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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Jan 23. 2021

쌈바 맛깔나게 연주하는 법 -1-

강약 조절하기

만약 국악을 배우려고 하는 브라질 사람이 한국에 가지 않고 집에서 유투브 동영상과 책으로만 국악을 공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노력 여하에 따라서 꽤 정확한 발성이나 테크닉을 갖게 될 수는 있겠지만, 한국인들과 같이 연주해 본 적이 없다면 특유의 느낌을 살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100년이 넘은 전통음악인 쌈바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는 (주로 재즈나 실용음악) 교본을 통해서 꽤 근접하게 쌈바나 보사노바를 연주할 수 있지만, 브라질에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브라질에 가서 공연을 뚫어져라 보고 영상을 분석해 본 결과, 브라질 사람들은 듣고 자라서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모를 가능성이 있는 몇 가지 연주 포인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정도면 거의 타악기 오케스트라


1. 악기를 들고 있다고 항상 연주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재즈 트리오, 쿼텟의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은 악기가 하나라도 쉬고 있으면 이상하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악기 종류가 많고 각자의 개성이 강한 쌈바에서는 오케스트라가 그렇듯이 전략적으로 들어갔다가 나와야 음악이 지루하지 않게 들립니다. 쌈바 연주의 정석을 잘 보여주는 Arlindo Cruz의 Meu Lugar를 들어보면 악기가 하나씩 탑을 쌓듯이 참여하는 것이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윤상의 '이사'가 매우 비슷한 도입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Meu Lugar - Arlindo Cruz

순서:

플룻+기타 (0:00-0:10)

보컬+기타 (0:10-0:23)

보컬+기타+까바끼뉴+땅보링 (0:23-0:35)

보컬+기타+까바끼뉴+땅보링+빤데이루+수르두 (0:35-0:55)

보컬+기타+플룻+까바끼뉴+땅보링+빤데이루+수르두+땅땅+코러스 (후렴구 Madureira~!)


그러다가 조용한 브릿지 부분에서는 악기도 줄고 큰북(수르두)의 음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분위기를 바꿔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보컬+기타+플룻+까바끼뉴+빤데이루+땅땅 (2:05)


수르두, 빤데이루처럼 음량과 존재감이 큰 타악기일수록, 음량을 변화시키거나, 빠졌다가 다시 들어오는 편곡법이 무척 효과적입니다. 그러면 언제 빠지고 언제 들어가면 되느냐?



2. 섹션에 따라서 연주도 달라야 한다


우리는 한국인이니까 다음 노래가 어떻게 연주되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 독창
 (쾌지나 칭칭나네) - 제창
늙어지면은 못 노나니 - 독창
 (쾌지나 칭칭나네) - 제창

독창은 1명만 부르니까 당연히 소리가 작아야 잘 들릴 것이고, 제창 부분은 다 같이 부르는 신나는 부분이니까 풍악을 울릴 것입니다. 쌈바도 똑같이 하면 됩니다. 쾌지나 칭칭나네 처럼 한 줄 메기고 한 줄 받는 옛날 쌈바도 있긴 하지만, 절대다수의 쌈바는 A - B 형식을 따르고 있으며, 둘 중 하나는 따라 부르기 좋은 후렴구입니다. 


Nao Quero Saber Mais Dela - Fundo de Quintal


쌈바 파고지의 정석을 보여주는 Fundo de Quintal이 연주한 위 노래의 경우 A (Nao quero saber mais dela...) 부분이 합창이고 B (Foi embora por que quis...) 부분이 독창인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부르는 순서를 보면 A를 2번 반복하는데, 첫 번째 A (0:16 - 0:58)를 자세히 보면 베이시스트, 기타리스트, 수르두 연주자는 아예 손을 놓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Meu Lugar와 동일하게, 악기가 하나둘씩 들어오면서 풍성함을 주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다가, 독창인 B부분이 시작되는 1:40부터는 베이시스트, 수르두 연주자가 다시 손을 놓고, 밴드의 음량도 작아집니다. 1:59분경 독창이 끝나고 제창으로 넘어가기가 무섭게, 드럼 연주자가 크래쉬 심벌을 치면서 다시 제창으로 넘어왔음을 강조해 주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쌈바 공연 실황을 보면 종종 수르두 연주자가 쉐이커나 땅보링처럼 다른 악기를 옆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조용한 섹션에서 악기를 바꿔서 차이점을 주려는 것입니다. 물론 브라질 사람들도 (특히 야외 공연이나 댄스 파티의 경우) 이런 A-B 분리를 크게 하지 않고 넘어가기도 합니다만, 광란의 파티가 아닌 이상 쌈바 여러 개를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음량과 리듬으로 연주하면 자칫 단조롭게 들릴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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