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론적 해석의 이론사적 재구성과 방법론적 함의

서고지기의 생각, 제8면

by 소는영










I. 서론: 목적론적 해석의 개념과 역사적 지평


1. 법률해석의 방법으로서의 목적론적 해석의 의의


법률의 목적론적 해석teleologische Auslegung이란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 해당 법률의 목적, 입법 취지, 그리고 그 기저에 깔린 기본사상을 탐구하고, 그로부터 법률의 구체적인 의미를 확인하는 법률해석의 방법론을 지칭한다. 이는 해석자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정치적, 사회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하여 법의 문언적 의미를 자의적으로 확장하거나 축소하는 편의주의적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목적론적 해석은 법의 목적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이성적 과정을 전제한다. 즉, 해석을 통해 도출될 가능성이 있는 복수의 법규범 대안들이 현실의 구체적 사건에 적용될 경우, 각각 어떤 결과가 발생할 것인지를 예측하고, 그 예측된 결과를 다시금 탐구된 '법의 목적'에 비추어 평가함으로써, 최종적으로 해석된 법규범의 정당성Legitimität을 논증하는 고도의 해석 방법이자 논변의 방식이다.


따라서 목적론적 해석은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구현될 것이 기대되는 목적에 근거한 논변'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본질적으로는 해당 법규가 가지는 객관적 이성, 즉 '법의 이성'을 탐구하는 해석방법으로 귀결된다. 대한민국 대법원 역시 판례를 통해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라는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이러한 해석 방법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2. '내재적 목적론'의 철학적 연원과 법의 '이성' 탐구


목적론적 해석의 이론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철학적 연원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본래 목적론teleology의 기원은 '일정한 것은 다른 어떤 것을 위해 발생하거나 존재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세계관에 맞닿아 있다. 윤리학적 관점에서 목적론은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규범적 기준이 해당 행위를 통해 달성되는 '목적'에 있다는 이론으로서, 행위 자체의 본질적 속성에 주목하는 의무론과 대립각을 세운다.


법률해석의 영역에서 논의되는 법률의 '내재된 목적'이라는 관념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각자의 고유한 목적을 추구하는 내재적 동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철학적 '내재적 목적론'에서 그 이론적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철학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목적론적'이라는 수식어가 단순히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선다'거나 '해석자의 개인적 목적을 투영한다'는 부정적 함의를 자동적으로 내포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기 때문이다. 즉, 목적은 해석자가 외부에서 자의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법규범 체계 내에 이미 '내재'되어 있는 이성적 원리로서 진지한 탐구의 대상이 된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법의 목적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묉 수 있다. 첫째, 외재적 관점)에서 법의 목적은 입법자라는 특정 의사주체가 법이라는 수단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의도로 파악된다. 둘째, 내재적 관점interne Perspektive에서 법은 입법자의 주관적 의도와는 독립된, 법체계 자체의 객관적이고 내재적인 목적을 가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법의 목적, 즉 'Ratio Legis'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유는 유구한 법의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된다. 고대 로마의 법률가 켈수스(Celsus)는 법해석의 핵심 원칙으로서 "법률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그 문언이 아니라 그 의미와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다(Scire leges non hoc est verba earum tenere, sed vim ac potestatem)"라고 천명한 바 있다. 영국 보통법(Common Law)의 전통에서도 "법의 목적이 사라지면 법 자체도 사라진다(Cessante Ratione Legis cessat ipsa Lex)"라는 법언이 판결에 인용되며 법의 목적이 법규범의 존립 근거 그 자체임을 일깨우고 있다.



3. 이론사적 고찰의 방향: 법의 목적과 그 반영의 문제


이러한 깊은 역사적 전통에도 불구하고, 독일 법학계에서 목적론적 해석이 법률해석의 독자적 방법론으로 확고하게 명시된 것은 19세기 초반의 일이다. 이 무렵 법학방법론의 기초를 수립한 사비니(Savigny)는 '법률의 근거Grund des Gesetz' 또는 '법의 이성'에 해당하는 목적론적 요소를 법률해석의 보충적인 고려요소로서 상세하게 제시하였다.


결과적으로 목적론적 해석은 문리적 해석, 논리적·체계적 해석, 역사적 해석과 더불어 법률해석을 수행하는 전통적인 4대 '해석규준[Kanones der Auslegung]'의 하나로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해석규준들은 법적 추론 과정에서 활용되는 구체적인 '해석방법[Auslegungsmethode]'이자 , 해석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해석기준[Kriterien der Auslegung]'이며 , 나아가 법적 판단을 정당화하는 논증 단계에서 활용되는 '논거형식[Argumentformen]'으로서의 복합적 지위를 지닌다. 자연스럽게 이들 해석규준 상호 간에 특정한 서열이나 우열관계가 존재하는지, 만약 존재한다면 그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법학방법론의 오랜 핵심 쟁점이 되었다.


목적론적 해석에 관한 이론의 역사는 크게 두 가지 핵심적인 쟁점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첫 번째 쟁점은 "법에 있어서 '목적'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물음이며, 두 번째 쟁점은 "그렇게 탐구된 목적을 '법률해석'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가?"라는 방법론적 물음이다.


본고는 이 두 가지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기 위하여, 19세기 이후 독일의 법학방법론 논의를 중심으로 목적론적 해석의 이론사를 연혁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사비니, 예링, 라드브루흐의 사상을 중심으로 '법의 목적' 개념이 역사적·체계적 요소에서 출발하여 '이익'과 '가치'의 차원으로 심화되는 과정을 추적한다(II장, III장). 이어서 엥기쉬와 라렌츠의 법학방법론을 통해 목적론적 해석이 방법론적으로 정교화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특히 주관적 해석이론과 객관적 해석이론의 대립이 해석 규준의 분화 및 법형성(Rechtsfortbildung) 이론에 미친 영향을 검토한다(IV장). 마지막으로 알렉시의 법적 논증이론 속에서 목적론적 해석이 합리적 '논거형식'으로 재구성되고, 해석규준의 서열 문제가 '화용론적 규칙'을 통해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을 고찰한다(V장). 이러한 검토를 통해 목적론적 해석이라는 주제 속에 융해되어 있는 법률해석의 기준시점, 법해석과 법형성의 관계, 입법부와 사법부의 관계, 그리고 해석규준의 서열 문제와 같은 법학방법론의 핵심 쟁점들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그 현대적 과제를 조망할 것이다(VI장, VII장).





II. 역사법학과 목적론적 사유의 태동: 사비니의 법률해석론


1. 법률해석의 본질: '법률에 내재된 사상의 재구성'


19세기 독일 역사법학을 창시한 프리드리히 칼 폰 사비니(Friedrich Carl von Savigny)는 1840년부터 출간한 '현대 로마법 체계(System des heutigen Römischen Rechts)' 제1권에서 법률해석의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며 후대 법학방법론의 초석을 놓았다.


사비니는 법률해석의 본질을 '법률에 내재된 사상의 재구성'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는 해석자가 법률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된 입법자의 사상(Gedanke)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재생산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즉, 법률해석은 입법자의 생각을 우리의 생각으로 전달하는 매개체인 '문언'을 출발점으로 삼되, 그 문언에 내재된 사상을 입법자의 관점에서 온전하게 재구성해내는 지적 활동이다.



2. 법률해석의 4요소와 그 상호관계


사비니는 이러한 '사상의 재구성'이라는 해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네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한다.

