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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Oct 26. 2019

메로나는 어떻게 브라질을 사로잡았나

브라질 문화

브라질에 메로나 전용 냉동고, 팝업스토어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브라질 국민 아이스크림 메로나, 하지만 메로나의 고공행진을 보도하는 한국 기사에서 정확히 어떻게 대박이 났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합니다. 이에 브라질소셜클럽이 포르투갈어 자료를 가지고 정리해드립니다.


브라질에서 팔리는 다양한 메로나 맛들. 멜론이 아닌데 메로나...?


1991년 탄생한 메로나가 브라질에 처음 도착한 것은 1998년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브라질에 30년 넘게 거주하던 교민 이 모 씨가 한인 상점들에 메로나를 수입해 팔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메로나는 평범한 한국 아이스크림 바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 이 씨의 동생 Henrique Lee는 메로나의 인기를 직감한 듯, 본격적으로 메로나 유통에 뛰어들기 시작합니다. 그는 M-CROSS라고 하는 메로나 전문 수입 및 유통업체(!)를 세우고 상파울루의 재팬타운이자 동양인 밀집지역인 리베르다지(Liberdade) 10개 가게에 메로나를 심었습니다. M-CROSS는 또한 리베르다지에서 열리는 일본인, 한인 페스티벌 등에 메로나를 후원해주기도 했습니다.


리베르다지에 놀러 온 브라질 젊은이들은 난생처음 보는 초록색 아이스크림을 보고 신기해했고, 젊고 힙한 몇몇이 “오늘 처음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다”는 입소문을 인터넷에 공유하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메로나를 사러 리베르다지에 가는 바이럴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가게들은 “메로나 팔아요”를 대문에 붙이기까지 했습니다. 브라질 사람들은 이미 메로나를 사러 가는 여정과 한인 슈퍼에 들어가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남은 메로나를 집는 희열 그 모두를 하나의 경험으로 즐기고 있었습니다. 한국이 브라질에 가져온 그 어떤 음식보다 메로나의 인기는 독보적이었습니다.




2008년 브라질 상파울루 무역관은 “메로나 열풍”에 대해 가게들은 물량이 없어 애를 태우고 “수입업자만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으며” 기존에 브라질에서 유통되던 막대형 아이스크림 대부분이 초콜릿 베이스인 점에 비해 메로나는 상쾌한 과일맛인 점이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준 것 같다고 보고했습니다.


그에 비해, 브라질의 리포터와 블로거들은 메로나를 하나의 바이럴 마케팅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빙그레가 나서서 버스와 현수막에 광고를 실은 것도 아닌데, 딱 10개 가게만 가지고 메로나 열풍을 일으켰다는 점은 입소문을 듣고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어떤 블로거는 “하겐다즈와 같은 거대한 유통망을 갖춘 다국적 기업만이 해낼 수 있다고 믿었던 일을 한 소규모 한인업체가 해냈다며 높이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한때 품귀 현상까지 일으켰던 메로나는 단순 열풍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도 브라질 국민 아이스크림으로 절찬리에 팔리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맛이 있지만 브라질 댓글들을 보면 역시 “메로나는 메론맛”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는 듯합니다. 한때 과일 소르벳과 초콜릿 아이스크림으로 양분되어 있던 브라질 막대 아이스크림 시장에는 이제 메로나로 인해 “우유가 들어간 과일 아이스크림”이라는 제3의 카테고리가 생겼습니다. 메로나 열풍을 돌아보면 분명 신이 내린 것 같은 행운이 따랐지만, 그 뒤에는 인간의 노력으로 준비한 10척의 메로나 냉동고가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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