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인가, 레드벨벳 맛 케이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자주색 시트에 흰색 크림치즈 토핑. 지그재그 모양.
넌 누구니?
나는 수수께끼를 시작했다. 레드-벨벳.
레드 -> 빨간 맛 -> 수박맛? 딸기맛? 김치찌개? 제육볶음? 떡볶이?
벨벳 -> 거칠거칠한 맛 -> 나무맛? 사포맛? 각질제거제? 생라면?
???
도무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친구 찬스를~
중학교 때부터 편의점에 새로 나온 음식이라면 모조리 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친구가 있었다. 정윤이라면 레드벨벳을 진작에 먹고도 남았을 일.
나는 우리가 만나기로 한 다음주말까지 정윤이에게 레드벨벳맛을 물어보기로 몇 번이고 되새겼다. 그리고 그날,
“정윤아 너 레드벨벳 케이크 먹어봤어?”
"응. 내 스타일 아니더라."
“무슨 맛이야?”
“글쎄, 레드벨벳맛?”
“그게 무슨 맛인데?”
“레드벨벳은 레드벨벳 맛이야.”
심장 팡팡. 아무런 호기심도 해결하지 못했다. 찝찝해...
동시에 호기심을 간직하고 싶은 나도 있었다. 해설지를 보지 않고 문제를 풀고 싶은 내가 조금 더 컸다.
또, 누군가 나에게 음식의 맛에 대해 물어본다면 최대한 구체적으로 대답해 줘야지, 하고 다짐도 했다.
그 후로 나는 몇 년 동안 레드벨벳을 먹지 않았고(매번 그 옆의 초코케이크를 포기할 수 없었다.) 최근에 엄마가 선물로 받은 레드벨벳 케이크를 먹을 기회가 생겼다.
냠냠.
상상이 안 간 것 치고는 예상에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맛.
떡볶이 맛은 나지 않았지만 거칠거칠한 나무맛이 어렴풋이 났다. 이후에 검색해 보니 코코아파우더를 어떻게 조리하면 빨간색을 띤다고 한다. 초콜릿에서는 나무맛이 나니까 어떻게 앞뒤가 끼워 맞추어진다.
그리고 어제였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고사리를 무슨 맛으로 먹어?”
“음, 고사리맛?”
“...”
“...”
절망.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다니. 고사리를 표현하지 못하는 나는 대화를 턱턱 막고 있었다. 미안해...
고사리는 무슨 맛일까. 나는 그날 밤 오랫동안 고민했다.
10년 전에 스스로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룻밤을 온전히 할애한 것이다.
고사리는 퀴퀴한 표고버섯 같으면서, 살짝 데친 시금치 향도 섞여있는... 것 같아... 쿨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