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담은 무엇인가를 잃으면 슬플 줄 알았는데

슬펐지만 아무것도 아니었음은 죽도록 슬펐다

by 시시

"니가 사라지면 난 없어져버릴지도 몰라" 볼빨간사춘기의 노래 'Mermaid' 가사입니다.


고조되는 멜로디와 서글프고 애절한 가사 때문에 너무나 슬픈 노래입니다. 더 슬픈 것은 아파하는 모습을 그리고 난 뒤에도 찾아옵니다.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에 나는 내가 생각하는 소중한 이유들을 차곡차곡 담아둡니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 내가 그것을 좋아하는 이유. 하나하나 가지런하게 담아놓는 과정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런 내 생각들, 마음들, 의미들을 담은 것을 놓치게 되면 너무나 슬픕니다.

내가 옮겨두었던 자아가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슬픈 것이겠지만.


하지만 더 슬픈 것은 나중에 찾아옵니다. 잃었던 것이 더 이상 생각이 안 나고 잊어버릴 때입니다. 아, 내가 애쓰면 담았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그럼 이내 지금 내가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것들은 뭘까. 내가 지금 관심을 가지고 깨질까 무너질까 노심초사하는 이것 들고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이런 자각은 또 다른 슬픔과 공허함을 가져옵니다.


"니가 사라지면 난 없어져 버릴지도 몰라

아주 조용한 바닷속으로 사라질 지지도 몰라"


이 가사보다 더 슬픈 것은 아마 그럴 줄 알았는데 너무나 멀쩡히 지내는 지금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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