사비니 이론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네 가지 요소들 사이의 관계 설정이다. 그는 이 요소들 간에 어떠한 우열관계나 적용상의 우선순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네 요소는 해석자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분리된 '방법'들이 아니라, 법률해석이라는 단일하고 종합적인 활동이 성공적으로 완수되기 위해 '통일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상호보완적인 '측면들'일 뿐이라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사비니의 '비(非)서열적' 태도는 법률해석의 다면성을 풍부하게 하였으나, 훗날 이 요소들이 서로 다른 해석 결과를 지지할 경우 어떠한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다원주의Methodenpluralismus'의 난제를 잉태하는 원초적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3. '법률의 근거(Grund des Gesetz)'의 탐구


-3.1. 목적 인식의 확실성 정도와 다면적 성격


사비니는 앞서 제시한 네 가지 핵심 요소에 더하여, 보충적으로 '법률의 근거Grund des Gesetz'를 상세히 탐구할 것을 요청한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법률의 근거'가 통상 '법의 이성(Ratio Legis)'이라고도 불리는 '법의 목적'과 동일한 개념임을 명확히 하였다.


여기서 사비니는 '법률의 근거'가 결코 단일한 개념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는 법률의 근거가 다양한 모습으로 제시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그 다면적 성격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


나아가 사비니는 이 '법률의 근거', 즉 목적에 대한 인식의 확실성 정도를 세밀하게 검토한다. 특히 ① 법률 조문 내에 그 이유가 명시적으로 기재된 경우, ② 법률의 다양한 근거들 사이의 상호 관계가 논리적으로 분명한 경우, ③ 탐구된 근거가 법률의 구체적인 내용과 밀접하게 특정되어 규정되는 경우에는, 그 '법률의 근거'에 더 높은 확실성을 부여할 수 있으며 해석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목적론적 사유를 인정하되, 그 확실성과 구체성의 정도에 따라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그의 실증주의적 태도를 반영한다.



-3.2. '흠결 있는 상태(mangelhafter Zustand)'의 법률과 보충적 해석수단으로서의 지위


사비니는 '법률의 근거'를 전면적인 해석 요소로 내세우기보다는, 특정한 조건하에서 활용되는 '보충적 해석수단'으로 위치시킨다. 그는 법률의 상태를 다음과 같이 엄격하게 구분하였다 :



사비니는 이처럼 '흠결 있는 상태'의 법률을 해석하기 위해서만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보충수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사비니는 '온전한 상태'의 네 가지 요소 사이에는 어떠한 우열관계도 설정하지 않았지만, '흠결 있는 상태'의 세 가지 보충수단 사이에는 적용 범위와 순서에 명확한 '차등'을 두었다. 즉, '입법의 내적 연관'(체계적 요소의 변용)은 모든 흠결(불확실, 부당)에 적용될 수 있지만, '법률의 근거'(목적론적 요소)는 더 많은 주의를 요하며, 특히 '결과의 내적 가치'는 가장 위험한 수단으로서 오직 '불확정적 문언'(Unbestimmter Ausdruck)의 경우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제한하였다.


이러한 위계 설정은 '법률의 근거', 즉 목적론적 해석을 문언이나 체계에 명백한 흠결이 발생했을 때에만 비로소 동원되는 '2차적'이고 '보충적인' 수단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법을 이미 주어진 것(das Gegebene)으로 보고 그 안에서 사상을 재구성하려 했던 사비니의 역사법학적·법실증주의적(positivistisch) 경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다만 사비니는 개별 실정법의 해석을 넘어 '전체 법원(法源)의 해석', 즉 법의 공백(Lücke)을 보충하고 법의 내적 통일성을 추구하는 '법의 발전'이라는 더 넓은 차원에서는, 철저한 탐구를 전제로 '법률의 근거에 따른 확장해석'이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두었다.




-3.3. 사비니 이론의 한계와 후대의 과제


사비니의 법률해석론은 목적론적 요소를 방법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의 이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사비니는 목적론적 요소를 독립적인 해석 규준으로 격상시키진 않았고, 어디까지나 네 가지 핵심 요소에 대한 '보충수단'이자 '2차적'인 지위에 머무르게 하였다. 법을 '과거'로부터 주어진 민족정신의 발현으로 본 그의 역사주의적 관점에서, '미래'를 지향하는 '목적'은 법률의 명백한 흠결을 시정하는 소극적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목적의 종속성'은 필연적으로 다음 세대, 즉 법을 '미래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das Werdende)'으로 파악한 예링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적인 사상적 계기가 되었다.






III. '법의 목적' 개념의 확립; 이익과 가치의 발견


1. 예링(Jhering)의 목적법학: '이익'을 통한 법의 이해


-1.1. '법에서의 목적(Der Zweck im Recht)'과 역사법학의 극복


사비니 이후 19세기 중반, 빈트샤이트(Windscheid)와 같은 민법학자들은 판덱텐법 교과서에서 입법자가 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법률해석에 고려할 수 있음을 언급하며 목적론적 사유를 점진적으로 수용하였다. 그러나 법의 목적 개념을 법사상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는 루돌프 폰 예링(Rudolf von Jhering)의 '목적법학' 주창에서 비롯되었다. 사비니의 제자인 푸흐타(Puchta)의 영향을 받아 역사법학파의 일원으로 성장했던 예링은, 법이 민족정신의 자연적인 역사적 발전에 기초한다는 역사법학의 근본 가정을 거부하였다. 1872년 '권리를 위한 투쟁(Der Kampf um's Recht)'에서 "법의 목적은 평화이고 그 수단은 투쟁이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통해, 법이 '투쟁'을 통해 '목적'을 쟁취하는 산물임을 알렸다.


이러한 예링의 사상적 전환은 1877년 출간된 '법에서의 목적(Der Zweck im Recht)' 1권을 통해 목적법학의 탄생으로 구체화되었다. 이 저작을 통해 예링은 사비니의 '과거지향적' 역사주의에서 '미래지향적' 목적주의로의 법사상적 패러다임 전환을 완성하였다. 법은 더 이상 과거의 민족정신(Volksgeist)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이성적 수단이 되었다.




-1.2. 법의 궁극적 목적: '사회적 생활조건(Lebensbedingungen der Gesellschaft)'의 보장


예링은 '법에서의 목적'에서 인간이 이기심을 가진 동물이자 사회적 존재로서 어떻게 사회를 구성하고 작동시키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그 속에서 법의 목적을 탐구하였다. 그는 사회가 개인의 이기심에 기초하지만, 거래와 협동을 통해 상호 이익을 제공하며 공동체를 형성하고, 국가는 '법'이라는 강제와 보상의 수단을 활용하여 이 관계를 유지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예링은 "법률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며, 그 종국목적은 사회의 존립이다"라고 선언하였다. 그가 제시한 궁극적인 법의 목적은 바로 '사회적 생활조건의 보장'이었다.


여기서 예링이 말하는 '생활조건'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며 다층적인데, 단지 육체적 생존만을 의미하는 협소한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교육, 종교, 예술, 학문 등 인간 활동의 모든 경제적, 정신적, 물질적, 이상적 요소를 포괄하는, 시대와 공동체의 요구에 따라 변화하는 '상대적'이고 '실천적'인 개념이다. 즉, 법은 절대적이거나 이론적인 진리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체적인 상황과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합목적성'의 가치를 담지하는 실천적 규범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법의 목적은 가장 일반적인 '사회적 생활조건의 보장'에서부터 개별 법영역의 목적, 더 나아가 개별 법률의 특수한 목적에 이르는 중층적 구조를 가지게 된다.



