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의 형사법적 규율을 위한 시론(試論)

생각의 서고, 11화

by 소는영



I. 서론: 국가폭력과 형법의 패러다임, 그 전환을 요구하기 위한 일보(一步)



본고는 김성돈의 논문 [형법의 과제, 형법의 한계 그리고 리바이어던형법](이하 '대상논문')을 비판적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대상논문은 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 사건에서 촉발된 바와 같이, 불법적인 공권력의 행사, 즉 '국가폭력(Staatliche Gewalt)' 에 대해 기존의 형사법적 대응이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음을 지적한다. 이 문제의식은 국가폭력의 직접적 행위자인 공무원 개인의 처벌을 넘어, 그 배후에 있는 '국가(Staat)' 자체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라는 법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근대 이후의 형법(Strafrecht)은, 형벌권을 독점한 국가가 개인을 심판하고 처벌하는 수직적 구조를 견고한 전제로 삼아왔다. 이러한 국가주의적 패러다임 하에서는, 국가 스스로가 형법의 규범수신자(수범자, Normadressat)이자 책임의 주체로 상정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형법은 국가가 개인을 향해 사용하는 '칼'이었을 뿐, 그 칼날이 국가 자신을 향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의거, 본고의 목적은 대상논문이 제시한 "국가폭력의 주체인 국가를 형사법정에 세울 수 있는가"라는 핵심적인 물음 에 답하기 위해 제안된 '리바이어던형법(Leviathan-Strafrecht)' 모델의 이론적 구조와 그 방법론적 함의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데 있다.


첫째, 대상논문의 방법론적 기초가 되는 '헌법과 형법의 과제분할'이라는 명제를 '비판적 법실증주의'의 관점에서 재조명하여 그 법철학적 위치를 확정한다.

둘째, '리바이어던형법'이라는 구상의 핵심 전제인 '국가의 형사책임 주체성' 문제를 '방법론적 개인주의' 비판과 '니클라스 루만의 체계이론(Systemtheorie)' 원용을 통해 분석한다.

셋째, 이 철학적 구상이 어떻게 구체적인 법도그마틱(Rechtsdogmatik)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 즉 국가의 '행위'를 형사법적으로 구성하는 문제를 '간접정범' 이론, 특히 '조직지배(Organisationsherrschaft)' 법리를 통해 심화·발전시킨다.


대상논문은 단순한 형법 해석론의 전개가 아니라, 헌법, 법철학, 형법의 경계에 선 법학방법론(juristische Methodenlehre)적 시도라는 점에서 그 독창성이 드러난다. 김성돈은 '국가폭력'이라는 실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형법 도그마틱 내부에서의 미시적 조정(예를 들면, 공무원의 개인책임 강화)을 시도하는 대신, 문제의 근원이 도그마틱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는 패러다임, 즉 '형법이란 무엇인가'라는 법철학적 전제에 있음을 간파한다. 따라서 그는 형법의 근거와 한계를, 형법 내부가 아닌 헌법에서 찾는 '방법론적 전환'을 우선적으로 수행하는바, 이는 법이론의 혁신적 적용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II. 헌법과 형법의 '과제분할(Aufgabenteilung)'과 그 법철학적 함의


1. 형법의 본질, 법익보호(Rechtsgüterschutz)를 위한 '자유제한법'


대상논문은 형법의 본질을 규명함에 있어, 종래의 통설적 견해, 즉 형법이 '자유보장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명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김성돈은 형법의 현실적 기능이 '자유보장'이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하여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라는 '헌법적 법익(verfassungsrechtliche Rechtsgüter)'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의 기본권을 가장 강력하게 제한하는 '자유제한법(Freiheitseinschränkungsgesetz)'이라고 단언한다. 형법의 탄생과 존재 이유는 본질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2. 법익개념의 기능 상실과 헌법의 '자유보장법' 지위


