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와 맞벌이 육아
어렸을 때 남녀를 불문하고 한 번쯤은 만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 나도 부잣집이랑 결혼해보고 싶다.
물론 우리는 커서 부잣집에 부자가 아닌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받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엔 어느 정도 기브 앤 테이크라는 게 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가정 소득의 60% 이상을 파트너 한쪽이 벌면 동질혼(egalitarian marriage) 이 아니라 치우쳐 있는 결혼으로 간주합니다. 그런데 만약 나의 배우자가 나보다 몇 배 넘는 돈을 버는 자산가이거나 재벌이면 어떻게 될까요? 대충 이런 대화가 오가지 않을까요?
시어머니: 아유 우리 가문에 들어온 걸 환영해요. 선대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손주 보는 게 꿈이라고 했는데 다들 너무 잘됐다고 축하해 달래요. 일은 언제쯤 쉬기로 했어요?
며느리: 저... 어머니, 말씀 감사합니다만 동료들에게 아이 낳고 다시 복귀하겠다고 해서요. 일을 계속했으면 좋겠는데...
시어머니: 일 안 해도 될 만큼 넉넉하게 지원할게요. 여보 우리 1년 은행 이자가 얼마더라?
며느리: ...
위의 스토리는 노벨상 수상자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 연구에서도 일관되게 관찰됩니다. 한화로 연소득 2.5억이 넘는 고소득 남성과 결혼한 여성은 출산하는 순간, 저소득 남성과 결혼한 여성들에 비해 일을 그만두고 쉴 확률이 2배 높았습니다.
고소득 남성과 결혼한 여성은 또한 육아를 전담하는 비중이 더 높았는데, 데이케어(탁아소) 사용 비율이 저소득 남성과 결혼한 여성에 비해 20% 낮았습니다. 그러니까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 동안 고소득 가정은 외벌이로 집에서 어머니가 아이를 봤다는 것입니다.
여성의 노동참여율에 출산이 미치는 영향은 배우자의 소득과 강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잘 사는 가정일수록 여성들이 사회 참여를 늦춘다.
- 클라우디아 골딘
왜 이런 현상이 강하게 일어나는가를 밝히려면 후속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크게 세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지 않나 합니다.
1. 육아는 여성의 영역이라는 사회적 관념
사실이라면 아마 성역할이 강하게 고정된 나라일수록 사회 참여율이 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나 집단에 비해 그나마 진보적인 미국의 상류층을 대상으로 했음에도 여성이 주로 그만두었다는 점은 뜻밖입니다.
2. 돈과 시간의 트레이드 오프
오늘날 대부분의 고소득 직종 종사자, 사업가들은 잠잘 시간도 부족한 워커홀릭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가 둘 다 로펌이나 증권가에서 일한다면 얼굴을 보기도 힘들 것입니다. 이런 커플들인 경우 육아를 위해서는 역할을 아예 분담해야만 시간이 남기 때문에 한 명이 밖에서 번 돈으로 다른 한 명이 집에서 육아할 시간을 사는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3. 고소득 가정의 교육열
잘 사는 집일수록 물려줄 재산이 많으므로 2세에 대한 교육열, 기대감이 크고 성공적으로 부의 대물림을 해주길 원합니다. 따라서 많은 고소득 가정들이 맞벌이하면서 바쁘게 2세를 키우느니, 외벌이로 육아에 더 투자해서 성공하는 2세를 보기를 선호합니다.
맞벌이 vs 가사, 육아 전담은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의 뜨거운 논쟁거리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마다 커리어에 대한 기대와 육아 성향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바깥에서의 자아실현 욕구가 강한 사람도 있는 반면, 집에서 아이 교육에 전념하는 것에 더 큰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누가 맞다고 쉽게 재단할 수 없는 취향의 영역입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조사해 본 결과 답변이 정확히 반반으로 갈라졌습니다.
내 배우자가 나보다 몇 배나 많이 벌면, 나는 집안일, 육아를 혼자 하겠는가?
우리들 대부분이 재벌가 신데렐라가 될 일은 없을 테니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분명 흥미로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