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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Dec 04. 2023

ELS 주가연계증권은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걸까?

파는 사람도 모르는 금융공학

설명만 들으면 좋아보이는 상품


홍콩 지수가 반토막 가까이 나면서 ELS 원금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사실 홍콩 ELS는 2016년에도 한번 크게 터진 적이 있었고 그럼에도 많은 투자자들이 1번 이상 ELS에 재투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ELS는 설명만 들으면 "에이 설마 반토막이 나겠어"하는 안정감을 주지만 실제 작동 원리는 상당히 복잡한 파생상품입니다. 그런데 혹시 설명을 들으면서 궁금하진 않으세요?


이걸 팔아서 어떻게 돈을 버는 것일까?

ELS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첫 번째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여타 금융기관과 비슷하게, 만기 시 돌려줄 금액은 확보하고 나머지 돈으로는 리스크 헤지(hedge) 및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해서 추가 이윤을 냅니다. 이때 헤지를 자신들이 직접 하면 자체 헤지, 타 운용사에 맡기면 백투백 헤지라고 부릅니다.


즉 ELS 판매자의 수익은 "얼마나 리스크 헤지를 잘했느냐" 그리고 "받은 돈을 얼마나 잘 굴렸느냐" 두 가지로 결정됩니다.


그럼 ELS는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요? 레고처럼 여러 가지 옵션을 조합해서 만듭니다. 옵션의 평가와 투자는 수업을 들은 사람들도 어려워하는 전문지식이지만, ELS의 이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에서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금융공학개론


1. 물 안에 떠 있는 입자들은 랜덤하게 움직이는데, 아인슈타인은 확산 방정식과 확산 계수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입자가 언제, 어디로 퍼질지 계산해 낼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것을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이라고 합니다.


2. 이것을 눈여겨본 경제학자들이, 주식 가격도 이와 비슷하게 랜덤하게 움직이지 않을까 하고 브라운 운동을 이용해 랜덤워크 가설(Random Walk Theory)을 만들어냅니다. 주식의 가격이 무한 동전 던지기와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3. 1973년 경제학자들은 브라운 운동과 랜덤워크 가설을 이용하여, 주식의 수익률이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할 때, 주식이 어느 시점에 어느 가격이 된다는 확률을 도출해 내고 그에 따른 옵션 가격의 기댓값을 구하는 공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것이 노벨상 수상에 빛나는 블랙-숄즈 옵션가격공식(Black-Scholes Model)입니다.


출처: 메타리버 테크놀로지


4. 이제 옵션 가격은 알았지만 ELS는 통상 두 개 이상의 옵션을 조합해서 만듭니다. 그러면 어떻게 계산하느냐? 각 기초자산의 시간과 공간을 3D 격자로 만들어서 유한차분법(Finite Difference Method)을 사용하거나, 고성능의 GPU를 동원해서 확률미분방정식을 수백 번 계산하는 몬테카를로(Monte Carlo)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됩니다. 참 쉽죠?


이제 ELS의 현재 가치를 도출해 냈으니,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단계가 왔습니다.




ELS의 구성 원리


5. 우선 ELS를 판매하고 투자자에게 받은 돈의 70%는 안전하게 채권투자로 돌리고, 나머지 30%를 이용해서 옵션과 실물 조합을 구성합니다. ELS의 조건을 보면 녹인(knock-in), 배리어(barrier) 같은 여러 조건이 붙어 있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옵션만 가지고는 불가능하고, "지수가 -30% 이하 떨어졌을 시 옵션 발동" 같은 조건이 붙은 이색 옵션(exotic option)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파생상품 중에서도 상당히 복잡한 축에 속하는 것입니다.


Autocallable Payoff


6. 많이 판매되는 유형인 녹인 스텝다운(step-down) 형태를 봅시다. 참고로 이 상품을 외국에서는 ELS가 아니라 Autocallable Structured Products라고 부릅니다. 즉 "정기적으로 조건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콜 옵션이 행사되면서 쿠폰이 지급되고, 만약 녹인 밑으로 떨어질 시 자동으로 풋 옵션의 매도가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조건 만족 시 자동 발동"하는 풋 옵션을 DIP(Down-and-In Put)이라고 부릅니다.