형법이 '자유제한법'이라면, 그 제한의 한계는 어디에서 오는가? 계몽주의(Aufklärung)이래 형법학은 '법익(Rechtsgut)' 개념이 그 한계 원리로 기능한다고 설명해왔다. 즉, 법익 침해가 없는 곳에 형벌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상논문은 오늘날 법익개념이 "실제로 가벌성을 제한하는 한계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으며, 형사입법자를 구속할 전(前)실정법적 척도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오히려 법익개념이 도덕이나 윤리 영역의 '사이비(似而非)법익'을 형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법익침해의 전(前)단계를 처벌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등, 형벌권 행사의 '적극적 근거'로 전락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형법의 '자기제한(Selbstbeschränkung)' 시도가 실패한 이상, 형법을 제한하는 한계선은 형법 '외부', 즉 상위 규범인 헌법(Verfassung)에서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3. 진정한 '범죄인의 마그나카르타': 헌법(Verfassung)


이러한 '과제분할'의 논리적 귀결로서, 대상논문은 진정한 '범죄인의 마그나카르타'는 형법이 아니라 헌법이라고 선언한다. 헌법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 비례성원칙, 그리고 책임주의 등, '자유보장을 위한 헌법적 지침(verfassungsrechtliche Richtlinien)' 을 명시함으로써, 자유제한법인 형법의 무한질주에 제동을 거는 '자유보장법(Freiheitsgarantiegesetz)'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다.



4. 보론: '비판적 법실증주의'의 관점에서 본 방법론


대상논문이 전개하는 방법론은, 법실증주의가 '법률과 법의 동일시(Identität von Gesetz und Recht)' 를 통해 실정법의 내용적 정당성을 묻지 않는 경직성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일전의 글에서 다룬, 김대휘가 제시한 '비판적 법실증주의' 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사료해본다. 물론, 양자의 비판적 규준에는 차이가 있다. 비판적 법실증주의가 정의나 신의칙과 같은 법질서 '내재적 법원리'를 통해 실정법(특히 판례)에 대한 규범통제(Normenkontrolle)를 시도한다면, 대상논문은 '헌법'이라는 '외부적'이면서 동시에 '상위의(übergeordnet)' 실정규범을 통해 형법 전체의 정당성을 비판하는 거시적 접근을 취한다.


이러한 접근은 현대 형법이론의 근본적 딜레마, 즉 법익론(Rechtsgutslehre)의 규범적 약화에 대한 헌법적 해답을 제시한다. 법익 개념이 입법자를 효과적으로 구속하지 못하고 사실상 모든 것을 법익으로 선언할 수 있게 되면서 형법의 팽창(Pönalisierung)을 막지 못하는 이론적 위기에 봉착했다. 대상논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익이라는 '내용적' 기준 대신 '헌법적 지침'(예를 들면, 비례성원칙)이라는 '절차적-실질적' 기준으로 형법 통제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킨다. 이는 법익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법익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최종 기준이 형법 내부가 아닌 헌법에 있음을 선언하는 '헌법합치적 법익론'으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III. '리바이어던형법(Leviathan-Strafrecht)'의 구상: 시민과 국가의 이분법


1. '과제분할'의 핵심 귀결


대상논문은 앞서 정립한 '헌법과 형법의 과제분할'로부터 6가지 핵심 테제를 도출한다. 그 논리적 핵심은 다음 두 명제에 응축되어 있다.

테제 1: 헌법의 수범자는 '국가'이다. 법치국가원칙(Rechtsstaatsprinzip)은 본질적으로 국가권력을 제한하기 위해 '국가'에 대해 명하는 헌법의 명령이다.

테제 2: 자유보장적 헌법적 지침들의 적용대상자는 '국민'이다. 형법의 한계 원칙들(예: 책임주의, 비례성원칙)을 통해 자유를 보장받는 주체는 '국민(시민)'이지, 국가 스스로가 아니다.