1.3. '목적주체(Zwecksubject)'의 다원성과 사회적 강제의 필요성


예링의 목적법학이 지닌 또 다른 핵심적 특징은 '목적주체' 개념의 확립에 있다. 그는 법의 목적을 추상적으로 논할 때는 '사회'가 목적주체인 것처럼 상정할 수 있지만, 현실의 목적주체는 구체적인 '개인'이라고 말한다. 다만 예링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개인이 사회적 인간으로 변모하고, 그 결과 국가, 공동체, 교회, 법인등 '통일체' 그 자체가 개인을 넘어선 독자적인 목적주체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목적주체의 다원성' 개념은, 법의 목적을 '입법자'라는 단일한 주체의 의사로 환원하려 했던 기존의 해석론을 근본적으로 극복하는 중요한 이론적 기여이다. 법의 목적이란 더 이상 단일한 '입법자의 의사'가 아니라, 개인, 집단, 국가라는 다원적 주체들이 각자의 '이익'을 법이라는 형식을 통해 관철하고 보장받으려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인 경합의 장(場)이 된다.


예링에 따르면, 장기적이고 넓은 시야에서 볼 때 국가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은 궁극적으로 합치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 개인들이 근시안적인 태도, 불완전한 지식, 또는 유해한 의지를 바탕으로 사회적 공익을 희생시키고 자신의 특수한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들 사이의 충돌을 조정하고 공동체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사회적 강제(sozialer Zwang)'로서의 법이 필연적으로 요청된다고 보았다.


요컨대, 예링은 (1) 법의 목적이 이기심을 가진 개인들의 상호작용과 이익 추구에서 형성되며, 그 궁극적 목적은 '사회적 생활조건의 보장'이라는 실천적 과제임을 밝혔고, (2) 목적주체가 개인, 집단, 국가 등으로 다원화되어 있으며 이들의 이익이 상호작용함을 규명하였고, (3) 법의 목적이 이익에 기반한 다층적 구조를 가짐을 논증하였다.




2. 라드브루흐(Radbruch)의 법철학; '가치'로서의 법의 목적


-2.1. '법이념'으로서의 합목적성


예링이 '이익'이라는 사실적·경험적 차원에서 법의 목적을 탐구했다면, 구스타프 라드브루흐는 법의 목적을 이념과 가치라는 당위적·초경험적 차원으로 격상시켰다. 라드브루흐는 법이란 '법이념을 추구하고 실현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는 현실'이라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그에게 법의 목적의 핵심은 법을 생성하는 경험적 동기(예: 특정 이익집단의 요구)가 아니라, 법을 평가하는 초경험적 '목적이념' 그 자체였다.


라드브루흐는 예링이 실천적 가치로 제시했던 '합목적성' 개념을 독자적인 '법이념'의 지위로 격상시키며, 법이념이 '정의', '합목적성', 그리고 '법적 안정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이 삼각관계 속에서 '합목적성'은 매우 중요한 실질적 기능을 담당한다. 라드브루흐에 따르면, '정의'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라는 법의 '형식'을 규정할 뿐이다. 이때 구체적으로 '무엇을 같게 볼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다르게 취급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 내용'을 법에 부여하는 것이 바로 '합목적성'의 이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득이 있는 자에게 세금을 부과한다"는 법률이 있을 때, "소득"이라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정의'의 요청이다. 그러나 "왜 근로소득이 아니라 재산소득에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가?" 또는 "왜 고소득자에게 누진세율을 적용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합목적성'의 영역이다. 즉, 조세 부담의 공평한 분배, 소득 재분배, 특정 산업의 육성 등 공동체가 추구하는 다양한 '목적이념'에 따라 그 실질적 내용이 결정되는 것이다.




-2.2. '객관적 해석이론(objektive Auslegungstheorie)'의 정립과 그 논거


라드브루흐가 법의 목적을 '이념'과 '가치'의 차원에서 파악한 것은, 그의 법률해석론과 필연적으로 연결된다. 19세기 말 독일에서는 법률해석의 궁극적 목표를 두고, 법률 제정 당시 '입법자의 주관적 의사'를 찾는 주관적 해석이론과, 법률 텍스트 자체에 내재된 '객관적으로 타당한 의미'를 찾는 객관적 해석이론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라드브루흐는 '객관적 해석이론'을 확고하게 옹호하였다. 그는 "법학적 해석은 법명제의 객관적으로 타당한 의미를 지향한다"고 선언하며, 법률을 제정한 사람들이 제정 당시에 의식하지 못했던 내용이라도 전체 법질서 속에서 도출되는 객관적 의미라면 법의 의지로 확인될 수 있다고 보았다. 해석자는 입법자의 사고 속에 존재했을지 모를 흠결이나 모순과 무관하게, 현재의 법적 사례와 관련하여 명확하고 모순 없는 결정을 법률로부터 도출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객관적 해석이론의 채택은, 그가 추구하는 '법이념'으로서의 합목적성이 '경험적 입법자' 개인의 주관적 의사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 법질서' 속에서 객관적으로 탐구되어야 할 '가치'라는 인식과 일치한다.


당시 필립 헤크(Philipp Heck) 등에 의해 제시된 객관적 해석이론의 정당화 논거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2.3. 상대주의(Relativismus)와 법적 안정성의 조화


다만 라드브루흐는 '합목적성'의 이념이 구체적으로 '어떤' 실질적 내용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는 '상대주의적' 관점을 견지하였다. 그에게 목적이념의 실질적 내용은 하나의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공동체 내의 다양한 이념적 견해와 세계관의 차이 속에서 치열한 '가치 논쟁'을 통해 형성되는 역동적인 과정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대주의적 자기 절제는 자칫 국가와 법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이에 라드브루흐는 이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한 보완 장치로서, '법이념'의 세 번째 요소인 '법적 안정성'을 호출하였다. 즉, 정의롭고 합목적적인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렵더라도, 일단 실정법(實定法)으로 확정된 이상 그 자체로서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라드브루흐의 법철학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예링과 라드브루흐를 거치며 '법의 목적'은 사비니 시대의 보충적·기술적 요소를 넘어, 법의 존재이유이자 정당성의 핵심 근거로 부상하였다. 예링이 '이익'의 차원에서 목적의 다원성과 역동성을 밝혔다면, 라드브루흐는 '가치'의 차원에서 목적의 당위성과 객관성을 확립하였다.







IV. 법학방법론의 심화: 엥기쉬와 라렌츠의 이론적 발전


1. 칼 엥기쉬와 해석 규준의 재구성


예링과 라드브루흐에 의해 '법의 목적' 개념이 법사상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이후, 20세기 독일 법학방법론은 이 목적을 구체적인 법률해석 과정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두고 정교한 이론적 발전을 거듭하였다. 독일 법학방법론은 전통적으로 법관의 활동을 '협의의 법해석'(문언의 가능한 의미 내에서의 해석)과 '법형성(Rechtsfortbildung)'(문언을 넘어서는 법의 흠결 보충 또는 수정)으로 구분하고, 법형성의 영역에서는 더욱 엄격한 정당화 조건을 요구함으로써 법관의 자의를 통제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논의 구조 하에서 칼 엥기쉬(Karl Engisch)는 목적론적 해석에 관한 주목할 만한 이론을 전개하였다. 엥기쉬는 사비니가 제시했던 네 가지 해석 '요소'를 '법률의 해석방법'으로 재정립하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비니가 '보충수단'으로만 언급했던 '법률의 근거(Grund des Gesetz)'를 '목적론적 해석'이라는 이름의 독립적이고 대등한 해석 규준으로 명시함으로써, 문리적 해석, 논리적·체계적 해석, 역사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이라는 현대적인 4대 해석규준의 체계를 확립하였다.



