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두 장일까?
멕시코 타코집에 가면 보통 타코 하나당 얇은 옥수수 또띠야(tortilla) 두 장을 겹쳐서 줍니다. 늘 먹으면서 차라리 한 장을 두껍게 만들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멕시코에 와보니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또띠야 두 장 주는 이유 세 가지를 알아봅시다.
한국으로 치면 고봉밥 같은 느낌을 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두 장을 주면 인심 쓰는 것처럼 보이고, 타코 세 개면 또띠야 여섯 장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니 간식이 아닌 식사가 필요한 사람들에겐 좋은 옵션입니다. 멕시코 길거리를 가보면 하루종일 서서 장사하거나 힘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고, 그들에겐 아마 한 장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타코에 살사나 핫소스를 많이 뿌려 먹는 사람들의 경우 또띠야가 축축해지기 때문에 먹다가 부서질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스튜 타코(tacos de guisado)의 경우 걸쭉한 소스가 같이 따라오기 때문에 부서지기가 쉽고 그럴 때 백업으로 먹으라는 의미입니다.
이건 멕시코에 와보고서야 이해했는데, 대부분의 길거리 타코집에서는 포크를 따로 내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접시 닦는 도구도 없기 때문에 멜라민 접시 위에 비닐을 씌워서 내줍니다. 그래서 타코를 먹다가 고기나 양념이 접시에 남으면 도구를 사용해서 먹을 수가 없으므로, 이때 남은 또띠야를 사용하면 됩니다.
멕시코의 또띠야 사랑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하루에 1인당 평균 9-10장을 먹습니다. 하루에 타코 한 접시를 또띠야 곱빼기로 먹는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숫자입니다. 그러나 이 유구한 전통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2022년부터 원자재 가격이 올라 또띠야 가격이 인상되기 시작하자, 멕시코의 식당들은 마지못해 가격을 인상하거나, 또띠야 한 장을 덜 주는 등의 대응을 해야만 했습니다. 두 장 주다가 한 장만 주면 엄청 째째해 보일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장짜리를 선호하니 별로 타격은 없지만요.
또띠야 한 장 vs 두 장 어느 쪽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