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점수는요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 남쪽에는 수녀원을 개조해서 만든 요리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요리학교 안에는 학생들의 실습을 위해 Zefiro라는 고급식당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행 다닐 때 "요리학교 식당"이 보이면 한 번씩 가보는 편인데, 그 나라 대표 음식에 대해서 쉽게 알 수가 있기도 하고, 순수 영리 목적이 아니라 가격이 싸기 때문입니다.
메뉴를 보면 타코 100페소, 단품 메인메뉴 200-245페소 정도로 식탁보 놓인 고급식당 치고는 꽤 저렴한 편이라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꿈나무들이 졸업해서 멕시코 시티 증권가의 고급식당이나 칸쿤의 리조트로 가는 순간 저 가격의 두 배를 받을 테니까요.
그럼 수업시간에 제대로 배웠는지 심사를 시작해 볼까요?
식전빵을 참치맛, 시금치맛, 일반 세 가지 중에서 마음대로 고르도록 바구니를 들고 왔습니다. 빵에 살짝 간이 되어 있고 퀄리티가 훌륭합니다. 다만 따뜻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칵테일은 아페롤 스프리츠(Aperol Spritz) 역시 무난하게 맛있습니다.
멕시코 전통 닭개장인 틀랄판 수프(Caldo Tlalpeño)를 시켰습니다. 살짝 매콤한 국물을 따로 들고 와서 접시에 부어 줍니다. 원래 닭고기를 찢어서 넣는데 동그란 닭완자로 재해석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먹으면서 느낀 점은 저 또띠야 칩이 한 입에 안 들어가서 먹기가 애매했는데, 한입 크기로 줄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생선구이(Pescado a la talla)가 밥과 플렌테인과 같이 나왔습니다. 약간 비즈니스 클래스 기내식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이었는데 매우 맛있었고 특히 톡 쏘는 신맛 칠리소스와 궁합이 좋았습니다. 칠레 엔 노가다도 그렇고 멕시코 사람들은 빨강-하양-초록 국기 색깔을 음식에 넣는 걸 좋아합니다.
자허토르테를 시켰더니 에클레어 비슷하게 재해석한 케이크가 나왔습니다. 초콜릿 종주국답게 매우 맛있었고 같이 시킨 커피와 잘 어울렸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으니 매니저처럼 보이는 분이 와서 2장짜리 평가지를 주었습니다. 궁금해서 나가기 전에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다들 이 학교 학생이야?"
"응, 졸업반 학생들이 실습하고 있는 거야."
"졸업하면 주로 어디서 일해?"
"호텔, 리조트, 식당체인, 여기저기 다양하게 취직해."
칵테일과 디저트까지 전부 포함한 풀코스 값은 5만 원 정도였고, 단품이랑 음료 정도만 시켰으면 아마 그 절반만 나왔을 것 같습니다. 팁이 없어서 더욱 만족스러웠습니다.
합격 드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