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멋진 카페가 있다. 이름은 다비드 북카페.
분위기 좋은 조명, 잔잔한 음악, 그리고 상당히, 그야말로 상당히 친절한 아르바이트생들 덕분에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4,5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하루 종일 앉아서 글을 써도 좋다. 한쪽 전체 벽면에 책이 꽂혀 있고, 고급스러운 미팅룸도 있다. 간판만 봐서는 손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곳인데, 안으로 들어와보면 지극히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푹 잠겨서 글을 쓰게 된다. 고즈넉한 분위기 덕분에 손님들도 많다.
아내는 상당히 밝은 성격을 갖고 있다. 누구를 만나든지 친하게 지낸다. 반면에 나는 밝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을 상당히 가려서 사귄다.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과 같은 정신적인 연약함은 없지만, 성격자체가 활발하거나 밝은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친해지기 전까지는 무뚝뚝한 편이고, 친해지면 말이 많아지는 편이다. 그래서 초면에 무섭다고 하다가 대화 몇 마디 나눠보면서 "첫인상이랑 많이 다르시네요."하는 이야기를 주로 듣는 편이다. 아내가 내게 “오빠는 타인민감성이 상당히 낮은 편이야.”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가식적으로 대화하는 것을 싫어한다. 친해지기 전까지 무뚝뚝한 펴편이라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별로 상처 받지 않는다. 뒷담화를 싫어하고, 뒷담화하는 사람과도 거리를 둔다. 그래서였을까. 내 주변엔 사람이 별로 없다. 반면에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당히 친절한, 겸손한, 함부로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작가라는 직업과 상당히 잘 맞는 성격이다. 사람을 가려서 사귀다 보니 진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과하게 활발하거나 말이 많은 사람은 거리를 둔다. 그래서 나의 일상은 대부분 조용하다. 그렇다보니 글을 쓰는 데에도 이런 성격, 이런 인간관계가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느낀다.
부정적인 사람들은 뒷담화를 잘 한다. 상대방이 가진 단점을 쉽게 이야기하고, 장점은 별로 거론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정신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작가에게 부정적인 시각, 부정적인 태도는 위험하다. 담백해야 할 글이 복잡해지고, 탁해진다. 글이 써지지 않는 날은 대부분 부정적인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거나, 부정적인 분위기,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날이다. 글을 쓰면서, 부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태도가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분위기 좋은 카페가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색소음white noise라는 단어가 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데,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잡음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소리들 대부분이 백색소음이라는 단어 안에 속해진 집합체라고 볼 수 있겠다. 파도소리, 새소리, 풀벌레소리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의 대화소리, 웃음소리, 시끌시끌 떠드는 소리 등등. 그런 소리를 듣고 느낌으로서 우리는 살아있음을 깨닫고, 일상이라는 세상에 속해 있음을 느낀다.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주변사람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인간적인 교류가 아니더라도, 활기찬 사람들의 대화, 웃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 분위기 좋은 카페가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뜻한 분위기의 조명, 사람들의 대화 소리, 편안한 사람들과 대화하며 나누는 마음의 속삭임들이 영혼을 밝게 하고, 마음에 즐거움을 채우기 때문이다.
지금은 울산 시내에 있는 유동커피라는 곳에 있다. 네이버 평점 4.47점으로, 방문자리뷰가 897개에 달하는 곳이다. 가을비가 내리는 저녁,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서 소설을 쓰고 있노라니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따뜻함이 마음을 채우는 것을 느낀다. 어쩌면 나는, 가장 이런 순간을 삶 속에서 그려왔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