풋 옵션이 뭐냐고요? 여기서부터 ELS가 급격하게 복잡해지는 구간입니다.




옵션 포지션 설명


7. 대부분의 ELS는 풋 옵션 매도(short put)를 내재합니다. 증권사에 있어서는 이 풋 옵션 매도가 가져오는 프리미엄을 통해 ELS상품을 펀딩하는 것이며, 개인은 ELS상품의 높은 수익률을 얻고자 풋 옵션 매도 포지션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풋 옵션 매도는 "어느 시점까지, 주가가 내가 정한 가격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일정한 금액을 받겠다"입니다.


이 금액은 옵션 프리미엄이라 부르며, 정반대의 입장에서 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옵션을 산 사람은 "어느 시점까지, 주가가 내가 정한 가격 아래로 반드시 떨어진다"에 돈을 건 것입니다. 만약 주가가 예상대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풋 구매자의 옵션은 서서히 쪼그라들다가 만기일에 소멸하며, 그 돈은 고스란히 판매자에게 돌아갑니다. 옵션 프리미엄을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변동성(volatility)이 크게 작용합니다. 왜냐하면 변동성이 커서 빨리 움직이는 주식일수록 내가 정한 가격에 도달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고 따라서 옵션의 가치도 비싸지기 때문입니다.

롤러차 앞에서 동전 줍기


풋 옵션 매도는 헤지만 잘 한다면 괜찮은 전략이며 의외로 워런 버핏도 S&P500을 가지고 즐겨 사용했었습니다. 단 장점과 단점이 확실하고, 작은 돈 벌다가 자칫 큰돈 날릴 수 있는 구조를 가졌습니다.


장점:
+ 일반적으로 주가지수는 그렇게 심하게 요동치지 않으며 안정적으로 프리미엄을 벌 수 있다
+ 변동성이 높은 "공포의 시대"에 과감하게 풋 옵션을 팔면, 공포가 진정되고 변동성이 빠지면서 큰 프리미엄을 가만히 앉아 벌게 된다

단점: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ㅋ
- 내가 판 옵션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면, 그걸 산 사람이 승자가 되어 몇 달 동안 벌던 돈을 한방에 뱉어내야 할 수 있다
- 손실이 원금에서 끝나지 않고 이론상 무한대이다


풋 매도의 성질을 이해하면 ELS 투자의 본질을 알 수 있습니다. 즉 ELS는 "크게 움직이지 않는 주가"에서 가장 빛을 발하고, 큰 위기에는 변동성이 극대화되면서 자칫하다 한 방에 날리는 포지션인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한국형 ELS(Korean autocallables)는 기초자산 여러 개 중 하나만 망해도 녹인이 발동되는 worst-of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투자자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자산의 리스크 상관관계를 측정하는 것을 크로스 감마(cross gamma)라고 하는데 이것은 증권사에게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8. 옵션은 또한 행사 가격(strike price)이라는 특징 때문에, 정해놓은 가격에 근접할수록 주가에 여러 이상현상을 만들어 냅니다. 우선 많은 양의 옵션이 같은 행사 가격을 가지고 있으면,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행사 가격 주변에서 매수와 매도 세력이 치열하게 싸우는 것을 볼 수 있으며, ELS의 경우 녹인이 발생하는 순간 증권사들의 델타 헤징 과정에서 추가 매도가 발생하면서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현상이 있습니다.


델타 헤징에 관해서는 지나치게 복잡하니 여기서 다루진 않겠습니다. 다만 대형 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만기일의 주가가 "신기하게도" 일정 숫자에 고정되는 마법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ELS는 주가와 변동성에 동시에 베팅하는 엄연한 옵션 상품이며, 구조 특성상 일정 구간에 근접할 시 변동성에 가속도가 붙는 특성을 가졌음을 알고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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