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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대표 Aug 29. 2019

국내 최고 방송국 무대감독 공채에 합격한 지방대학생

잘못된 믿음 

- 멘붕

- 유리멘탈

- 팩폭

흔히 듣는 신조어다. 나는 이 단어들을 볼 때마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조직원들을 포함해서, 부모가 강한 마음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과 최고 수준의 학교에서는 원하는 모든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자녀가 최고의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부모님들을 많이 만난다. 그런 곳에서 학업을 정진한 아이들이 세계를 이끌어간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도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에서는 최고의 학생들을 만드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생각지 못한 치명적인 오류도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607242256005


"열정이 사라지고 진로가 고민된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이렇게 좋은 가정은 없을거야. 엄마, 아버지, 동생 사랑한다." 


2012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카이스트 재학생의 유서 내용 일부다. 광주과학고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 입학한 뒤 학업을 이어가던 이 대학생은 공부에 대해 열정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이 그의 열정을 사라지게 만들었을까? 극단적인 경우지만,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상위권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도 그런 심리적 갈등을 느낄 수 있다.

21세기를 정의하는 작가로 평가받는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다윗과 골리앗>에서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엘리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속했을 때 느끼는 박탈감보다 훨씬 더 크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흥미진진한 배움의 과정, 공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에 입학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무척 강하다. 지는 것을 싫어하며, 자존심과 자만감이 뒤섞인 묘한 감정을 갖고 평생을 산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해봤을 때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을 훨씬 더 크게 느낀다.

지적 탐구의 갈망을 토대로 형성된 탁월한 감각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은 그에 걸맞는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대학이든, 직장이든, 어디에서든 우수하길 원한다. 실제로 그런 사람을 살았다. 하지만 현실이 이상을 뒷받침해주지 못할 때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은 엄청난 절망감을 안겨준다. 결과적으로 무척 위험한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된다. 


당신이 옳다. 그러나 틀릴 때는 더 많다.

서점에 가면 당대의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가 진열되어 있다. 아래처럼.



따뜻하게 나를 보듬어주는 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글은 누구나 좋아한다. 어둡고 침침한 세상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주는 따뜻한 글을, 사람들은 원한다. 그러나 따뜻한 글 자체가 영원한 온기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 마음을 강하게 하지 않는 이상, 언제까지나 "당신이 옳다!" 하며 옹호해주는 책만 찾기 마련이다. 그런 책은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만들어주지도, 지혜롭게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당대의 잘 팔리는 책일 뿐이다. "나는 상처받고 싶지 않으니까 상처주지 마세요. 당신이나 상처 받으세요."하는 식의 글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마음이 약한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다. 


많은 사람들이 평등을 주장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평등을 주장하면서, 왜 더 좋은 학교에 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하는가? 남보다 더 잘 살고 싶기 때문이다. 남보다 더 잘 살고 싶고, 더 행복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않는 현실에서 오는 중압감, 실망감, 두려움. 그런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쉽고 편안한 책을 찾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하다. 

강한 마음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많은 어려움과 고난을 거친 사람만이 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나는 평생 안동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강한 마음을 가질 겨를이 없었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았다. 작은 일에 마음이 상해서 기분 나빠하고, 속상해했다. 그러다가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어리석은 사람인지 발견하게 되면서 그런 마음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잘 아는 지인이 있다. 현재 국내 모 합창단에서 무대감독으로 재직중인 그는 대학 졸업반일 때 국내 최고 방송사 무대감독 공채에 지원했다. 4명을 뽑는 자리에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했고, 그 중에서도 그는 가장 수준이 낮은 학위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최종 4명을 뽑는 자리에서 당당히 합격했다.

20개국이 넘는 국가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4,000명이 넘는 대학생들을 위해 진행하는 행사 무대를 제작하고 공연하는 자리에서 활동한 경력만 보더라도, 그에게는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집단들이 가지지 못한 탁월한 세계를 갖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력서에 기재된 사항에 불과했다. 그에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마음이 있었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강한 마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된 환경 속에서 그는 20대의 대부분을 보냈고, 강한 마음에 지혜를 담는 훈련을 해나갔다. 그렇게 쌓아올린 성숙한 지혜의 시간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고, 탁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면접에서 드러날 수 있었다. 

3시간에 걸친 면접 자리에서도 그의 지혜는 무척 빛났던 것 같다. 국내 최고의 언론기관에서 평생을 근무한 베테랑 부장들은 '뛰어난 능력과 약한 마음을 가진 공채지원자'들이 작은 어려움과 문제들 앞에 얼마나 쉽게 굴복하고 퇴사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지방대학 출신자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가 있었다. 상위 1%를 만드는 길은 명성 있는 대학 졸업장이 아니라 강한 마음으로 말미암은 지혜에 있었다.


번지수를 다시 짚어라

상위 1%를 지향하는 학부모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있다. 모두 좋은 대학을 지향한다. 아들과 딸의 성공을 기원하는 부모님들은 조금 더 빠른 선행교육을 원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큰 물고기-작은 연못' 이론을 개척한 심리학자 허버트 마시(Herbert Marsh)는 이야기한다.


"엘리트 학교 입학이 자아 관념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보고 싶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겁니다. 그런 경우라면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를 평가해야겠죠."

-다윗과 골리앗 103p, 말콤 글래드웰, 21세기북스 


세상은 지혜로운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모두 한계를 뛰어넘는 부담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좋은 대학은 좋다. 수준 높은 교육기관도 좋다. 하지만 강한 마음은 더 중요하다. 한계를 뛰어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척 강하고 지혜롭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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