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 민족이 아닐까?
K팝의 글로벌 전성시대가 오면서 한식도 자연스럽게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라마다 한식에 대한 수용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맵고 뜨거운 국물요리와 발효식품인 된장, 김치가 들어가다 보니, 향신료를 잘 안 쓰는 북미나 유럽 입맛에는 난이도가 있게 느껴지는 편입니다.
멕시코에 와보고 느낀 점은 미국이나 캐나다에 비해 멕시코 사람들이 한식을 훨씬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멕시코 현지 음식을 먹어 보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나라지만 음식문화가 우리와 의외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멕시코와 한국의 음식문화 어떻게 비슷할까요?
걸쭉한 스튜나 수프를 선호하는 서양과 다르게 멕시코에서는 맑은 국물 요리가 꽤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닭개장(caldo de gallina)부터 시작해서 소고깃국(birria), 내장탕(menudo) 등 멕시코인들도 맵고 얼큰한 국물 요리를 선호합니다. 심지어는 국밥처럼 밥을 말아서 나오기도 합니다.
칠리페퍼의 나라인 만큼 멕시코에는 할라페뇨 말고도 수많은 고추가 있습니다. 세라노, 포블라노, 치포틀레, 과히요 등 매운맛도 천차만별이고, 그릴에 구워서 먹거나, 한국처럼 말렸다가 빻아서 고춧가루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선 어찌 보면 한국보다 더 매운맛에 진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인들의 매운맛 사랑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모든 타코집, 해산물집에 가면 종류별로 최소 3-5가지 살사가 색깔별로 준비되어 있고 병에 담긴 핫소스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만큼 매운맛이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매운 한국요리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김치 정도 매운맛은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멕시코의 길거리 음식 대장인 카르니타스(carnitas)는 푹 삶은 오향족발과 매우 비슷한 맛이 납니다. 타코집에선 껍데기와 함께 잘게 다져서 또르띠야 위에 올려줍니다. 차모로(chamorro)라고 해서 통째로 다리째 주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타코계의 강자 알 파스토르(al pastor) 고기는 매콤한 양념을 바른 돼지고기를 직화로 구워서 만드는데, 맛이 제육과 은근 비슷합니다. Cerdo adobada라고 해서 양념제육 같은 요리도 있습니다. 돼지고기 특유의 향 때문에 족발 같은 요리를 안 먹는 나라도 많은데, 멕시코는 단연 예외입니다.
한국 전통시장에서 파는 것처럼, 멕시코에서도 혀, 귀, 간, 내장 등 부속을 먹습니다. 타코에 얹어서 먹기도 하고, 매운탕이나 스튜로 끓여서 먹기도 합니다. 특히 매운 내장탕인 판시타(pancita)를 시장 같은 데서 파는데 멕시코인들도 일종의 소울푸드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옥수수의 나라답게 밥 대신 굵은 옥수수알을 말아서 줍니다. 한국에서도 내장탕은 아재 입맛에 속하는 도전자용 음식인데 멕시코에선 꽤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해산물 사랑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연간 1인당 58kg 이상을 먹습니다. 대체로 흰살 생선, 연어만 먹는 서양과 달리 한국은 해초부터 시작해서 굴, 조개, 문어, 오징어까지 거의 다 먹는데, 멕시코도 가리지 않고 다 먹습니다. 생선회와 굴, 새우는 물회처럼 새콤하게 재워서 먹고, 문어나 큰 생선은 직화에 굽거나 향신료와 함께 찝니다. 타코에도 당연히 올라가며, 수프로도 만들어 먹습니다.
멕시코 해산물 요리는 각 주마다 조금씩 다르게 발전했는데, 대표적으로 생선이 잡히는 Baja California, Sinaloa, 그리고 Yucatan 이 세 지역의 해산물요리를 미식으로 쳐줍니다. 각 지역의 요리 소개는 다른 포스트에서 다루었습니다:
멕시코는 더운 만큼 아이스크림 문화가 발달해 있는데, 팔레타(paleta)라고 해서 막대 아이스크림(아재들이 '하드'라고 부르던 그것)을 많이 먹습니다. 동네 아이스크림점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생과일부터 커피, 초코 등 20-30가지 맛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멕시코인들은 한국의 메로나나 스크류바를 보면 "이거 완전 멕시코 아이스크림인데?" 하고 친숙하게 생각합니다.
라틴아메리카가 원래 과일맛 막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기 때문에, 멕시코에서 한국 아이스크림이 꽤 잘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미 브라질에서는 2008년 메로나가 바이럴 열풍까지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이 내용은 5년 전에 다루었습니다:
한국 음식은 멕시코에서 인기를 끌 수밖에 없습니다. 입맛이 너무 비슷하니까요. 이제 더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