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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Oct 25. 2019

목화 대신 모카를 가져온 브라질의 문익점

모카씨

브라질은 부동의 세계 1위 커피 생산국입니다. 브라질에서만 세계 커피의 30%가량이 생산될 정도니까요.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브라질에 커피가 전해지게 된 데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1727년 커피가 고부가가치 산업임을 알아본 브라질 정부는 커피 종자를 구해오라는 비밀 임무를 프란시스코라는 한 육군 중령에게 맡겼습니다. 프랑스령 기아나에 위장 파견된 프란시스코는 그곳의 커피농장이 철통처럼 감시되고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는데, 무려 그 지방 시장의 아내(!)를 꼬시는 데 성공한 프란시스코는 기아나 정부의 눈을 피해 그녀가 작별 선물로 준 꽃다발 안에 커피를 숨겨올 수 있었습니다. 문익점은 한국에 솜옷을 주었지만 프란시스코는 브라질에 엄청난 기간산업을 들고 온 셈입니다.


미나스 제라이스의 스케일이 다른 커피농장


이렇게 브라질에 전파된 커피는 1800년도부터 브라질 남쪽 상파울루와 히우 지방에 심어지기 시작해 1850년도에는 브라질 최고의 효자상품이 되었습니다. '테라로사'라 불리는 넓고 비옥한 땅 그리고 값싼 노예 노동력을 활용한 브라질 커피 플랜테이션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둬들였으며 이 때문에 한동안 브라질 정치를 상파울루 그리고 낙농업이 발전한 미나스 제라이스 두 군데에서 독점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Cafe com leite, 커피와 우유 정치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번영은 노예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브라질 여행간 사람들이 줄기차게 사오는 이과수커피. 근데 카누가 더 맛있어요...


20세기 초에는 세계 생산량의 40-50%까지 차지했을 정도로 커피의 나라인 브라질이지만 정작 브라질 커피가 맛있다고 칭찬하는 사람은 적은데, 그 이유는 인스턴트나 분쇄커피 시장에 치중하다 보니 대량생산을 주로 하기 때문이고, 브라질 사람들이 주로 Cafezinho라고 하는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끓인 커피에 설탕을 넣은 맛을 더 선호해서입니다. 지금도 브라질의 농장들에서는 커피가 강처럼 쏟아져 나오지만 카페에 나가서 커피를 시켜 보면 그다지 맛은 없습니다. 바리스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모카 시다모, 게이샤 같은 고급 커피는 아닙니다.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협회에서 만든 맵입니다. 현재 최고 등급의 커피는 6번 Cerrado Mineiro에서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Cup of Excellence 같은 고급 커피 경매를 비롯해 스페셜티 커피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에는 브라질 농장들도 양보다 질에 치중해 Santos나 Cerrado, 그리고 소규모 농장에서 집중 관리하는 고급 원두들을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상투스나 쎄하두(대부분 '세라도'로 잘못 표기됨)는 구수하면서 산미가 덜하기 때문에 블렌딩 베이스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아라비카의 일종인 버번도 재배되고 있는데 독특한 신맛을 지닌 Bourbon Santos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점차 고급 커피를 찾는 수요층이 는다면, 브라질 농장들도 대량 생산 말고 좀 더 다양한 맛의 커피를 만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up of Excellence에서 커피감별사들이 일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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