국가는 기본권 보장의 '의무주체'일 뿐,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다. 따라서 국가는 국가폭력을 행사하고도, 자신이 '시민'을 위해 마련한 헌법적 지침(형벌권 제한 원칙)이라는 보호막 뒤로 숨을 수 없다.



2. 귄터 야콥스의 이분법에 대한 비판적 수용


이러한 '주체 분리'의 논리를 바탕으로, 대상논문은 귄터 야콥스(Günther Jakobs)가 제시한 '시민형법(Bürgerstrafrecht)'과 '적대자형법(Feindstrafrecht)'의 이분법적 구도를 비판적으로 원용한다. 이때 야콥스의 논리는, 적대자(예를 들면, 테러리스트나 조직범죄자 등)는 법질서의 근본을 부정함으로써 사회계약(social contract)을 스스로 파기한 자이므로, 더 이상 '시민'이 아니며, 따라서 '시민형법'이 보장하는 인권적 보호(예를 들면, 적법절차원칙)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밝힌다.


대상논문은 이러한 야콥스의 구분에 대해 근본적인 비판을 제기한다. 아무리 위험한 상습범죄자나 테러리스트라 할지라도 그는 여전히 '인간(Mensch)'이자 '기본권 주체'인 '시민'인 이상, 그가 법질서를 부정했다는 이유로 그의 '인간'으로서의 지위나 '시민'으로서의 기본권 주체성을 박탈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도 '시민형법'의 헌법적 지침은 예외 없이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



3. '시민/국가' 구도로의 패러다임 전환: '리바이어던형법'


대상논문은, 앞서 살펴본 야콥스의 '시민 v 적대자' 구도를 '시민 v 국가'라는 새로운 이분법적 구도로 재설정한다. 헌법적 지침의 적용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법질서에 대한 태도'(충성 v 적대)가 아니라 '헌법상 지위'(기본권 주체 v 기본권 의무주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구도 하에서, 진정한 '비(非)시민', 즉 헌법적 보호의 대상(기본권 주체)이 아니라 헌법적 의무의 대상(기본권 보장 의무주체)인 존재는 야콥스의 '적대자'가 아니라 바로 '국가(Staat)' 자신이다.

스크린샷 2025-11-08 193356.png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러한 명명은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의 법철학을 의도적으로 전복시킨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법(Law)을 제정하는 주권자이며, 그 자신은 법 '위에' 군림한다. 이는 '법의 지배(Rechtsstaat)'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를 의미한다. 대상논문은 근대국가가 바로 이 리바이어던으로서 (형)법 위에 군림해왔다고 진단하면서, 이때 '리바이어던형법'이란, '리바이어던을 위한 형법'이 아니라, '리바이어던을 처벌하기 위한 형법'이다. 즉, 법 위에 군림하던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법 '아래로' 끌어내려 형사책임의 주체로 삼음으로써, '법에 의한 지배'를 진정한 '법의 지배'로 완성시키려는 고도로 철학적이며 역설적인 비판이다.



4. '준(準)리바이어던형법'의 법리


더 나아가 대상논문은 국가폭력에 '동원된' 공무원을 위한 제3의 모델을 제시한다. 공무원은 '반민반관(半民半官)', 즉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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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중적 지위에서 핵심적인 논리적 귀결이 도출될 수 있는바, 공무원은 시민에 대해 '신뢰보호'의 의무를 지는 주체인 이상, 스스로 '신뢰보호의 이익'을 주장할 수 없다. 나아가 국가폭력에 가담한 공무원에게는 공소시효제도, 소급금지원칙, 그리고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과 같이, 법적 안정성(Rechtssicherheit)과 신뢰보호에 기반한 헌법적 지침들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준-리바이어던형법'의 핵심 내용이다.






