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선생님

6장. 딱지치기(초안)

by 전대표

"야, 김민재 반칙쓰지 마라! 니 왜 머리 위에서 딱지 치기 하는데! 그건 반칙이지!"

"알겠어. 이번에는 제대로 할게."


그래도 내가 이길거니까, 하고 민재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딱지를 치건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볼멘소리로 거드는 녀석들의 요구대로 했다가 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예상대로였다. 힘껏 딱지를 쳤을 때 2장밖에 넘어가지 않았던 딱지를, 한 번에 4장이나 넘겨버렸다. 와 쩐다, 탄식과 감탄이 뒤섞인 소리가 들려왔다.


민재는 딱지치기에 있어서만큼은 지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든 이길 자신이 있었다.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가 땅을 향해 딱지를 내려꽂는 민재의 딱지치기 기술은 이렇다 할 대단한 기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딱지들을 뒤집어버렸다. 민재와 딱지치기를 했던 녀석들은 하나같이 민재의 강력한 딱지치기 기술에 나뒹굴었다. 개중에는 연달아 딱지를 잃어서 배알이 틀린 녀석들의 볼멘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반칙이란 것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딱지치기에 반칙 따위가 존재할 리 없지 않은가? 이기면 따고, 지면 잃는 게임일 뿐이었다. 하지만 민재는 침착했다. 딱지치기에서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친구들이랑 싸우지 않고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이라고 이야기한 할머니의 말씀을, 민재는 기억하고 있었다.


"딱지 그거 하나 잃으면 사면 되지 뭘. 잃어도 된다. 내가 사줄고마. 친구는 한 번 잃으면 아예 가삔다. 져주라마."


솔직히 할머니가 이야기해주신 말씀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민재는 아직 어린아이였고, 친구를 잃는다는 것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친구는 항상 옆에 있는 거라고 알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지만, 언제나 할머니의 말은 틀리지 않았으니까 그런가 하고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렇게 민재가 딱지치기의 세계에서 줄곧 1등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을 때, 황금딱지가 등장한 것이었다.


황금딱지라고 해서 대단한 무엇인가가 있는 건 아니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의 딱지들과는 달리 황금빛으로 칠해져있는, 초등학교 앞 허름한 문구사에서만 판매하는 싸구려 딱지에 불과했다. 아이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싸구려 상술이라는 것이 대개 그런 식이다. 그런데 그 황금딱지가 아이들로 하여금 승리에 도취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모양이었다. 황금딱지를 갖고 있노라면 알게 모르게 아이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그러다 보니 대다수의 딱지들이 황금딱지의 패대기질 앞에 맥없이 휙 배를 뒤집어까는 것이었다. 딱지치기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민재도, 옆반 병찬이 녀석이 갖고 온 황금딱지와의 접전에서 맥없이 예닐곱 장의 딱지를 잃고 말았다. 똑같은 모양새를 가진 대왕딱지도, 황금딱지 앞에서는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혀를 낼름거리며 놀리던 병찬이 녀석이 장맛비로 불어난 하수구에 황금딱지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영영히 잃어버리기 전까지, 민재는 2인자 자리를 병찬이 녀석에게 내어줄 수 밖에 없었다.


그 황금빛 찬란한 대왕딱지를, 오늘 드디어 사러 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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