-1.1. 목적 개념의 다면적 분석


엥기쉬는 '목적론적 해석'을 독립된 규준으로 격상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해석자가 탐구해야 할 '목적' 개념이 사비니나 예링이 제시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예리하게 분석하였다.


우선, 법의 목적은 법적 안정성의 확보, 거래 신뢰의 보호, 정의 감정의 충족과 같이 법질서에 '내재된' 추상적·이념적 목적일 수도 있고, 특정 비난 가능 행위의 방지나 특정 산업의 보호와 같이 법질서 외부의 '사실적 결과'를 지향하는 구체적 목적일 수도 있다. 이를 내재-외재적 차원이라 부른다. 그리고, 법의 목적은 '단기적' 목적(예: 즉각적인 시장 안정)과 '장기적' 목적(예: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으로 구분될 수도 있고, '고차원'의 목적(예: 헌법적 가치)과 '저차원'의 목적(예: 행정 편의)으로 층위를 이룰 수도 있다. 나아가 법의 목적은 '독립된 개별적 이익'(예: 소유권의 절대적 보장)의 확보를 지향할 수도 있고, 복잡한 갈등 상황에서 상충하는 이익들 사이의 '균형' 그 자체(예: 환경권과 재산권의 조화)가 법의 목적이 될 수도 있다.


엥기쉬의 이러한 다면적 분석은 목적론적 해석이 결코 '하나의' 정답인 목적을 기계적으로 찾아내는 작업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오히려 목적론적 해석이란, 구체적인 사건의 맥락 속에서 위와 같이 다양한 층위로 경합하는 목적들(예: 단기적 행정 편의 vs. 장기적 기본권 보장)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들을 조화시켜야 하는 고도의 가치평가 작업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어떤 목적을 해석의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라는 '목적 설정'의 단계는 법률해석에서 가장 어렵고도 본질적인 과제라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



-1.2. 목적론적 해석과 타 해석 방법(체계적, 역사적, 헌법합치적)의 관계 설정


엥기쉬는 여기서 그치지않고, 목적론적 해석이 다른 전통적 해석 규준들과 맺는 복잡한 관계를 정밀하게 분석하였다.

체계적 해석과의 구도부터 살펴본다. 만약 체계적 해석이 단순히 특정 법률 내의 조문들 간의 논리적 관계(예: 제1조와 제5조의 관계)에만 머무른다면, 이는 목적론적 해석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체계적 해석이 개별 법명제에 내재하는 법적 사고를 '전체 법질서'의 지도적 원리나 헌법적 가치와 관련 맺는 방향으로 고양될 때, 그 '전체 법질서의 원리' 자체가 '법의 추상적 목적'으로 기능하므로, 이 지점에서 체계적 해석은 목적론적 해석과 '중첩'된다.


그렇다면 역사적 해석은 어떨까? 역사적 해석은 법 제정 당시의 정치·경제·사회적 원인, 입법 사료, 정신사적 전통 등 광범위한 배경을 탐구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특히 입법자가 법률을 통해 달성하고자 상정했던 '실제 목적'을 찾아내는 작업을 중심으로 할 때, 역사적 해석은 '주관적 목적론적 해석'과 '결합'되어 거의 동일한 범주로 이해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헌법합치적 해석과의 관계를 본다. 엥기쉬는 이 둘을 '엄격하게 구별'하고자 하였다. 그에 따르면, 헌법합치적 해석은 본질적으로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체계적 해석'의 특수한 형태이다. 이는 법률 문언이 다의적(polysem)일 경우, 헌법에 위반되는 의미를 '배제'하고 헌법에 합치되는 의미를 선택하는 '소극적' 성격을 갖는다. 반면, 목적론적 해석은 법률의 목적을 '적극적' 근거로 삼아, 때로는 문언의 가능한 한계를 '확장'하거나 '축소'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그 성격과 지향점이 다르다고 분석하였다.




-1.3. 해석방법의 서열 문제와 '방법다원주의(Methodenpluralismus)'의 난점


네 가지 해석 규준이 각기 다른 해석 결과를 지지할 경우, 법관은 어떤 기준을 우선해야 하는가? 엥기쉬는 사비니가 확립한 '비(非)서열적' 전통의 결과로, 법원의 실무에서는 '방법다원주의'가 만연하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방법다원주의란, 네 가지 해석 규준들 사이에 확고한 서열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전제로, 법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는 해석방법을 임의적으로 선택하고 이를 정당한 것으로 여기는 태도를 의미한다.


엥기쉬는 이러한 방법론적 태도를 강하게 비판한다. 만약 해석 규준의 선택이 법관의 자의적인 결단에 좌우된다면, 법률해석은 더 이상 합리적인 학문이 아니라 신뢰할 수 없는 '결단의 문제'로 전락하게 되며, 이는 법치국가의 근간인 '법률구속의 원칙'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법률구속의 원칙을 견지하는 한, 규범적 차원에서 법률 해석방법들 간의 '서열관계'에 관한 세밀한 기준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다만, 엥기쉬 자신도 이 난제에 대해 보편타당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였는바, 그는 해석방법들의 서열관계를 확정하려는 기존의 이론들이 여전히 확고한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이 문제는 각 상황에 따른 해결책만이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고 토로하였다. 궁극적으로 그는 법관에게 너무 많은 독자성을 부여할 경우 국가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실천적 논거를 들어, '잠정적으로' 입법자의 실제 의사(주관적 해석이론)를 법률해석의 중심으로 삼되, 입법자의 의사를 명확히 인식할 수 없는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객관적 목적론적 해석을 활용해야 한다는 다소 절충적인 입장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2. 칼 라렌츠(Larenz)와 객관적 목적론의 체계화


-2.1. '법률의 해석기준'의 이론적 변천


엥기쉬와 동시대를 풍미한 또 다른 거두인 칼 라렌츠는 1960년 '법학방법론' 초판을 출간한 이래 1991년 6판에 이르기까지 개정을 거듭하며 목적론적 해석 이론을 체계화하였다.


라렌츠는 엥기쉬가 '해석방법'이라 칭한 전통적 규준들을 '법률의 해석기준'이라고 지칭하였다. 그는 이 기준들이 해석의 과정에서 사용되는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도출된 해석 '결과'의 정당성을 사후적으로 논증하고 검토하는 '방법론적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라렌츠의 법학방법론 체계는 오랜 기간 다듬어지면서 중요한 변화를 겪었다. 특히 해석기준의 분류 체계는 그의 사상적 발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1960년 초판과 1991년 6판의 해석기준 분류를 비교하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첫째, 1960년 초판에서는 '입법에 참여한 사람들의 표상'(좁은 의미의 역사적 해석)과 '법률목적'(주관적 목적론적 해석의 일부)을 구분하였으나, 1991년 6판에서는 '역사적 입법자의 규율의도, 목적 및 규범표상'이라는 하나의 항목으로 '통합'하였다. 이는 입법자의 주관적 목적(주관적 목적론)을 독립된 기준으로 보지 않고 '역사적 해석'의 범주로 포섭시켜 그 방법론적 비중을 상대적으로 축소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둘째, 1969년 2판부터 '객관적 목적론적 기준'의 하위 범주로 서술되던 '헌법합치적 해석'이, 1983년 4판을 거쳐 1991년 6판에서는 '독립적인' 해석기준으로 '격상'되었다. 이는 엥기쉬가 헌법합치적 해석을 체계적 해석의 일종으로 본 것과 달리, 라렌츠가 헌법이라는 최상위 가치 규범에 기반한 해석을 다른 모든 기준을 지도하는 독자적이고 우월한 기준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두 가지 변화는 라렌츠의 법학방법론이 '주관적·역사적' 요소를 축소하고, '객관적·체계적·가치적' 요소(특히 헌법)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명확하게 발전해갔음을 입증한다.