IV. '리바이어던형법'의 핵심 전제: '국가'의 형사책임 주체성


1. '리바이어던형법'의 선결과제


'리바이어던형법'이라는 구상이 '공허한 수사'(Rhetorik)에 그치지 않고 작동가능한 규범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단체는 범죄를 범할 수 없다(societas delinquere non potest)"는 로마법 이래의 형법 도그마를 깨고 '국가' 자체를 형법의 주체(Rechtssubjekt)로 인정해야 하는 선결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2. 전통적 개인책임의 한계와 비판


전통적인 형법이론은 '방법론적 개인주의' 에 기초하여 모든 법적 책임을 '자연인'으로서 개인에게 환원시키려 한다. 이 관점에서 '국가폭력'은 '불법을 행한 공무원 개인'의 책임일 뿐, '국가'라는 조직체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대상논문은 이 입장이 조직이나 단체가 개인 구성원들의 행위 총합을 넘어서 갖는 '독자적 다이내믹' 을 설명하지 못하는 '존재론적 환원주의' 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3. 대안적 기초: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의 체계이론(Systemtheorie)'


대상논문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낡은 이분법을 극복할 대안으로서 니클라스 루만의 체계이론을 원용한다. 루만의 이론에 따르면, '조직(국가)'의 행위와 '개인(공무원)'의 행위는 '서로서로 환원될 수 없는(nicht reduzierbar)' 별개의 '사회적 행위귀속'의 형식이다. 이때, '조직'이란, 개인과는 분리된 '폐쇄된 체계'로서, '자기생산적' 의사소통을 통해 스스로를 재생산하며, 개인의 의사와는 분리된 독자적 행위주체성을 가질 수 있다. 이는 국가폭력이라는 현상에 대해, 공무원 개인의 책임(준-리바이어던형법)과 국가라는 조직 자체의 책임(리바이어던형법)을 병렬적으로 묻는 것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는 강력한 기제가 된다.


이러한 접근은 현대 독일법학에서 논의되는 '법인형사책임' 논의를 의도적으로 뛰어넘는다. 형벌이 아닌 과징금 을 부과하거나, '조직과실(Organisationsverschulden)' 이라는 개념을 통해 법인의 파생적 책임을 구성하려 노력하는 독일법학과 달리, 대상논문은 루만의 이론을 통해, 국가의 불법은 단순한 조직과실(감독의무 위반 등)이 아니라 국가폭력 그 자체라는 원천적 불법이며, 국가는 헌법상 '기본권 보장 의무주체'라는 특수한 지위로 인해 일반법인과는 다른 독자적 행위주체로 '존재론적' 격상이 가능하다고 본다.



4. 헌법적 근거 및 패러다임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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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책임주체성은 헌법 제29조 제1항의 '국가배상책임' 규정에서도 이미 확인된다. 이는 공무원의 행위를 '국가'의 행위로 법적귀속시키고, 국가의 '자기책임(Eigenverantwortung)'을 인정한 것이다. 이 헌법적 논리를 형사책임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은, (형)법 위에 군림하던 국가를 (형)법 아래의 개인과 수평적 관계로 전환시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는 (형)법을 '국가주의'에서 해방시키고 '국민주권'의 원리를 형벌권 영역에서 실현하는 길이다.




V. 보론: '리바이어던형법'의 법도그마틱적 실현


생각건대, 대상논문은 "왜" 국가를 처벌해야 하는가(헌법철학적 당위성)와 "누구"를 처벌해야 하는가(국가라는 조직 주체)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답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즉 어떤 형법적 논리(Dogmatik)로 추상적인 국가의 '행위'를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동일시이론(Identifikationstheorie)' 등을 언급하는 데 그쳐 다소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른다. 이 지점에서 '리바이어던형법' 구상은 후속연구인 김성돈(2023)[이하 '후속논문']의 '간접정범' 이론과 결합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된 도그마틱적 형태를 갖추게 된다.



