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집과 같다.
아빠와 소연이가 없는 집처럼 느껴졌다. 딱히 가고 싶지도, 놀거리도 없는 집. 집은 민재에게 숨을 쉴 수 있고 잠을 잘 수 있음을 각인시켜주는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마 아빠도 그럴 거다. 엄마와 다툴 때면 늘 하던 소리가 “이놈의 집구석!”이었으니까.
교실은 작년과 다를 바 없었다. 반 친구들만 달라졌을 뿐, 모든 게 똑같았다. 책상도, 걸상도 칠판도. 수진이가 없다면 어땠을까, 민재는 슬쩍 수진이를 쳐다봤다. 수진이는 짝이 된 여자애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작년에 3반에 있던 애 같은데, 이름이 뭐더라? 미영이? 민영이? 에이, 모르겠다. 이름이야 뭐, 지내다 보면 알게 되겠지.
드르륵.
문이 열렸다.
남자 선생님이었다.
예쁜 여자선생님이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듦과 동시에 민재는 웬지 모를 안도감이 마음을 에워싸는 것을 느꼈다. 김효숙 선생님처럼 깐깐하고 무서운 선생님이 담임으로 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민재는 가만히 앉아서 새로 오신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아이들의 얼굴을 둘러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듯한, 살짝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었다. 민재는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아이들의 얼굴을 둘러보던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자, 선생님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재를 빤히 쳐다보던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야, 너!”
“네?”
“너 이름 뭐야?”
“김민재요.”
“앞으로 나와봐.”
조용하던 교실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아이들 모두 긴장한 듯 보였다. 책상에 이름을 쓰고 있었다는 이유로 김효숙 선생님에게 출석부로 머리를 열 대나 맞았다는 찬욱이 생각이 났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혹시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었던 것을 보신 걸까? 선생님이 우스워서 그런 건 아니었는데, 기분이 나쁘셨던 걸까? 아니면 무슨 실수라도 했던 걸까? 앞으로 걸어나가는 동안 온갖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민재의 눈높이까지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민재의 눈을 쳐다보며 심각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난 있잖아. 살면서 너처럼 잘생긴 아이를 본 적이 없어. 넌 오늘부터 이름을 좀 바꿔야겠다.”
“이름이요? 어떻게요?”
“잘생김민재.”
순간 쥐죽은 듯 조용하던 교실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책상을 치며 웃는 아이, 까르르 숨이 넘어갈 듯 웃어대는 아이, 그런 분위기가 어색한지 어색한 웃음을 짓는 아이. 선생님은 이윽고 민재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자, 오늘부터 이 친구 이름은 잘생김민재다. 자 따라해봐, 잘생김민재.”
“잘생김민재!”
“그렇지. 이제 이 친구는 잘생김민재야. 절대 앞에 잘생김을 빼놓고 부르면 안돼. 알겠지?”
“네!”
약속이라도 한 듯, 아이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수업종이 마칠 때까지, 선생님은 아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새로운 이름을 불러주었다. 최고이쁜예슬, 공부잘하는석준, 슈퍼모델수지…새로운 이름이 지어진 아이들은 쑥쓰러운 듯, 그러나 싫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의 이름을 외웠다. 작은 입술로 자신의 이름을 외우는 아이들의 미소가 따뜻한 공기를 만들었다. 어느덧 아이들의 이름에 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