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의 중요성
빌리 할리데이의 회고에 따르면, 색소포니스트 레스터 영은 한 곡을 연주하기 전에 꼭 가사를 읽어보고 탐구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의 연주를 들어보면 색소폰이 살아서 말을 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브라질 소셜클럽이 2013년 처음 페이스북에서 시작된 이유 또한 가사의 이해를 돕고자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 포르투갈어를 배울 수 있는 곳도 극히 드물었고, 브라질 음악에 관련된 자료는 재즈 잡지에 실린 보사노바 관련 글, 일본이나 미국 자료 중역 외에는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컬들이 보사노바, 쌈바를 독음 그대로 부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뮤지션들이 노래 한두곡을 위해 포르투갈어를 공부하기는 벅찰 것이니 의미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가사를 번역하고 소개하다 보니 10년 뒤 여기까지 왔습니다.
비단 쌈바 뿐만이 아니라, 어느 외국 음악이라도 가사를 알면 크게 두 가지의 장점이 있습니다.
브라질 가수들은 손짓이 무척 풍부한 편입니다. 가사가 뜻하는 바를 간접,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청중에게 훨씬 큰 몰입감을 줄 수 있습니다.
Gal Costa가 부른 A Felicidade의 예를 들어 봅시다.
1:00 "leve, breve" 가볍고, 짧다는 뜻이므로 짧게 끊어서 바람에 날려가듯 발음했습니다.
1:30 "De rei, ou de pirata, ou jardineira" 카니발 퍼레이드에 서면 누구든 왕이나, 해적이나, 혹은 정원사로 분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왕을 표현할 때는 손을 위로 치켜들어 왕관을 암시하고, 해적은 중간, 정원사는 팔을 앞으로 내밀면서 우리 모두와 다름없는 서민이라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05 "A felicidade e uma gota" 행복은 한 방울의 이슬 같다는 내용입니다. "Gota"에서 똑 떨어지는 이슬을 손짓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런 예는 찾으면 계속 나올 정도로 많습니다. 즉 가사가 무얼 의미하는지 안다면, 그것을 (특히 라이브 공연에서)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꼭 손짓이 아니라도, 창법 자체로 표현 가능한 부분도 있습니다. A Felicidade의 경우, 2절 중 "falem baixo, por favor"는 내 사랑이 깨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여달라는 내용입니다. 어떤 가수들은 이 부분에 목소리를 낮춰서 부르기도 합니다. 가사 뜻을 안다면 내질러서는 안 되는 부분이겠지요.
어릴 때 한 번쯤 들어봤을 "피터와 늑대"는 여러 악기와 음색을 사용해서 동물과 줄거리를 음악적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음악 역시 플룻이나 타악기, 기타로 구현하기에 매우 흥미로운 요소들을 갖고 있어, 연주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습니다. 가사에서 언급되는 단어, 시상들을 보컬이나 악기를 통해 재현하는 것입니다.
일부 대표적인 예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차 소리: 경적소리는 관악기, 칙칙폭폭 하는 기차 달려가는 소리는 타악기로 재현이 가능합니다.
새소리: 플룻은 새 지저귀는 소리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바닷소리: 쉐이커를 천천히 기울여서 파도나 모래소리를 흉내 낼 수 있습니다.
빗소리: 쉐이커나, 병뚜껑을 줄에 여러 개 묶은 악기로 비오는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베링바우 소리: Baden Powell이 대표적으로 사용했으며, 클래식 기타의 베이스 줄 두 개를 꼬아서 스네어 드럼이나 베링바우와 같은 타악기 소리를 표현했습니다.
(0:40 부터) 그런가 하면 기타 한 대로 모든 소리를 다 내는 브라질 음악가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