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라질소셜클럽 Nov 28. 2023

라틴아메리카의 기발한 보존 음식들

절임부터 건조까지

한국에 김치와 장독대가 있듯이,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신선한 재료를 보존하기 위한 여러 손질법과 요리법이 개발되었습니다. 특히 날씨가 더운 지역에서 재료의 빠른 손질은 필수적이었고, 음식의 장기 보존이 가능해지면서 잉카와 마야 문명이 제국으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중남미 요리의 특징은 지배자였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요리(사실상 전투식량)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점입니다. 15-16세기 유럽에서 배를 타고 신대륙까지 가는 여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콜럼버스는 60일을 항해해 바하마에 도착했고, 페드로 알바레스 카브라우는 44일 후 브라질에 도착했습니다. 최소 2-3대의 배에 탄 100명 이상의 선원이 두 달 동안 먹을 고기와 생선을 준비하기 위해 건조와 훈제 등 모든 방법이 동원되었습니다.




바칼랴우 (포르투갈)


염장 대구(Bacalhau)의 대량 생산은 세계사를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처음 포르투갈 해안가에서 만들기 시작한 이 염장 대구는 신대륙으로의 항해와 탐험에 필수적 식품이 되었고, 식민지의 노예와 주인 모두의 밥상에 올랐으며, 한때는 미국 뉴 잉글랜드 지역을 먹여살리기도 했던 중요한 상품이었습니다.


바칼라오 아 라 비스카이나(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바칼랴우 크로켓(브라질)


현대에 와서는 얼마든지 신선한 대구를 냉동해서 먹을 수 있지만, 아직도 멕시코와 푸에르토리코, 브라질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바칼랴우는 소금에 단단하게 절여져 있기 때문에 보통 요리 전에 물에 불려놔야 합니다.



초리소 (스페인)

초리소와 감자 타코(멕시코), 소세지 들어간 수아데로 타코(멕시코)
소세지 구이(브라질), 초리판(아르헨티나)


예나 지금이나 고기를 보존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소세지로 만드는 것입니다. 스페인식 초리소(chorizo)는 날것으로 먹어도 되지만,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에서는 주로 익혀서 사용합니다. 특히 아르헨티나에서는 소고기와 함께 국민음식이 되었습니다.



세시나 (멕시코)


멕시코 모렐로스주 전통음식을 대표하는 세시나(Cecina)입니다. 소고기를 얇고 길게 포를 뜨듯이 썬 다음, 소금을 뿌려서 햇볕에 널어 놓아 보존시키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고기가 갈색으로 변하면서 쉽게 상하지 않습니다. 먹을 때는 구워서 타코나 밥과 같이 먹습니다.



카르네 세카 (브라질)


세시나와 마찬가지로 햇볕에 건조시킨 소고기입니다. 전통적으로 소를 많이 키웠고 날씨가 서늘한 남부에서 만들었습니다. 잘게 찢어서 크로켓 등에 넣기도 하고, 브라질의 국민 스튜 페이조아다에 들어가서 진한 맛을 내줍니다. 외국에서 페이조아다를 만들면 어딘가 부족한 맛이 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카르네 세카(carne seca)를 구하기 어려워서입니다.



세비체 (페루)


오늘날 중남미의 물회로 많은 사랑을 받는 세비체(ceviche)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스페인의 도착 전부터 잉카인들은 갓 잡은 고기를 보존하기 위해 산성의 레몬즙과 소금, 향신료 등을 넣었습니다. 이렇게 한다고 박테리아나 기생충을 모두 죽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익히는 것과 같은 안전성은 있습니다.



땅 오븐 (마야, 잉카)


이 기발한 방법은 아마 문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을 것입니다. 달구어진 돌이나 석탄을 땅을 파서 집어넣고 슬로우쿠커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페루에서는 파차망카(pachamanca), 멕시코 유카탄에서는 핍(pib)이라고 불립니다. 이렇게 땅에 묻어놓으면 보존도 잘 되고, 바나나 잎 등으로 싸서 들고 다니기도 쉽게 만들었습니다. 유카탄 주의 대표 요리 코치니타 피빌(Cochinita Pibil) 그리고 티킨 씩(Tixin Xic)은 오븐으로 만들어도 되지만 원래 이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동결 건조 (잉카)


고대 문명이 어떻게 동결 건조를 했냐고요? 안데스 산맥의 큰 일교차를 활용해서 했습니다. 밤에 밖에다 널어놓으면 감자들이 얼어버리고, 다음 날 햇볕에 말리기를 반복하면 감자가 수분을 잃고 쪼그라들어 잘 상하지 않게 됩니다. 이 동결건조 감자는 추뇨(chuño)라고 불리며 잉카 제국 전사들의 전투식량이 되었습니다.



치차 모라다 (페루)


치차(Chicha)는 자주색 옥수수로 만든 일종의 맥주입니다. 유럽이나 러시아에서도 옛날부터 깨끗한 물을 쉽게 구할 수 없으면 이렇게 연한 맥주를 물 대용으로 마셨으며, 잉카 사회에서도 필수적인 음료였습니다. 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약간의 살균 효과가 있었을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멕시코 요리학교 심사위원 되어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