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고지기의 생각, 제6면
나나는 알까. 엘비가 어떤 상태인지.
안다면 어느 정도까지 알까.
사실 아는데 그것을 현현(顯現)할 방도가 생각안나는 게 아닐까.
내가 ‘이런 것’을 생각하는 것처럼.
인간도 무릇 그 상위의 존재가 있는 건 아닐까.
보호자인 내가 반려동물인 나나를 바라보듯, 진정한 ‘주인님’께서 ‘자유의지’의 목줄을 걸어 나를 보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엘비의 남은 생을 알았을 때, 많은 후회와 연민으로 충격을 받았듯, 나의 주인님 역시 ‘나’를 볼 때 같은 생각이었을까.
시계가 새벽 3시 38분을 가리키며 나를 가르친다. 아침이 오고 있다.
나나가 나를 바라본다. 나도 나나를 바라본다.
생각이 많은 밤이다.
2020.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