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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대표 Nov 25. 2023

기본에서 기본으로

맵고 짜고 달짝지근한 음식을 주로 먹다가 아삭한 식감을 가진 채소류나 심심한 맛이 나는 음식을 먹게 되면 적응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입이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적응만 하면 대단히 좋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건강, 날씬한 몸매, 활기찬 생활 등이 그 예다. 게다가 꾸준히 운동을 하고, 꾸준히 독서를 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 습관도 갖고 있으면 평균수명도 지금보다 조금은 올라가지 않을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하여 자극적인 음식과 일상이 필요할 때도 있다. 단, 기본을 대체할 수는 없다.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기본의 중요성을 망각할 때가 많다. 1959년 그린베이 패커스의 감독 겸 단장으로 부임하여 초대슈퍼볼 우승을 비롯하여 2연패 우승을 달성한 전설적인 미식축구 감독 빈스 람바르디 Vince Lambardi가 시즌의 첫 훈련을 시작할 때마다 마치 어린 아기를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공을 품에 안고 선수들에게 했던 말이 있다. 

"여러분, 이것은 미식축구공입니다."


더 좋은 글감을 찾으려고, 더 탁월해 보이는 문장을 써보려고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아무것도 쓰지 못한 날이 여러 번이었다. 그러다 모든 걸 내려놓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면, 어김없이 새벽 4시 언저리에 잠에서 깬다. 적막감이 감도는 서재 스탠드를 켜면 너저분한 책상과 지극히도 못쓰는 글씨로 얼룩진 원고지가 휑뎅그레 놓여 있다. 그제야 깨닫는다.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글의 주제를 정할 때, 뼈대를 잡을 때, 무엇보다 신나게 써 내려가기 위해 기본이 되는 것은 책상과 의자와 펜이다. 사실 그게 전부다. 부차적인 것들도 물론 필요하지만, 맛있는 요리에 들어가는 양념이야 입맛 따라 변하는 것이지 않은가. 기본이 단단하게 굳은 뒤에라야 비로소 새로운 것을 도전해볼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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