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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Feb 16. 2024

걸러야 할 남자 유형에 끌리는 심리학적 이유

내 남자는 셰퍼드일까 늑대일까?

브런치의 특성인지 아니면 사랑이 조금씩 결여되어 가고 있는 사회의 특징인지, 최근에 이별과 이혼 스토리를 많이 읽다가 좋은 글을 보았습니다. 내용은 만나면 안 될 남자의 유형이라는 글인데 "자기중심적, 나르시시스트적, 성적, 공격적인 남자"에게 한번 데이고 나서 이런 유형은 절대 피해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릴케가 일기에 남겼던 한 문장을 인용하면서 시작해 볼까 합니다.


만일 나의 악마들이 나를 떠난다면, 나의 천사들도 같이 떠나 버릴 거야.
- 레이너 마리아 릴케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만납니다. "내 남친/남편은 다 좋은데, 딱 이거 하나가 문제야!" 


저는 인간의 장단점은 이분법적으로 딱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만일 내 남편이 다 좋은데 너무 우유부단하고, 성취욕이 없다고 해서, 다음 날 지니에게 소원을 빌어서 남편의 성격을 보다 진취적이고 강하게 바꿨다고 가정해 봅시다. 과연 문제가 해결될까요? 남편은 직장에서 성공을 거둘지도 모르지만, 바로 다음 날부터 그는 당신과 더 자주 다툴 것이고, 사소한 것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한 문제를 다른 문제와 맞바꾼 것이나 다름없고 어쩌면 더 나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이 딜레마를 가장 잘 보여주는 스탠리 큐브릭의 명작이 바로 배리 린든(1975)입니다. 영화 초반부에서 배리는 충동적이고, 용맹하고, 성취욕을 불태우는 강인한 남자로 묘사됩니다. 그는 필요에 따라서는 배신을 때리기도 하고, 사기도박도 쳐가며 한 단계씩 출세의 길에 오릅니다. 평민에서 시작해 만렙을 찍고 결국 귀족 부인과의 연애와 결혼에 성공하는 배리를 보며 관객들은 그의 눈부신 신화에 몰입됩니다.



그러나 결혼 직후 배리는 완전히 돌변해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바람을 피우고, 나중에는 자신의 아들을 폭행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배리의 성공은 하나씩 무너져 내려가고 결국에는 비극으로 마무리됩니다. 역사물이긴 하지만, 배리 린든의 기승전결은 현대의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바로 배리를 성공길에 올려준 공격성, 성취욕, 목표지향성이 그를 결국 파멸로 몰고 갔다는 점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그의 장점들은 모두 속에 파괴적인 단점들 역시 내재하고 있었습니다.




심리학에서도 이것을 주제로 여러 연구가 진행된 바 있습니다. MBTI 말고 가장 학계에서 널리 쓰이는 5가지 성격 요소(Big Five personality trait)는 주요 성격 요소 5가지가 스펙트럼으로 존재하며, 너무 강하거나 약할 경우 장단점이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연애나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경험적으로 깨달아지기도 하는데, 내가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점(꼼꼼하고 자기 관리를 잘함)이 같이 있다 보면 단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결벽증, 잔소리)입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몰피곰"


대체로, 높은 지위에 있는 남성들일수록 외향적이고, 신경적이며, 높은 성실성을 가지고, 낮은 친화성을 띱니다. 빠른 성장을 달성해야 하는 벤처기업의 CEO나, 하루에 억대의 자산을 움직이는 증권가 트레이더를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을 대충 하고, 성실하지 않고, 공격성 없이 우유부단한 사람은 고연봉, 고강도 직군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여기서 어느 부류의 남성이 사회에서 성공하고 더 많은 여성들의 선택을 받을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없습니다.





심리학에 관심 있는 분들이면 한 번쯤 들어 보았을 "악마의 삼각형(Dark Triad)"은 거기서 더 나아가, 왜 싸이코같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성공하는지를 설명하려 합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나르시시스트, 마키아벨리, 싸이코패스와 엮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악마 같은 성향들도 나름대로의 경쟁력이 있습니다.


나르시시스트: 남에게 비치는 자신의 이미지를 매우 신경 쓰며, 자기 관리가 잘 되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마키아벨리: 권력의 흐름을 읽고 줄을 잘 타는 데 능하며, 사람을 잘 이용해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싸이코패스: 매우 즉흥적이고 충동적이며 자극과 성적 쾌락을 추구하기 때문에 원나잇, 연애 상대로 인기가 높습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위의 세 가지 성향들이 마냥 나쁘기만 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현재까지도 성공한 사람들 중 나르시시스트가 은근히 보인다는 점은 사회가 그것을 좋게 평가한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정리해 보면, 위에서 언급했던 피해야 할 남자의 특성은 생각보다 복잡한 양면성을 띠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상처받고 데이면서도 "자기중심적, 나르시시스트적, 성적, 공격적"인 남자를 계속 찾게 되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이들은 얼핏 보기에 매력적이고,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성공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의 공격성은 나와 내 가정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좋은 요소로 작용하며,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는 남자는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기 딱 좋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위험한 남자들을 걸러낼 수가 있을까요?


1. 무조건 거른다: 친화적이고, 충동성이 낮은 남자를 찾으면 됩니다. 대신 위의 빅 파이브에서 언급했듯이, 그에 따르는 단점을 감수해야 합니다.


2. 중간을 찾는다: 가장 이상적인 선택지이긴 하지만 불교에서도 가르치듯이, 중도가 가장 어려운 법입니다.


3. 단점을 감수하고 만난다: 나르시시스트나, 공격적인 남성들도 사람에 따라서는 좋은 배우자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면 안 되는 일에 대하여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온전히 내 편으로 만들 자신감이 있다면 이들의 외모적, 물질적 장점은 취하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선택지는 당신이 셰퍼드와 늑대를 구분할 줄 아는 혜안이 있다는 전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셰퍼드와 늑대의 차이점이 뭘까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1, 2번을 선택하는 길이 날카로운 이빨에 물리지 않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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