-2.2. 객관적 목적론적 기준의 구체화: '사물구조'에서 '가치평가의 모순 회피'로


라렌츠는 해석자가 '역사적 입법자의 목적 설정'에서 출발할 수는 있지만, 숙고를 계속하는 동안 법률 그 자체의 '고유한 이성(Vernünftigkeit)'의 측면에서 법률을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하며, 주관적 목적론에서 객관적 목적론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긍정하였다.


그가 제시한 '객관적 목적론적 기준'의 구체적인 내용 역시 시대에 따라 더욱 정교하게 발전하였다. 하나씩 가볍게 살펴본다.


1960년 초판본, 이른바 초기 라렌츠는 법의 객관적 목적으로 정의, 법적 안정성, 사회적 균형, 자유의 보장과 같은 추상적인 '법이념'이나, 법이 규율하려는 생활관계의 본질을 의미하는 '사물의 본성(Natur der Sache)' 등을 제시하였다.


이와 대비되어 1991년 6판본, 이른바 후기 라렌츠는 이러한 추상적 개념들을 보다 구체화하였다. 그는 '사물의 본성' 개념 대신 '규범 영역의 사물구조(Sachstrukturen des Normbereichs)'라는 정교한 용어를 사용하였고, 나아가 법률이 관련된 이익과 가치를 규범적 차원에서 적절히 고려한다는 의미에서의 '조화', 그리고 법체계 내의 '가치평가의 모순(Wertungswidersprüche)'을 회피하는 것을 객관적 목적론적 해석의 핵심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가치평가의 모순 회피' 원칙은 매우 중요한데, 이는 법체계가 통일적인 가치 질서를 이루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어떤 법률 조항을 문언 그대로 해석할 경우 해당 법률의 다른 조항이나 전체 법질서의 지도적 원리와 명백한 '가치평가의 모순'을 일으킨다면, 목적론적 해석을 통해 해당 조항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거나 확장함으로써 그 모순을 '회피'해야 한다는 요청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매우 중요한가? 예를 통해 알아보도록 한다. 만약, 어떤 법률이 "모든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동시에 "교원은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면, 문언상 교원도 공무원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양 조항 간에 가치평가의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객관적 목적론적 해석은 양 조항의 목적(공무원의 중립성 vs.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비교형량하여, 전자의 '공무원' 개념에서 후자의 '교원'을 제외하는 방향(축소해석)으로 '가치평가의 모순'을 회피하려 시도할 수 있다. 라렌츠는 이러한 법의 이성(ratio legis)이 종종 입법자가 제정 시부터 의식한 것이 아니라, 입법 이후 학문적 탐구를 통해 '만들어지는' 객관적 기준임을 강조하였다.




-2.3. '법형성(Rechtsfortbildung)'으로서의 목적론적 해석


라렌츠 이론의 핵심은 '협의의 법해석'과 '법관의 법형성'의 관계를 규명한 데 있다. 그는 양자가 본질적으로 다른 활동이 아니라, 동일한 사고 과정의 '서로 다른 단계'일 뿐이라고 보았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진 법률도 필연적으로 '흠결(Lücke)'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법관이 법률의 흠결을 보충(Ergänzung)할 권한과 책무를 지닌다는 것이다.


라렌츠는 이러한 법형성의 단계를 다음과 같이 세분화하였다.




먼저, 법률의 테두리 내의 법형성(ecundum oder intra legem)을 제시하였다. 문언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법형성으로, 사실상 협의의 법해석과도 중첩된다.

다음으로, 법률을 넘어서는 법형성 혹은 법률보충(praeter legem)이 있다. 문언의 가능한 의미의 한계를 벗어나지만, 해당 법률의 본래적인 구상이나 계획(Plan)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법률내재적 법형성(gesetzesimmanente Rechtsfortbildung)'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률 외의 법형성 혹은 법률수정(extra legem)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법률 본래의 구상마저 벗어나지만, 전체 법질서나 헌법적 가치질서, 일반 법원칙 등 실정법 외의 영역에서 근거를 찾아 행하는 '초법률적 법형성(gesetzesübersteigende Rechtsfortbildung)'이다(물론 법률에 명백히 '반하는' contra legem 법형성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법형성의 정당화 논리, 즉 법률의 '흠결'을 판단하고 '보충'하는 핵심적인 기준이 바로 '목적론적 해석'이다. 그렇다면, '법률의 흠결'은 어떤 것이 있을까? 라렌츠는 '법률의 흠결'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개방된 흠결 (offene Lücke): 법률의 규율 목적(Zweck)이나 계획(Plan)에 따르면 마땅히 일정한 사안군(一群)을 포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률 문언이 지나치게 '좁아서' 그 사안군을 포괄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규율의 과소포함(Unterinklusivität))

은폐된 흠결 (verdeckte Lücke): 법률의 규율 목적에 따르면 일정한 사안군을 포함하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률 문언이 지나치게 '넓어서' 그 사안군까지 포괄하고 마는 경우이다. (규율의 과다포함(Überinklusivität))



라렌츠는 이러한 흠결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목적론적' 방법을 제시한다. 여기서 '목적론적'이라는 수식어는 단순히 문언을 넘어선다는 의미가 아니라, 흠결을 보충하는 행위의 '정당성의 근거'를 해당 법률의 '목적'에서 찾아야 한다는 요청이다.



목적론적 확장 (teleologische Extension): '개방된 흠결'(과소포함)을 보충하기 위해 유추(Analogie)와 함께 활용된다. 법률 문언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praeter legem), 그 법률의 목적과 규율 계획에 비추어 볼 때 규정된 사안과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경우, 그 '목적'을 근거로 법률의 적용 범위를 흠결된 사안에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예시: 1950년대에 "전신(Telegraph) 및 전보(Telegram)"의 사적 내용을 도청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되었고, 그 목적이 '비대면 사적 통신의 비밀 보호'에 있었다고 가정하자. 이후 '이메일(E-Mail)'이라는 새로운 통신 수단이 발명되었을 때, 이는 문언상 '전신'이나 '전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는 법률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개방된 흠결'이다. 이때 법관은 '비대면 사적 통신의 비밀 보호'라는 법의 목적을 근거로 '목적론적 확장'을 통해 이메일 도청 역시 금지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목적론적 축소 (teleologische Reduktion): '은폐된 흠결'(과다포함)을 보충하기 위해 활용된다. 법률 문언상으로는 명백히 포섭되지만, 그 법률의 목적이나 전체 법질서의 가치평가에 비추어 볼 때 해당 사안을 규율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명백히 타당한 경우, 그 '목적'을 근거로 문언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다.

