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엄마를 때린 다음 날이면 민재의 주머니는 든든했다. 아빠가 용돈을 듬뿍 주셨기 때문이다. 어떤 날에는 용돈으로 만원을 주신 적도 있다. 민재가 딱지를 많이 모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아빠가 하신 말씀이 있었다.
“아들, 아빠가 미안하다. 오늘은 아빠가 통닭 사서 일찍 들어올게.”
그렇게 이야기하며 민재와 소연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빠의 얼굴은 너무나 슬퍼 보였다. 민재는 차마 아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저 아빠가 주신 용돈 만원을 만지작거리며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빠가 엄마와 심하게 다툰 것, 엄마를 때리는 아빠의 모습을 본 것, 그것이 민재의 마음에 적잖은 상처를 남기긴 했다. 하지만 왜 아빠가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지, 민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고 말하기 전에 미안한 행동을 안하면 되는데...'
어른들의 대화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라고, 민재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은 어떤 딱지를 사야 할 지 머릿속으로 가만히 헤아려보기 시작했다.
찬혁이도 새 딱지를 가지고 왔다. 황금빛 소장판 대왕딱지였다. 민재도 전부터 갖고 싶었으나 엄두도 내지 못하던 딱지를, 오늘 찬혁이 녀석이 갖고 온 것이었다.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자마자 아이들이 찬혁이 곁으로 몰려들었다.
“와! 황금딱지다!”
“저거 한정판이래. 10개 밖에 안판대.”
“진짜 좋겠다. 누가 사준거야?”
“어제 아빠가 사주셨어. 앞으로 수학공부 열심히 하고 태권도 안빠지기로 약속하고 사주신거야.”
찬혁이가 들고 온 소장판 대왕딱지는 쉽사리 구매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10개밖에 판매되지 않는 상품이었고, 어쩌면 이미 다 팔려나가고 없을지도 몰랐다.
‘점심시간에 나가서 사와야겠다. 제발 있었으면!’
민재는 벌써부터 점심시간이 기다려졌다. 꼬르륵거리던 배가 더 고파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