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문화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니,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
(요한복음서 1:5)
영화 <미션>은 1750년대 라틴아메리카 정글에서 살아가는 과라니족과 예수회 선교사들, 그리고 유럽 열강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영토분쟁을 다루고 있는, 배경만 보면 다소 복잡한 영화입니다. 꽤 오래전에 보았지만 주연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름다운 오보에 음악 덕분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영화인데요, <미션>은 약간의 각색은 있으나 1753년 실제 일어났던 과라니 전쟁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선교사들이 밀림에 건설한 지상낙원은 영화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면서 두 유럽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고, 본국에서 파견된 주교는 씁쓸한 마음으로 예수회와 인디언들의 몰락을 외면합니다. 결국 총포를 앞세우고 쳐들어온 스페인-포르투갈 연합군에 의해 선교지는 불바다가 되고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의 악당은 선교지를 파괴하는 유럽의 군인들과 그것을 묵인한 주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진짜 악당들은 사실 스크린 밖에 있는 포르투갈 용병들이었습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1494년,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라틴아메리카 식민지를 나눠 가지는 토르데시야스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국경이 없는 상황에서 조약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경계선이 스페인에 절대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에, 지금의 우루과이, 히우그란지 두 술 지방에서는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무법지대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던 집단이 바로 포르투갈 용병 반데이란치스(Bandeirantes)들이었는데요, 군대라기보다는 사립 용병에 가까웠던 이 포르투갈인들은 토르데시야스 조약을 무시하고 정글 깊숙이 들어가 원주민들을 잡아 노예로 파는 일을 했습니다.
브라질 역사에서 종종 '두려움을 모르는 개척자'로 미화되기도 하는 반데이란치스들은 실제로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무자비한 용병들이었습니다. 반데이란치스들에게 원주민이 모여 사는 예수회 선교지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기 때문에, 1620년부터 거의 100년 동안 그들은 꾸준히 선교지를 침략해 돈을 벌었습니다. 당시 포르투갈은 국지전을 계속 벌여서 토르데시야스 조약을 흔들어보려고 했기 때문에, 반데이란치스들을 조용히 지원해주기도 했습니다. 예수회와 원주민들에게는 악마 같은 존재였지만 포르투갈에게는 영토확장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 영웅인 셈입니다. (상파울루에는 기념상도 있습니다) 적대행위가 계속되자 스페인 국왕은 1640년 "필요하다면 과라니족에게 총을 쥐어주고 훈련을 시키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본업이었던 포르투갈 용병들은 몇 번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계속 원주민의 땅을 넘봤습니다.
결국 1750년 토르데시야스 조약은 폐기되었고, 새로이 쓰인 마드리드 조약으로 지금의 브라질 남부는 포르투갈에게 돌아갔는데, 이때 접경지대에 있던 예수회와 과라니 부족들도 같이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예수회 선교지의 원주민들은 스페인 법으로 보호되었으나, 포르투갈 법 하에서는 이들을 노예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노예 장사로 떼돈을 벌었던 반데이란치스들이 마드리드 조약을 반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결국, <미션> 후반부에 나오는 전쟁은 포르투갈 용병들의 계획대로 벌어진 일입니다.
조약이 체결된 지 4년 만에 스페인 예수회는 선교지에서 철수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과라니족은 무장한 채 스페인군에 맞서 싸웠고, 스페인군이 원주민들을 몰아내지 못하자 반데이란치스들이 가세한 것입니다. 1756년, 스페인-포르투갈 연합군은 4명의 사상자를 내고 선교지를 탈환했습니다. 전쟁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일방적 학살이었습니다. 그러나 과라니 전쟁 이후에도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마드리드 조약 역시 1761년 폐기되었습니다.
19세기 초, 브라질이 독립 국가로 발전할 즈음, 브라질 내의 원주민은 25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들의 권리와 역사가 인정받기까지는 또 많은 세월이 걸려야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