1. 국가의 '행위' 귀속, 그리고 간접정범 법리


'리바이어던형법'의 실천적 적용에서 가장 큰 난제는 '국가'라는 조직체가 어떻게 '행위'하는가이다. 국가는 필연적으로 자연인인 '공무원'을 매개로 행위한다. 이러한 '배후의 조직(국가)'과 '직접 행위자(공무원)'의 구조는 형법총론상 간접정범의 구조에 조응한다.



2. '도구적 이용'을 넘어선 '우월적 의사지배(überlegene Willensherrschaft)'


후속논문은, 대법원이 간접정범의 성립요건으로 일관되게 사용해 온 '도구나 손발 같이 이용하여' 또는 '도구적 이용'이라는 일상적 용어 는 법도그마틱적으로 불명확하며 다양한 사례 유형을 포섭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비판하였는바, 이 불명확한 개념이 '행위지배' 이론에 기반한 정밀한 도그마틱적 개념, 즉 '우월적 의사지배를 통한 행위지배' 라는 개념으로 '규범적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폭력의 상황은 간접정범의 하위 유형인 '조직지배' 법리에 포섭된다.


국가(배후자)는 '우월한 지위' 에서 조직화된 권력구조를 이용하여, 언제든 교체 가능한 '도구'로서의 공무원을 지배하여 범죄를 실현한다. 이 구조 하에서는, 공무원이 범죄의 '고의'를 가졌는지 여부나 심지어 그 자신이 정범으로 처벌되는지 여부('정범 배후의 정범')와 무관하게, 국가는 '우월적 의사지배'를 통해 전체 사건의 '행위지배'를 유지하므로 간접정범(리바이어던형법)으로서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상논문의 철학적 모델과 후속논문의 도그마틱적 모델을 결합할 때, 비로소 '리바이어던형법'은 공허한 철학적 구호가 아니라 작동가능한 법이론을 예시할 수 있을 것이다.





VI. 결론: '리바이어던형법'의 의의와 남겨진 과제


1. 형법의 '탈(脫)국가주의'


대상논문의 의의는 형벌권을 독점한 국가가 스스로를 형법의 적용 대상에서 면제시켰던 '국가주의적 사고' 를 극복하려는 시도에 있다. 국가폭력을 자행한 국가를 형법 아래에 두어 개인과 수평적 관계로 재설정함으로써, 홉스적 '법에 의한 지배'를 넘어 진정한 '법의 지배', 즉 법치국가를 완성하고자 한다.



2. 국민주권의 형사법적 실현


국가폭력의 주체인 국가를 개인 범죄자와 동일하게 형사법정에 세우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의 원리'를 형벌권이라는 국가권력의 최후 보루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3. 남겨진 과제: 법도그마틱 및 입법론의 과제


대상논문은 '리바이어던형법'의 방법론적, 철학적 토대를 견고하게 제공했으나, 그 구체적인 실현은 여전히 중대한 과제로 남아있다. '리바이어던형법'과 '준-리바이어던형법'의 구체적인 구성요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국가라는 조직체에 부과할 형벌의 종류는 무엇인가(예를 들면, '대국민 범죄사실 및 사과내용 공표' ). 공소시효와 같은 핵심적인 헌법적 지침의 적용을 국가와 공무원에게 배제하는 것이 평등원칙 등 또 다른 헌법적 가치와 충돌할 가능성에 대한 심층적인 헌법이론 연구가 요구된다.


최종적으로, 대상논문은 국가폭력이라는 절박한 실천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헌법과 형법, 법철학을 가로지르는 심오한 이론적 성찰을 통해 '국가'와 '법'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선구적 저작이라 평가할 수 있다.




2025. 10. 26




참고문헌(參考文獻)



김성돈, 《형법의 과제, 형법의 한계 그리고 리바이어던형법- 국가폭력의 경우, 형법과 국가 및 개인의 관계에 관한 패러다임의 전환》, 한국형사법학회, 『형사법연구』제28권 제4호, 2016.12., 3-4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