예시: 1980년에 "모든 전자 데이터 전송 장치"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법률이 제정되었고, 그 목적이 당시 고가이던 '기업용 텔렉스(Telex) 및 팩스(Fax) 통신망' 사용을 규제하고 공공 전화망 수입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고 가정하자. 2020년대에 이르러 개인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역시 문언상 '전자 데이터 전송 장치'에 명백히 포함된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기업용 텔렉스와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법의 목적(기업용 통신망 규제)에 명백히 반하며 '가치평가의 모순'을 일으킨다. 이는 문언이 과다포함하고 있는 '은폐된 흠결'이다. 이때 법관은 '목적론적 축소'를 통해 스마트폰은 이 법률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라렌츠는 '목적론적 축소'와 '목적론적 확장' 이론을 통해, 목적론적 해석이 단순한 문언의 의미를 밝히는 소극적 작업을 넘어, 법률의 흠결을 보충하고 문언을 수정하는 '법형성'의 핵심적인 정당화 논리임을 확립하였다.




V. 알렉시의 법적 논증이론과 목적론적 해석


1. 법적 논증이론의 필요성과 '특별한 경우 테제(Die Sonderfallthese)'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즘(Nazismus) 하에서 법실증주의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 위에서, 법적 판단의 '합리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적 모색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 태동한 '법적 논증이론(Theorie der juristischen Argumentation)'은, 법률이 판결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지만(법의 불확정성), 그렇다고 판결이 단순히 법관의 자의적인 결단에 불과한 것도 아니라는 인식을 기초로 한다. 법적 논증이론은 판결이란 일정한 '규칙'에 따른 '근거 제시', 즉 '논증'을 통해 합리성과 객관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그 구체적인 논증의 규칙과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1970년대에 이르러 로베르트 알렉시(Robert Alexy)는 이러한 법적 논증이론의 성과를 받아들이면서,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 의사소통적 합리성(kommunikative Rationalität)' 기획을 법학에 접목하여 독자적인 법적 논증이론을 완성하였다.


알렉시 이론의 핵심은 '특별한 경우 테제'이다. 이는 '법적 논증대화'가 완전히 독자적인 논리 구조를 갖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합리성을 지향하는 '일반적인 실천적 논증대화'의 '특별한 경우'라고 상정하는 주장이다. 즉, 법적 논증 역시 법률이라는 실정법적 제약 하에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보편적인 합리적 대화의 규칙과 형식에 구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알렉시는 합리성을 구현하는 절차적 규칙의 체계를 구상하였다.


2. 법적 정당화의 구조: 내적 정당화와 외적 정당화


알렉시는 법적 논증을 통한 판결의 정당화 구조를 '내적 정당화'와 '외적 정당화'의 두 단계로 구분하였다.



내적 정당화 (interne Rechtfertigung): 법적 판단(결론)이 제시된 '전제들'(법규범, 사실관계)로부터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도출되었는지를 다룬다. 이는 주로 법적 삼단논법(juristischer Syllogismus)의 논리적 무모순성을 검토하는 단계이다.

외적 정당화 (externe Rechtfertigung): 내적 정당화의 과정에서 전제로 사용된 '명제들 자체'가 과연 정당한지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논증하는 단계이다.


예를 들어, "모든 A는 B이다 (대전제: 법규범). X는 A이다 (소전제: 사실관계). 따라서 X는 B이다 (결론: 판결)."라는 논증이 있을 때, 이 결론이 전제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되었는지를 따지는 것이 '내적 정당화'이다. 반면, "왜 하필 '모든 A는 B이다'라는 규범을 전제로 사용했는가?" 또는 "그 규범의 의미는 왜 그렇게 해석되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이 '외적 정당화'이다.


3. '논거형식(Argumentformen)'으로서의 해석 규준


알렉시의 이론 체계에서 사비니 이래로 논의되어 온 전통적인 법률해석 규준(문리, 체계, 역사, 목적론)은 바로 이 '외적 정당화'를 수행하기 위한 핵심적인 도구로 재편된다. 알렉시는 이 해석 규준들을 법적 논증에서 활용할 수 있는 '논거형식[Argumentformen]'의 하나로 위치시켰다. 즉, 목적론적 해석은 더 이상 법관의 직관적 기법이 아니라, "이러한 목적(Zweck)이 요청되므로(OZ), 이 법률은 이렇게 해석되어야 한다(R')"고 주장하는, 합리적 검증의 대상이 되는 특정한 '논증의 형식'이 된다.


3.1. 목적론적 해석 논거의 3단계 논리 구조 (OZ - R'→Z - R')


알렉시는 이러한 '논거형식'으로서의 목적론적 해석이 정당화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논리적 구조를 다음과 같이 3단계로 정식화(Formalisierung)하여 분석하였다 :



(1) OZ: "일정한 목적 Z가 요청된다 (Geboten ist)." (목적 확정 단계) 해석자가 이 법률(또는 법체계)이 Z라는 특정한 목적을 추구해야 한다는 규범적 당위성을 주장하는 단계이다.


(2) ⟶R′(=IWK)→_Z: "해석 I를 통해 도출된 구체적 규범 R'이 아니면(즉, R'을 수단으로 삼지 않으면), 목적 Z는 달성될 수 없다." (수단-목적 관계의 적합성 및 필요성 주장) 해석자는 자신이 제시하는 해석(I)과 그로부터 도출되는 규범(R')이, 1단계에서 확정한 목적(Z)을 달성하기 위한 유일하거나 적어도 최적의 수단임을 논증해야 한다.


(3) R': "따라서 (1)과 (2)에 의해, 구체적 규범 R'를 도출하는 해석 I가 타당하다." (결론) 앞선 두 전제(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가 성공적으로 논증되었음을 근거로, 해당 해석의 타당성을 결론 내린다.


알렉시의 이러한 3단계 구조 분석은 목적론적 해석의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한 결정적인 장치이다. 이는 목적론적 해석을 수행하는 해석자가 (1) '목적 Z'의 정당성(OZ)과 (2) '수단 R''의 필요성 또는 적합성(R'→Z)을 '모두' 명시적으로 논증해야만 함을 의미한다.


만약 해석자가 이 두 가지 전제 중 어느 하나라도 합리적으로 근거 짓지 못한다면, 그가 제시하는 목적론적 해석 논거는 외적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목적론적 해석을 주관적 선호의 표출이 아닌, 합리적 비판과 반박이 가능한 '논증'의 영역으로 확고히 편입시킨다.


3.2. 목적 설정 문제의 합리적 해결: 상호주관적 논증대화


위의 3단계 구조는 자연스럽게 (1)단계, 즉 '목적 설정(OZ)' 문제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부각시킨다. 알렉시는 이 목적 Z가 단순히 입법자의 사실적인 의도나 해석자의 주관적 선호가 아니라, '합리적인 목적' 내지 '현행 법질서에서 객관적으로 요청되는 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 '합리적 목적'은 어떻게 확정되는가? 알렉시는 법의 목적이 다른 규범들로부터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목적에 관한 주장은 '현행 법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합리적인 논증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리는 자들의 공동체'를 가설적인 주체로 상정하고, 이들이 합의할 수 있는 목적을 제시하는 '가설적 주장'의 성격을 갖는다.


