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답잖은 책 몇 권 출간하였다고 해서 작가라고 불리기에 나는 너무나도 가볍게 살아왔다. 아마 글을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평범과 기준 미달, 그 언저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온 나는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수단으로 글쓰기를 선택한 것이었고, 결과가 어찌 되었든 간에 꽤 진지하게 글쓰기의 힘을 믿어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로서니, 펜이 없이는 글을 쓸 수 없고, 사색과 궁구함이 없으면 책으로 엮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직하고 깨끗한 글을 쓰고자 한다면 제목과 주제 선정에 힘을 기울여서 더 나은 글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이 마땅하다.
아주 얇고 가벼운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주제 선정은 필요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쉽게 쓰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주제 선정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냥 제목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령 일기를 쓸 때도 오늘 있었던 일이 일기의 주된 내용이 아니던가. 그것이 제목이 되고 일기의 구성이 되는 것처럼, 주제는 간단하게나마 정하고 글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주제가 정해지면 간단하게 글의 뼈대를 정리해 본다. 가령 서론-본론-결론으로 나누어서 짤막하게 한 줄씩 정리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나는 짧은 글을 쓸 때도 노트에 기, 승, 전, 결로 나누어서 제목과 간단한 내용을 정리한다. 가능하다면 펜으로 뼈대를 잡는 것을 추천한다. 모니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키보드로 두드리면서 뼈대를 정리하면 제대로 된 뼈대가 잡히지 않는다. 이유가 궁금하다면 '전자파가 뇌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제목의 논문과 다큐멘터리를 참고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글은 주제, 즉 제목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결국 내가 쓰는 제목이 글의 주된 핵심이므로 제목을 잘 고르면 글도 절반은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다양한 책과 매체를 통해 부드럽고 유연한 제목을 바탕으로 쓰인 글을 자주 접하다 보면 제목, 즉 주제를 선정하는 능력도 일취월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