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브라질 기타의 거장들
6명의 기타리스트로 알아보는 브라질 음악사
클래식 기타, 재즈 기타는 알겠는데 브라질 기타라는 장르가 따로 있을까요?
브라질 기타가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것 같습니다.
클래식과 재즈 양쪽에서 화성의 영향을 받으면서, 쌈바와 같은 아프로-브라질리언 리듬을 기반으로 하여, 쇼루에서 발전시킨 대위법적 베이스 라인(baixaria)을 7현 기타라는 독창적인 악기로 구현한 기타 연주법
그렇다면 브라질 기타는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했을까요? 브라질을 빛낸 거장들을 하나씩 짚어 봅시다.
1. Heitor Vila-Lobos
1887년 출생한 작곡가 빌라-로부스는 브라질 그리고 나아가 남미 클래식에 한 획을 그은 거장입니다. 유럽 문화만이 세계 최강이라고 여겨지던 시절, 그는 파리에서 브라질의 원시적 리듬과 질감을 표현한 음악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특히 안드레스 세고비아에게 다량의 작품을 헌정하여 현대 클래식 기타 레퍼토리의 형성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피아노뿐 아니라 기타도 잘 다루었던 빌라-로부스는 평소 길거리 쇼루 뮤지션들과 어울리면서 연주했던 곡들을 Choro No.1 등 작품으로 남겼습니다.
2. Dino 7 Cordas
라디오의 황금기였던 1940-50년대 Carmen Miranda, Orlando Silva와 같은 가수들의 반주자였던 Dino 7 Cordas는 1960년대 Jacob do Bandolim이 결성한 쇼루밴드 "Epoca de Ouro"를 통해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Dino 7 Cordas가 이 당시 연주했던 베이스라인들은 지금까지도 7현 기타의 교과서로 남을 정도로, 쇼루라는 음악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는 1991년 딱 한 장의 정규 앨범을 (뒤에 언급할) 젊은 기타리스트 Raphael Rabello와 냈는데, 브라질 기타의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바통 터치를 하는 듯한 뜻깊은 앨범이었습니다.
3. Garoto
본명이 Anibal Augusto Sardinha이고 "소년(garoto)"이라는 예명을 가진 이 연주자겸 작곡가는 카르멘 미란다의 미국 세션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습니다. 39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가 작곡한 Duas Contas, Lamentos do Morro, Meditacao 등 기타곡은 보사노바의 전신 격으로 상당히 세련된 화성을 갖고 있으며, 조빔의 보사노바 작곡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조빔의 곡들과 이름이 같은 곡이 3곡인 것도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Garoto의 곡들은 훗날 Raphael Rabello, Paulo Bellinati 등에 의해 재발견되어 쇼루와 보사노바를 잇는 과도기적 음악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4. Baden Powell
보사노바의 황금기에 Vinicius de Moraes등과 활동하면서 많은 앨범을 남겼던 불꽃같은 기타리스트입니다. 플라멩코를 연상케 하는 뛰어난 속주 실력과 독창적인 퍼커시브, 그리고 아프로-브라질리안 문화를 재조명한 Os Afro-sambas 앨범은 바덴 파월을 세계적 거장의 위치에 올려놓기에 충분했습니다. 히우에는 그의 이름을 딴 공연장도 있습니다.
기타를 타악기처럼 사용하는 그의 격정적인 주법은 현재 거장의 위치에 있는 Yamandu Costa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5. Raphael Rabello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난 Raphael Rabello는 어린 나이부터 기타 신동으로 주목받으며 Dino 7 Cordas, Paulo Moura, Morelenbaum등과 합작했습니다.
클래식 교육으로 다져진 기본기에 7현 기타 비법까지 전수받은 그는 살아있는 동안 브라질 기타의 신으로 강림했습니다. 개인적으로 7현 기타를 20세기 초 베이스 위주의 반주에서 하나의 독창적인 솔로 악기로 끌어올렸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32세라는 젊은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습니다.
6. Yamandu Costa
1980년 브라질 남부 Passo Fundo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Yamandu Costa는 브라질 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전통음악도 같이 섭렵하였으며, 우리 시대 기타의 신이라고 불릴 만한 브라질의 대표적 기타리스트입니다.
Raphael Rabello가 남긴 7현 기타 연주법을 완성시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세계 곳곳으로 연주를 다니고 있으며, 2008년 내한하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