결국 목적의 '객관성'과 '합리성'은, 라드브루흐가 말한 '가치 논쟁'을 하버마스적으로 변용한, '상호주관적 논증대화(intersubjektive Argumentation)'의 이상적 절차를 통해 확보될 수밖에 없다. 해석자는 자신이 설정한 목적 Z가 왜 법질서 전체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목적인지를 다른 논증 참여자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충실하게 논증해야 할 책임을 진다.



4. 해석 규준 서열 문제의 최종적 접근: '화용론적 규칙(pragmatische Regel)'


알렉시의 논증이론은 엥기쉬와 라렌츠가 끝내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했던 '해석 규준의 서열 문제'에 대해서도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엥기쉬가 방법다원주의의 자의성을 비판하면서도 확고한 서열 제시에 실패했다면, 알렉시는 '고정된 서열'이라는 관념 자체를 포기하고 이를 '논증의 규칙' 문제로 전환한다.


알렉시는 해석 규준의 서열과 관련된 '중요성 규칙'으로 다음 두 가지를 제시한다 :



(j.7): "법률문언에의 구속 내지 역사적 입법자의 의사를 표현하는 논거들은, 다른 논거들(예: 목적론적 논거)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합리적인 근거들(rationale Gründe)'이 제시될 수 없는 한, 그 다른 논거들에 우선한다."


(j.8): "상이한 형식을 띤 논거들 간의 비중의 규정은 중요성 규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보편화가능성의 원칙(Universalisierbarkeitsprinzip)에 따라, 본질적으로 동일한 상황에서는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규칙 (j.7)의 분석은 서열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이 규칙은 일단 '문언'과 '역사'(입법자의 의사)에 '잠정적인 우선순위(prima-facie-Vorrang)'를 부여한다. 이는 법치국가에서 법관이 법률 텍스트와 입법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법률구속의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 우선순위는 절대적이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뒤집힐 수 있는(defeasible)' 것이다. 즉, 해석자가 "이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문언이나 역사적 의사보다 '목적론적 논거'를 우선해야 한다"는 '합리적인 근거'를 성공적으로 제시하는 경우, 그 서열은 정당하게 '역전'될 수 있다.


알렉시는 바로 이러한 규칙 (j.7)을 '화용론적 규칙'이라고 명명한다. 이는 해석 규준의 서열이 논리(Logik)나 문법(Grammatik)의 규칙처럼 선험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발화 시점의 '상황과 맥락(Kontext)' 및 '합리적 근거 제시'라는 화용론적(pragmatisch) 요소에 의해 역동적으로 결정됨을 의미한다.


결국 알렉시는 '어떤 해석 규준이 항상 우월한가?'라는 기존의 경직된 질문을 '어떤 조건과 맥락 하에서, 어떤 합리적 근거를 통해 특정 규준의 우선순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논증부담(Argumentationslast)'의 분배 문제로 전환시켰다. 이는 방법다원주의의 자의성을 극복하고, 해석 규준의 선택 자체를 '합리적 논증'의 영역으로 포섭한 법학방법론의 중대한 이론적 진전이라 평가할 수 있다.



VI. 목적론적 해석의 현대적 과제와 전망

1. 주관-객관 이론 대립이 남긴 5대 쟁점의 재조명


지금까지의 이론사적 고찰은, 19세기 말 이래 지속되어 온 '주관적 해석이론'(입법자의 의사 중시)과 '객관적 해석이론'(법률의 객관적 의미 중시) 사이의 근본적인 대립이, 단순히 해석의 '목표'에 관한 철학적 논쟁을 넘어 현대 법학방법론의 거의 모든 핵심 쟁점들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목적론적 해석이라는 주제 속에서 이 쟁점들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며, 그 구체적인 대립 구도와 과제는 다음과 같이 5가지로 재조명될 수 있다.



1.1. 법의 목적 설정 문제 (쟁점 1)


첫 번째 쟁점은 해석의 전제가 되는 '법의 목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대립 구도: 주관적 해석이론은 입법 사료 등을 통해 확인되는 '입법자의 주관적 목적'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객관적 해석이론은 법률 텍스트와 전체 법질서로부터 도출되는 '법의 내재적·객관적 목적'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립은 특히 입법자가 의도했던 단기적·구체적 목적(예: 특정 민원 해결)이 법체계 전체의 장기적·추상적 이념(예: 평등 원칙)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 첨예하게 부각된다.


해결 방향: 이 쟁점의 해결을 위해 '법의 목적의 다층적 구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의 목적이란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① 법의 일반적 목적(예: 정의, 법적 안정성), ② 해당 국가공동체의 헌법이 지향하는 목적, ③ 민사법, 형사법, 공법 등 각 법영역에서 추구되는 고유한 목적, ④ 특정한 개별 법률의 목적(특히 법률 제1조 등에 '명시된 목적규정'), ⑤ 해당 법조문의 목적, ⑥ 실제 소송에서 드러나는 구체적 목적이 추상적 층위부터 구체적 층위까지 입체적으로 결합된 다층적 개념이다. 따라서 목적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견해 불일치가 발생하더라도, 해석 참여자들은 적어도 이 다층적 구조 자체를 '상호적 정당화의 기반'으로 공유할 수 있다. 특히 법률에 명시된 목적규정은 입법자의 의도가 객관적 텍스트로 고정된 것이므로 주관-객관 이론의 대립을 완화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하위 목적의 해석은 다시금 상위의 헌법적 목적이나 법영역의 일반적 목적에 의해 통제됨으로써 목적 설정의 불확실성을 합리적으로 감축시켜 나갈 수 있다.



1.2. 법해석과 법형성의 관계 (쟁점 2)


두 번째 쟁점은 문언의 의미를 밝히는 '법해석'과 문언의 흠결을 보충하는 '법형성'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대립 구도: 주관적 해석이론은 법의 의미가 입법 당시에 일단 '고정'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문언의 가능한 의미(möglicher Wortsinn)를 엄격한 한계로 설정하며, 이 한계를 넘어서는 법관의 활동(즉, 라렌츠가 말한 praeter legem 또는 extra legem 법형성)은 '법해석'이 아닌 '법형성'으로 엄밀하게 분리하고, 입법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않는 등 별도의 엄격한 정당화 조건하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반대로 객관적 해석이론은 법의 의미는 '동태적'이며 사회 변화에 따라 발전한다고 본다. 따라서 법해석과 법형성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으며, 동일한 사고 과정의 연속일 뿐이라고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라렌츠의 입장과 상통한다). 이 관점에서 '문언의 가능한 한계'란 확고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것으로 이해되며, '목적론적 확장'이나 '목적론적 축소'는 법률의 객관적 이성(Ratio Legis)을 구현하기 위한 당연한 해석 활동의 일환으로 간주된다.



1.3. 법률해석의 기준시점 (쟁점 3)


세 번째 쟁점은 법률의 의미를 확정함에 있어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 즉 '기준시점'의 문제이다.


대립 구도: 주관적 해석이론은 입법자의 의사를 탐구해야 하므로, 법률이 만들어진 '제정 시'를 해석의 기준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정 이후의 상황 변화를 고려하여 법의 의미를 변경하는 것은 사법부에 의한 사실상의 입법 행위이며 법적 안정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한다.

반대로 객관적 해석이론은 입법자의 손을 떠나 객관화된 법률은 현재의 사회 변화에 맞게 합리적으로 규율되어야 하므로, 법관이 '판단 시'를 기준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법률의 수범자인 현재의 시민들은 '제정 시'의 낡은 의미가 아니라 '현재'의 통용되는 의미를 기준으로 법률 텍스트를 이해하고 신뢰하기 때문에, 판단 시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오히려 수범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규범의 실효성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반박한다.



