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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Dec 16. 2023

투자를 망치는 무의식적 편향들

야수의 뇌로 투자하지 말자

오늘만 사는 사람


인간의 뇌는 정말 뛰어난 성능의 컴퓨터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이없는 실수를 반복하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첫인상을 평생 기억하고, 남에 대해서 매우 쉽게 판단하며, 부자같이 생긴 사기꾼에 홀랑 넘어가고, 가장 최근에 본 정보에 따라 의견을 형성합니다. 이런 무의식적 행동들은 수천 년에 걸쳐 뇌에 입력된 편향에 속하며, 정보의 "정확성" 보다는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뇌가 진화한 결과입니다.


뇌의 기본값을 따라가면 복잡한 생각을 안 해도 되니 편하지만, 때때로 남들과 반대로 가야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투자에서는 막차에 올라타는 지름길과도 같습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살펴볼까요?




손실회피(Loss aversion)


인간은 본능적으로 줬다 뺐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일주일 써보시고 맘에 안 들면 환불" 같은 판매 전략이 잘 먹히는 이유도 우리가 한번 가진 것은 다시 돌려주기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손실회피의 결과로 우리는 확실하고 작은 이득을 불확실하고 큰 이득보다 선호합니다. 한 예로 90만 원 확정적으로 받기 vs 100만 원 90% 확률로 받기를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이 확정적 이득을 선호합니다. 실제 기댓값은 같습니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투자 형태가 바로 이득이 나면 바로바로 팔아버리면서 손실이 난 주식은 계속 들고 있는 행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절해서 손해를 확정하는 것을 매우 꺼려합니다. 기다리다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는데도 말이죠. 흔히 "물렸다"라고 하면서 절대로 빼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은 사실 이 함정에 빠져있는 것입니다.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


없어도 되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없어집니다.


요즘 밈으로도 많이 쓰이는 인간의 이상한 계산법을 칭하는 용어입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100만 원짜리 물건을 샀다가 다시 환불했는데 마치 100만 원을 번 것처럼 생각이 든다면 당신의 뇌는 이미 그걸 "써도 되는 돈"으로 분류했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하는 "쉽게 번 돈은 쉽게 쓴다"라는 표현은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보너스라던지 연말정산으로 갑자기 예상치 못한 돈이 들어오면 그것을 써도 되는 돈으로 쉽게 분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이득이 생기면 금방 소비해 버립니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투자 형태는 "하우스 머니 효과(House money effect)"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주식이나 코인으로 한번 이득을 보고 나면 그것을 도박장에서 딴 돈처럼 날려도 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큰 이득을 내고 신나서 무리하게 몰빵 투자를 했다가 다 까먹고 원금까지 손실을 내고 맙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배당주를 선호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기도 합니다. 마치 배당금을 따박따박 들어오는 은행 이자처럼 여기고 그 주식의 상승 가능성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같은 돈으로 고성장주에 투자했더라면 훨씬 큰 이득을 냈을 테지만 인간의 뇌가 이미 "배당금"과 "이득"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전자를 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친근성 편향(Familiarity bias)


오늘날 우리는 세계 주요 시장의 모든 주식을 살 수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국내 장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물론 해외 거래를 까다롭게 만들어 놓은 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투자자들은 자국 부동산, 자국 주식을 선호합니다.


독일에서는 국채를 사면 당신의 투자금이 줄어듭니다.


이 편향은 "시장은 이성적이다"를 외치던 경제학자들을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었는데, 독일과 일본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마이너스 채권이라는 희한한 물건이 판매되자 많은 사람들은 "저걸 누가 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옛날도 아니고 요즘처럼 쉽게 해외 채권을 살 수 있는 시대에는 이것을 살 이유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일, 일본 사람들은 그럼에도 쉽게 해외에 투자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의 박스피에 오랫동안 투자한 사람들도 어쩌면 친근성 편향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최신 편향(Recency bias)



인간은 최근에 들은 것을 더 잘 기억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아침에 출근하다가 테슬라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면 갑자기 없던 관심이 생겨서 거기에 투자하려는 마음을 먹게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전날 혹은 전주 기사나 잡지에서 본 것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정보의 신선함과 정확도는 별개입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도 그 기사를 봤다면 이미 늦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기준점 효과(Anchoring)


우리는 투자하면서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기준점을 만들어 둡니다. 흔히 말하는 "삼성전자 70층, 96층"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기술적 분석에서 사용하는 지지선이나 옵션 만기 가격과는 별개로, 투자자들은 대부분 "이 정도가 적당하다"라고 생각하는 가격을 하나씩은 갖고 있습니다. 투자하면서 늘 자신이 너무 빨리 팔거나, 손절을 절대 못하는 경우 이 기준점이 부적절한 곳에 형성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편향을 경험해 보셨나요? 설마 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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