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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Oct 26. 2019

재즈와 브라질 음악은 형제사이

브라질 문화

여름만 되면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보사노바는 비록 브라질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거의 재즈 레퍼토리로 취급됩니다. 재즈로 돈 버는 꿀팁: 여름엔 보사노바 겨울엔 캐롤 재즈 연주자들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일종의 노래방 책인 리얼북에 아마 미국 다음으로 많은 노래를 등재한 나라가 브라질일 것입니다. 보사노바 곡만 해도 수십 개가 들어가 있거든요. 어쩌다가 재즈 책에 이렇게 많은 브라질 노래가 올라간 것일까요?




아무래도 전투기를 보내는 것보다는 재즈밴드가 싸게 먹히거든.


"Take Five"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데이브 브루벡이 정부 후원으로 외국에 공연하러 가면서 남긴 뼈 있는 농담입니다. 그도, 그를 보낸 미국 국무부도, 재즈 음악이 전투기보다도 강력한 소프트 파워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1960년대 케네디 정권은 미국의 재즈 뮤지션들을 남미나 아프리카로 보내는 "Goodwill Tour"를 적극 추진했고, 그 일환으로 Paul Winter, Charlie Byrd 같은 뮤지션들이 브라질 땅을 밟게 됩니다.


문제는 재즈를 알리라고 보냈던 미국인들이 반대로 브라질 음악에 완전히 빠져서 왔다는 점입니다. 기타리스트 찰리 버드는 브라질에서 접한 보사노바라는 음악을 스탄 겟츠에게 들려주었고, 둘은 의기투합하여 1962년 <Jazz Samba>를 내놓게 됩니다. 이 앨범은 1963년 "이파네마의 소녀" 대박의 디딤돌이 되었고 재즈와 브라질 음악은 그 뒤로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 저은 재즈 뮤지션들에 의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재즈 뮤지션들이 앞다투어 브라질 음악에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즈와 브라질 음악의 기틀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둘 다 친숙한 4/4박에, 투 파이브 원(2-5-1)으로 불리는 코드 진행을 많이 사용합니다. 재즈 연주를 정식으로 배운 사람은 누구든, 브라질 음악의 코드만 있으면 본인이 갈고닦은 프레이즈와 테크닉을 맘껏 펼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 비슷함에는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피싱기냐의 쇼루 밴드. 뉴올리언스 재즈 밴드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재즈와 브라질 음악이 발전한 과정을 보면, 두 음악 다:

1. 아프리카의 리듬과 유럽의 화성이 만나
2. 20세기 초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겪으면서
3. 국민 음악으로 지정되고
4. ABA, ABACA의 형식을 공유하며
5. 정박이 아닌 엇박자의 스윙감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유투브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20세기 초 남아메리카는 각국의 이민자들로 북적이며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브라질 사람들도 라디오나 음반으로 재즈, 탱고, 폭스트롯, 랙타임을 들었습니다. 그중 브라질 대중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싱기냐(Pixinguinha) 는 특히 재즈에 관심이 많아, 본인이 불던 플루트를 테너 색소폰으로 바꾸고 스캇 조플린(Scott Joplin)의 랙타임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곡들을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재즈처럼 즉흥연주의 비중도 늘렸습니다. 1922년 그의 밴드 Os Oito Batutas는 브라질을 대표하여 유럽을 투어했는데, 파리에서 관객들이 가지 말라고 붙잡는 바람에 며칠을 더 있기도 했습니다. 피싱기냐는 유럽에 있으면서 배운 클래식과 재즈 음악의 화성을 아낌없이 브라질 음악에 접목시켰고, 그가 쓴 곡들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피싱기냐는 브라질의 루이 암스트롱 어쩌면 그 이상입니다.


재즈와 닮아있는 피싱기냐의 곡, Segura Ele


정리하자면, 1920년대에 피싱기냐가 심은 재즈의 씨앗들이 자연스럽게 기악곡 위주의 쇼루에서 1940년대 떼창과 타악기 위주의 쌈바로 넘어왔고, 또다시 1950년대 보사노바로 떠내려온 것입니다. 미국에서 날아온 재즈 뮤지션들이 브라질 음악을 들어보고 뭔가 친숙하다고 느낀 점은 우연이 아닙니다. 두 음악은 비록 대륙은 달랐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듣는 브라질리언 재즈는 어쩌면, 태어나면서 갈라졌던 쌍둥이가 50년 후 서로를 다시 만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평소 재즈를 좋아했다면 오늘은 보사노바를, 보사노바를 좋아했다면 쇼루와 쌈바를 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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