1.4. 입법부와 사법부의 관계 (쟁점 4)


네 번째 쟁점은 앞선 쟁점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입법부'와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사법부' 사이의 권력 관계 및 역할 분담에 관한 문제이다.


대립 구도: 주관적 해석이론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의 결정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사법부는 입법자의 결정(법률)에 부족함이 느껴지더라도 그 의사에 충실히 따라야 하며, '법의 목적'을 탐구한다는 명목으로 입법자의 의사와 다른 적극적인 해석(특히 목적론적 축소나 확장)을 행하는 것은 입법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법엘리트주의' 내지 '사법독재'로 변질될 수 있으며, 법률구속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반대로 객관적 해석이론은 입법부가 주권자 그 자체는 아니며 헌법에 따라 입법 '기능'을 담당할 뿐이므로, 법치국가에서 진정한 효력을 갖는 것은 입법자의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공포된 '법률 텍스트' 그 자체라고 주장한다. 입법자의 의사는 실제로 확인하기도 어렵고(의사논거), 복잡한 절차 속에 단일한 의사가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며, 설령 존재하더라도 법문에 객관화되어 표현되어야만 효력이 있다(형식논거)고 본다. 따라서 사법부가 법률 텍스트의 객관화된 진정한 의미와 이성을 찾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입법권의 침해가 아니라 헌법이 부여한 본연의 책무라는 것이다.



2. 해석 규준 서열 문제 (쟁점 5)에 대한 화용론적 접근의 요청


다섯 번째 쟁점은 이 모든 방법론적 갈등이 응축되어 나타나는 '해석규준의 서열 문제'이다. 엥기쉬가 지적했듯이, 법관의 자의를 막기 위해 해석 규준 간의 규범적 서열은 필요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


전통적인 서열론(예: '문리적 해석 우선, 흠결 시 목적론적 해석 보충')은 몇 가지 심각한 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실제 법관들의 법해석 실무(다양한 규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론을 내리는 실무)를 적절히 설명하지 못한다(기술적 한계). 둘째, 다양한 사건에 명확하게 적용될 수 있는 확고부동한 단일의 서열 기준을 제시하기가 불가능하다(규범적 한계). 셋째, 설령 서열 규칙을 만든다 해도 이를 법관에게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으며, 강제한다 해도 더 정당한 판결이 도출된다는 보장이 없다(실효성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판단의 합리성과 예측가능성을 위해 서열 관계를 밝히는 작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고정된 서열'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법해석의 배경과 '맥락(Kontext)'을 더 넓은 시각에서 살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요청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알렉시가 제시한 '보편화 가능한 화용론적 규칙'의 구성이 중요한 대안으로 부상한다. 즉, 법해석행위를 법관과 당사자, 그리고 법공동체 사이의 '의사소통적 언어행위(kommunikativer Sprechakt)'로 파악하고, 이 행위의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해 적용되는 상황과 맥락의 변수들(예: 해당 법영역의 성격, 규범의 명확성 정도, 침해되는 이익의 중대성 등)을 정리한 '화용론적 규칙'(pragmatische Regel)을 한 축으로 삼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다양한 사건의 구체적 맥락에 합리적으로 반응하면서도 '보편화 가능성'(j.8 규칙)을 통해 자의성을 통제하는, 보다 유연하고 정교한 규범적 기준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VII. 결론: 해석의 방법이자 논변의 방식으로서의 목적론적 해석


1. 이론사적 고찰의 요약


본고는 19세기 이후 독일의 법학방법론 논의를 중심으로 목적론적 해석의 이론사적 전개 과정을 추적하였다. 이 고찰을 통해, 목적론적 해석에서 탐구의 대상이 되는 '법의 목적'이란 사건에 앞서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해석자인 법관의 실존적 결단에 의해 자의적으로 창조되는 것도 아님을 확인하였다. 법의 목적은 구체적인 사건의 맥락 속에서 이익과 가치의 측면, 추상성과 구체성의 척도, 그리고 헌법-법률-조문-사안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구조를 토대로 '구성적 해석(konstruktive Interpretation)'을 통해 도출되는 복합적 산물이다.


목적론적 해석은 사비니에 의해 '흠결 있는 법률'의 '보충수단'으로 처음 방법론에 도입되었으나, 예링과 라드브루흐를 거치며 법의 존재이유이자 정당성의 핵심 근거(이익과 가치)로 격상되었다. 나아가 라렌츠에 이르러서는 '가치평가의 모순 회피'와 '목적론적 축소' 및 '확장' 이론을 통해 문언의 명백한 한계를 넘어서는 '법형성'의 핵심 정당화 논리로 기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론적 해석의 위상 강화는 필연적으로 엥기쉬가 고뇌했던 '방법다원주의'의 문제, 즉 법관의 자의적 해석 가능성을 증대시켰다. 이 오랜 난제는 알렉시의 법적 논증이론에 이르러, '고정된 서열'을 '합리적 논증'의 문제로 전환시킴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되었다. 알렉시는 목적론적 해석을 '외적 정당화'를 위한 '논거형식'으로 재구성하고, 문언·역사 논거에 대한 '잠정적 우선순위'를 인정하되 '합리적 근거'의 제시를 통해 그 서열이 역전될 수 있음을 밝히는 '화용론적 규칙'을 제시하였다.


2. 목적론적 해석의 합리적 재구성 (최종 정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론적 해석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목적론적 해석이 '객관적 목적'이라는 외양을 취하면서 실제로는 그 이면에 은폐된 해석자의 '주관적 관심'이나 윤리적, 정치적, 정책적 동기를 판결 결과에 반영하는 통로가 된다는 비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며, 이러한 비판은 목적론적 해석의 원용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본고의 이론사적 검토가 분명히 보여주듯이, 목적론적 해석은 해석자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법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확장하거나 축소한다는 의미로 협소하게 이해될 수 없다. 또한 이는 법의 목적이 지닌 규범적 당위성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결과주의 논변과도 구별되어야 한다. '목적론적'이라는 수식어를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선다'거나 '자의적이다'라는 표현과 동일시하는 것은, 이 개념이 지닌 풍부한 이론사적 함의를 간과하는 논리적 비약일 수 있다.


지금까지의 검토를 통해 얻은 바를 종합하여 목적론적 해석의 의의를 합리적으로 재구성하며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목적론적 해석이란, 법의 목적을 진지하게 탐구하여 합리적으로 확정하고, 여러 가능한 해석 가설들 중 특정한 법규범이 적용될 경우 발생할 사회적·법적 결과를 예측하며, 그 예측된 결과를 다시금 확정된 법의 목적에 비추어 평가함으로써, 최종적으로 해석된 법규범의 정당성을 법공동체 앞에서 논증하는 '해석의 방법'이자 '논변의 방식'이다.


결국 해석의 대상이 되는 법률에 담긴 법의 목적을 '합리적으로 확정'하고, 그 목적을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음을 '합리적으로 논증'할 수 있다면, 목적론적 해석은 법관의 자의를 감추는 위험한 도구가 아니라 법해석의 난제들을 해결하고 법의 이성을 실현하는 건전한 논변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목적론적 해석의 합리적 재구성을 위한 방법론적, 논증이론적 탐구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법학의 중요한 과제이다.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