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들이고 난 뒤에 달라진 것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변화는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종종 연락을 주고 받는 지인들 중에는 생각의 폭이 깊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분들이 많다. 나는 그들의 지적인 탁월함을 무척이나 존경하며, 그들과 대화하고 마음을 나누는 동안 '이들과 엮여진 관계 속에서 실로 대단한 것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곤 한다. 내가 똑똑한 사람의 겸손을 좋아하는 이유다.
언젠가 똑똑한 사람들의 공통점에 대한 설문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다양한 공통점이 있었는데, 가장 공감이 되는 내용을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첫 번째 공통점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는 것이었다. 똑똑한 사람들은 모르는 것에 대해 "잘 모르겠습니다."하고 이야기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인지능력에 대해 상당히 과대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생김새는 불사신들과 같으나 말에 있어서 우아함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있으니, 그대의 생김새는 돋보여 신들도 더 훌륭하게 만들 수 없겠으나 지혜가 빈약하여 도리에 맞지 않는 말로 나의 가슴 속 마음을 흥분시키는도다.
-[오디세이아]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서 에우리알로스와 오디세우스의 대화 중
두 번째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기분을 헤아린다.'는 것이었다.
솔직하게 내 의견을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자 권리다. 그런데 그 특권이자 권리를 전혀 잘못 이해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세대차이라고 불리우는 것이 사실은 세대차이가 아니라 생각의 속도 차이인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어진 자유를 함부로 사용하진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독서를 가까이하지 않은 사람은 인간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아무리 좋은 영어교재를 택해서 공부한다고 해도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 어휘력과 독해력이 뒷받침되어 있는 사람과 비교해봤을 때 결코 더 나은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출 수 없듯이, 양질의 독서를 통해 독해력을 키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생각의 속도가 훨씬 앞서 나가기 마련이다. 독해력과 어휘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이다. 그러나 질문, 대답,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당연히 인간관계와도 직결된다. 평소에 인지하지 못했을 뿐, 독해력과 어휘력은 인간의 지적인 능력 혹은 리더십의 존재 유무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종종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 중 대다수는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질문과 경청이 습관화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 대다수가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똑똑한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 진중하게 묵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두번째 공통점과 동일선상에 있는 세 번째 공통점은 경청의 능력이다.
경청은 단순히 듣는 자세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분석을 필요로 하는 듣기의 기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성리학의 철학적 개념 가운데 사단칠정四端七情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4가지 본성과 7가지 감정을 의미하는데, 그 중에서 사단(四端)에 해당되는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도덕적 지식을 의미한다.
측은지심 : 불쌍히 여겨서 언짢아하는 마음
수오지심 :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
사양지심 : 사양할 줄 아는 마음
시비지심 : 시비를 가릴 줄 아는 마음
인간관계에서 발생되는 대부분의 문제는 사단(四端)의 부재 때문이다. 사단(四端)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마음을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경청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성장하지 않는 도덕적 지식이기도 하다. 독서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 독서는 오직 경청과 질문의 경험만을 제공한다.
미 육군 원수이자 제 3대 국방장관을 역임한 조지 마셜George Catlett Marshall은 "어리석은 질문은 없다. 어리석은 대답만 있을 뿐이다."라는 역사적인 말을 남겼다. 세상에, 어리석은 질문은 없다니! 전설 속의 인물조차 '그 어떤 질문도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다.'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보다 아름다운 문장이 어디 있을까? 물론 어리석은 질문은 많다. 세상엔 일반인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지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가 있다.
독서는 질문과 경청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만 하는 지적인 활동이다. 그렇기에 어리석은 질문도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 있는 질문으로 변화시키고, 질문의 깊이에 따라 조금씩 깊이있는 답을 알려준다. 그리고 답에 대한 경청은 독자의 몫이다. 질문과 경청의 깊이가 남다르다고 느껴지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면,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물어보기 바란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누가 만든 말인지는 모르지만, 참 훌륭한 표현이다', 하고 생각했다. 현대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Hippocleides가 남긴 최고의 명언 중 하나인 이 명구는 그리스어로 쓰여진 짧은 시였는데 이후 라틴어, 영어로 번역되면서 결국 하나의 짧은 문구로 변형되었다. 그리스어 원문과 영어 번역본, 그리고 한글 번역본은 다음과 같다.
Ὁ βίος βραχύς,
ἡ δὲ τέχνη μακρή,
ὁ δὲ καιρὸς ὀξύς,
ἡ δὲ πεῖρα σφαλερή,
ἡ δὲ κρίσις χαλεπή.
"Life is short and art long, opportunity fleeting, experience perilous, and decision difficult. The physician must not only be prepared to do what is right, but also to make the patient, the attendants, and externals to cooperate"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며,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간다. 경험(실험)은 매우 위험하고, 결정은 어렵다. 의사는 자신이 보기에 올바른 일을 해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환자와 조수와 외적 요소들의 협조를 이끌어낼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인생은 짧다. 시간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인생이라는 시간 속에 예술적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는 것은 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난하고 힐난하며 수군수군하는 사람들, 돈 관계가 깨끗하지 않은 사람들, 술 담배를 권하는 사람들, 말이 많아 탈도 많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많다. 그들과 가까이하며 인생을 허비하고 싶은가, 아니면 훌륭한 진리와 가치를 추구하며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쏟는 사람들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가?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사업상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내 주위에 있다. 나이대는 모두 다르지만, 그들은 내 친구들이다. 나이가 많은 친구, 나이가 어린 친구, 비슷한 또래의 친구도 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존경심으로 그들을 대한다. 사회적 위치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진 겸비한 태도와 놀라우리만치 뛰어난 능력이 나로 하여금 상당한 동기부여와 삶에 대한 애착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진짜 친구들은 주로 책에 있다. 진짜 친구들 중에는 오래전에 죽은 친구도 있고, 아직 살아서 전 세계에 훌륭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친구도 있다. 지그 지글러, 피터 드러커, 카네기, 나폴레온 힐, 투퀴디데스, 나폴레옹, 브라이언 트레이시, 찰스 디킨스, 로버트 치알디니, 호메로스, 예수 그리스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내 진짜 친구들이다. 그들은 내게 용기를 주고, 자신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나의 실수와 연약함을 너그럽게 포용해준다. 그 속에서 상당히 큰 힘과 믿음을 얻는다. 독서가 내게 준 것은 지적인 쾌락을 통한 자기만족이 아니라 생각의 속도와 방향성이 같은 사람들과의 훌륭한 관계 형성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조금씩 축소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대부분 상당한 애서가들이며, 생각의 방향이 같다는 점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만큼 그들과 나누는 대화 역시 깊이가 있기에, 종종 놀랄만한 영감을 얻는다. 나는 그들에게서 풍겨지는 따뜻한 겸손과 친절이 좋다. 그리고 그들의 자세, 그들과의 관계가 결국 풍요로운 나를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