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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Oct 26. 2019

브라질 국기에 숨겨진 의미

브라질 문화

브라질 국기가 만들어질 당시 초록과 노랑의 의미는 무척 달랐습니다.
브라질 왕정 국기에 담긴 상징들. 초록은 포르투갈, 노랑은 오스트리아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게 울창한 숲과 파란 하늘, 금빛 해변가이기에, 우리에게 브라질 국기의 색깔은 얼핏 보아도 의미가 자명해 보입니다. 브라질에서도 어릴 때 대부분 초록은 숲을, 노랑은 지하자원과 해변가의 모래를, 그리고 중앙의 하늘과 별은 브라질 공화국 선포 당시 하늘의 별자리를 26개(당시는 21개)의 주에 대입시켜 만들었다고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브라질 국기가 가장 처음 만들어진 1822년에 초록과 노랑의 의미는 무척 달랐습니다. 브라질 독립이 선포되고 난 후, 1823년 9월 브라질의 외교사절이 오스트리아 수상 메테르니히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초록은 브라간자 왕조를, 노랑은 합스부르크 왕조를 상징"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포르투갈 브라간자 왕조의 문장은 초록색 직사각형이었고, 합스부르크 왕조의 문장은 노란색 마름모였기에, 이 문장의 조합은 바로 두 왕조의 후손이자 브라질의 첫 왕과 왕비였던 페드루 1세와 레오폴디나를 상징하게끔 만들어진 것입니다.


스페인 왕실의 문장. 이렇게 결혼하거나 새 영토를 가져서 문장끼리 합치는 일은 흔했습니다.

1889년 공화국이 선포되고 나서, 왕정을 상징하는 문장은 즉시 퇴출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제 새로운 깃발을 만들어야 할 차례였는데, Ruy Barbosa라는 한 변호사가 미국 국기와 거의 동일한 디자인의 도안을 내놓았습니다. 이 깃발은 딱 4일 동안 쓰이고 너무 멋이 없다는 이유로 바로 퇴출됩니다. 공화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Deodoro da Fonseca는 고민 끝에 일단은 공화국이니까 왕정의 문장만 빼고, 색깔은 그대로 두자고 제안합니다. 미국처럼, 주를 하나 더할 때마다 원 안에 별을 추가하는 아이디어도 받아들였습니다. 1889년 그렇게 만들어진 브라질 국기가 지금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브라질 국기의 4단계 진화 과정.


현재의 브라질 국기도 물론 기념용 져지 색깔로는 딱이지만, 논란을 피해 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중 몇 개만 꼽아보자면,


1. 색깔이 너무 많고 특히 중앙이 복잡해서 그리기가 어렵고 깃발 단가가 비싸진다.

2. 중앙의 모토 "ORDEM e PROGRESSO", 질서와 진보가 너무 딱딱해서 포용 정신이 없어 보인다.

3. 별자리 위치가 옛날에 관측한 것이기 때문에 천문학적으로 틀렸다(...)


2, 3번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기가 너무 복잡한 것은 조금 아쉬운 점이긴 합니다. 그래도 색깔만 보면, 노랑 초록 파랑이 참 잘 어울리는 예쁜 국기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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