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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May 15. 2024

미국의 조금 다른 학벌 보는 법

미국사회에서 학벌의 작동 원리

워싱턴 주립대 캠퍼스 전경


한국은 내신/수능 점수 = 대학 = 학과 = 직장이라는 선형적 랭킹 시스템이 매우 견고한 나라입니다. 즉 대학 = 능력 = 연봉이라는 공식이 은연중에 자리 잡아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특채라던가 가산점, 특별전형 같이 다른 경로가 생기는 걸 꺼려하고 정상적인 제도를 통해서 들어온 사람만을 인정해 주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국에서 학벌 얘기를 하다 보면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논쟁이 있는데 바로 "외국도 학벌 보던데?" 입니다. 더 자세히 들어가자면 "나 미국 사는데 학벌 엄청 보고 그들만의 커뮤니티 있고 취업도 대놓고 학벌, 연줄로 들어가던데?" 입니다. 브런치에서도 비슷한 글을 몇 번 본 기억이 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도 당연히 출신 학교를 봅니다. 한국처럼 블라인드 채용 같은 건 없고 링크드인, 이력서에 써놓도록 되어 있으며, 일부 고소득 직종 회사들(로펌, 컨설팅펌, 투자은행, 빅테크)의 경우 "타겟 스쿨(target school)"이라고 해서 아이비리그 혹은 그 바로 밑 학교들 이하로는 채용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많은 한인, 유학생들이 취업을 목표로 하는 연봉 1억 이상의 직종에 한해서는 한국과 유사한 느낌의 학벌 필터링이 작동하고 있다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일부의 고소득 직종을 제외하면, 미국에서 학벌이 작동하는 원리는 한국처럼 선형적이거나 딱딱하지 않습니다.




성공은 성적순이 아니다


다음은 포츈 500 대기업 CEO들의 학벌을 분석해 본 결과입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하버드, 스탠퍼드 같은 대학이 무조건 탑에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입니다. 무려 위스콘신대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디애나의 퍼듀대학, 뉴욕주립대학, 일리노이대학 같이 "SKY"가 아닌 대학도 대거 포진하고 있습니다. 2019년 조사 결과 11%의 CEO만이 아이비리그 학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나머지 대다수는 주립대나 지방대 출신이었습니다.


포츈 100으로 좁혀서 탑 10을 보면 결과는 더욱 충격적인데 아칸소, 네브래스카, 미네소타 같이 한국인의 시각으로 보면 "지방대"스러운 학교들이 다수 보입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티브 잡스는 리드 칼리지 중퇴였으며 일론 머스크는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는 퀸즈 유니버시티 출신(이후 펜실베니아대 편입)으로 둘 다 SKY와는 거리가 한참 먼 학벌의 소유자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요?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영토가 너무 넓다 보니, 캠퍼스가 여러 개 있는 주립대 시스템이 사실상 그 주의 SKY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에게 아이비리그 대학은 들어가기도 너무 어렵고 학비도 비싸며 굳이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반면에 친구와 네트워크도 많이 만들 수 있고, 적당히 놀면서 공부할 수 있고, 학비가 저렴하거나 거의 없는 수준인 주립대는 미국인에겐 하버드보다도 좋은 선택일 확률이 높습니다. 대학원은 아이비리그로 가더라도, 학부는 주립대의 가성비가 월등히 뛰어납니다. 한국으로 돌아갔을 시 학교 이름의 프리미엄을 고려해야 하는 한국 유학생과는 지향점이 다른 것입니다.




우리가 남이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캠퍼스


학벌이 선형적이지 않다고 한 이유 중 하나는 때때로 그것이 고향 친구를 만나는 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노스캐롤라이나, 미주리 같이 조금 외딴곳에서 대학을 나와서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에서 같은 학교 출신을 만났을 경우 그 효과는 극대화됩니다. 대부분 그 주에 태어나서 살던 사람이 주립대에 진학하기 때문에 마치 타향에서 고향 친구를 만난 것과 같은 반가움을 선사하며 급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실제로도 미국에서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일을 할 경우 이런 식으로 고향 친구가 되면 비지니스 관계에 상당히 도움을 주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대학랭킹이 높다고 좋다고 할 수는 없으며 아이비리그 출신자의 경우 '부모님 집이 잘 사나?' '세상물정 모르는 도련님이겠네' 처럼 엘리트라는 회의적인 인식이 따라올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학벌은 참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결론: 일부 고소득 전문직에서는 학벌을 따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립대 정도면 CEO가 되는 데는 아무 지장 없으며 자신이 가진 인적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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