띤 민원인으로 알았나 보다. 어떤 총각에게 문서수발실을 안내받고 우편물을 수거해 오는 심부름 마쳤다.


이후 어느 누구도 나에게 문서수발실 심부름은 시키지 않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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