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사랑을 사게 만듦으로써 얻는 역한 자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입으로 하는 말과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뜻이 다르더라도 일단은 믿고 갈 수밖에 없다.
또 당하고 또 당하고 희망을 잃고 좌절하다가 또 당하더라도. 일단은 믿고 갈 수밖에 없었다.
희망을 잃는 것은 죽는 것과 같다는 생각에. 거짓이라고 단정 지으면 겪게 될 좌절된 하루하루를 지낼 것이 두려워 결국은 거짓이라도 어쩔 수 없다며 믿는 것을 택했다.
정작 잘못된 것은 진실과 거짓 중 무엇을 택했느냐가 아니라 왜 나는 믿었고 현재와 동떨어졌느냐였다.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믿음. 정성 들인 만큼 받게 될 거고 그때까지 버티겠다는 다짐.
그건 없다.
현재 내 눈 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지금 없으면 없는 것이다. 그들은 어제보다 오늘 나에게 주었는가?
아니라면 현재에 없는 것이고 나에게 그 무엇도 주지 않는 관계일 뿐이다.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었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니 참 우습다. 그저 바라보았으면 될 것을.
희망이 없으면 절망뿐이라는 두려움을 샀다. 타인이 없으면 존재가치가 없을 뿐이라는 사랑을 샀다.
가장 귀한 나의 자유를 주고. 나의 시간을 주고 그렇게 불공정한 거래를 했음을. 거기에 빠져들어 즐거웠음을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