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초름 Aug 08. 2024

취미반의 맛

두 달 전부터 도예를 배우고 있다. 오늘로써 여섯 번째 수업까지 완료. 집에서 멀리 있는 학원이라 가는데 두 시간, 오는데 두 시간. 수업은 세 시간 동안이니까 이동시간이 더 길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 아니냐며.

네 시간의 이동시간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수업을 더욱 알차게 들어야 하는 걸 알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우선 도착해서 30분 정도는 선생님과의 수다. 할 이야기가 많다. 한 주 동안 다른 수강생이 만든 작품을 구경하기도 해야 하고, 선생님네 강아지 달이도 놀아줘야 한다. 함께 수업을 신청한 유정언니가 도착하고 나면 느릿느릿 일어나 반죽을 가지러 간다. 그리고는 10분 정도는 조용히 반죽을 하다가... 오른손이 시큰거리려고 하자마자 손을 떼고 휴식 시작! 내 몸을 끔찍이도 아끼는 내 모습.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일까.

나의 손목, 너무 소중해!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마우스 따위의 얘기로 또 10분 정도를 보내고 나면 다시 반죽-휴식-반죽-휴식 반복.

어느새 시간이 절반 이상 지나가서 자리를 옮기고 물레 중심 잡기 연습을 시작한다. 그러니까, 본격적인 수다시간인 것이다. 손으로는 물레를 조몰락거리면서 입은 한 시도 쉬질 않는다. 언니와 나는 멀티태스킹의 달인이다.


나 어제 남자친구랑 싸웠잖아.

오? 난 오늘 아침에 싸우고 왔는데!


3시간의 수업(수다)이 끝난 후에도 입이 아쉬운 우리는 돈가스 집으로 가서 저번주에 각자 본 영화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그런데 돈가스가 너무 맛있는 거 있지.


"있지. 히레가스를 로스가스보다 먼저 먹는 게 좋대."

"정말? 왜?"

"히레가스는 식으면 육즙이 빨리 사라져서 맛의 차이가 크다고 하네."


그렇게 히레가스를 함께 나눠먹은 후에 로스가스를 먹는 우리. 그릇 한 판을 먼저 해치우고, 나머지 한판을 이어서 해치우려는 모습이 굉장히 협력적이다.


"조별과제 하듯이 돈가스를 먹고 있어."


그렇게 다음날이 되면 손목이나 허리는 말짱한데, 입이 아프다 입이.


어른이 되어 다니는 학원의 제 맛은 수능예상문제집을 풀 필요도, 여름방학특강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것. 심지어 숙제도 없어!

도예보다 수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건 오직 취미반의 특권이지. 암요.

이전 07화 말이 안 통하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