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라는 이름의 화폐

생각의 서고 40화

by 소는영

1.

사람은 경험을 통해 습득한 "개념"을, 각자의 도메인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치환한 후, 각자의 화폐로 사용한다. 도메인(domain)이란, 전문영역을 뜻하며 이때의 '전문'은 비단 법적인 개념에서의 보호받을 이익이 있는 것에 한하지 않는다. 그것의 명칭이 "지혜"나 "노하우"로 불리우든 상관없다.


가치보존적 성격으로서 의미에서의 "화폐"는 도메인 내에서의 활동에 멈추지 않은 채, 영역 밖으로의 확장을 모색한다.



2.

이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일련의 사람은, 정의하기에 따라 [사회 내(內)인간]이 되거나 [사회 외(外)사람]이 된다. 인간이 사람(人) 사이(間)을 뜻하며 생각건대 사람과 인간을 구분할 수 있음에 기인한 사유는 아니었을지 사료한다.



3.

영역 밖에서 마주친 자는 그렇게 [사회 내 인간] 으로서 "타자"로, [사회 외 사람]으로서 "타자 이외의 대상"으로 대분(大分)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라벨링(labeling)으로 인식의 구분이 종착(終着)되는가?


그렇지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무리는, 단지 집단으로서의 외관적 형질을 가진 것에 머물지 않고, "우리"라는 별호(別號)를 직함에 새기기 시작한다. 예컨대 "나"의 도메인은, ["우리" & 사회 내 인간]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객전도로의 이행은, 별호에 불과하였던 "우리"를 [타자]와 [타자 이외의 사람]을 모두 ["우리" 이외의 여집합]으로 새로이 분류하려는, 획일화로서 폭력을 가시화하기에 이른다.



4.

앞서 언급하였듯, 언어라는 화폐는 가치보존의 수단을 넘어 도메인 외부로의 확장을 도모한다. 이때의 화폐 '예시'와 [화폐, money]의 차이가 있다면, 전자와 달리 후자는 양적완화를 통해 현금유통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5.

그러나 전자는 그렇지 않다. 화폐로서 교환수단(이때의 교환의 목적 및 대상은 도메인 내에서 축적한 지식과 정보를 총칭한다)으로 용인되는 언어는, 필연적으로 문자를 구성요소로 삼아야하는데, 문자의 양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한정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단어를 새로이 창출하는 것도 일견 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어사용의 기본으로, "경제성"을 중요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러한 지적이 과연 온당한지 의구심이 든다.



6.

요컨대, 주어진 문자의 물리적 자원제약 하에서 우리와 우리 이외의 여집합이 사용할 수 있는 "단어"는, 중첩이 불가피하다.


"보통"이라는 일상언어를 사용한다고 했을때, "보통"이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상태를 함의하는지에 관하여, 서로 다른 도메인에서 살아온 A와 B가 우연히 마주쳐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보통"인가. 산술적으로 표현이 가능하다면, 몇 퍼센트까지 "보통"의 영역에 넣을 수 있는가.



7.

그렇다면 "공감"이라는 개념은 어떠한가? 엄밀한 의미에서의 공감을 사용하는 도메인의 인간은,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활용하는 도메인의 그들과 [같은 언어를 쓰지만 동시에 다른 언어를 쓰는 셈]이다. 그렇게 대화는 나와 타자, 나와 타자 이외의 사람의 도메인 간극을 좁히기 위한, 화폐의 환전소가 된다.



8.

나는 타자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답을 위해서라도, 나부터 "우리"라는 이름의 배타성을 직시히여 경청의 시간을 늘려야겠다 다짐한다.

언어라는 이름의 화폐는 """나 이외의 모든 자"를 연결할 수 있는, 현재로선 유효적절한 수단일터이니.




2025.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