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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초름 Aug 09. 2024

쓸데 없는 것을 파는 일의 쓸데

쓸데없는 물건을 파는 것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치약-칫솔 같은 생필품이라거나, 식재료들(특히 달걀처럼 건강을 위해 하루 한 알 챙겨 먹기를 권하는 음식은 더욱이)은 소비자가 늘상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성능이나 유기농? 에 집중하면 절반은 성공이다. 아마 절반 이상일지도 모른다. 우리 엄마는 목초를 먹인 닭이 낳은 유기농 달걀을 지나치지 못하니까.


그러니까 장난감이나 배지, 목걸이 같은 물건을 판매하는 일은 정말 고도의 영역인 것이다.

어떠한 기준도 없이


'사고 싶어...!'


의 마음을 만들어주어야 하니까. 갖고 싶어로는 살짝 부족하다. 쓸데 있는데 쓰일 수 있었던 돈을 쓸데없는 곳에 지불하게 하는 것. 


'어려워...!'


하고 이 순간 내 책상을 두리번거려 본다. 

오, 리모컨 받침대의 받침대. 쓸데없는 것 찾았다. 

나는 책상 앞에 티비를 두고 티비와 컴퓨터에 시선을 왔다리 갔다리 거리는 걸 좋아하는데, 안 그래도 어지러운 책상에 리모컨(심지어 세 개다.)까지 중구남방이니까 생필품으로써 리모컨 받침대를 산 것이다. 그리고 몇 달 후에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알록달록한 무늬가 마음에 드는 천을 보았고, 나는 곧 리모컨 받침대의 받침대를 생각해 냈다.

쓸데없는 천의 이름이 생긴 순간이었다.

천을 파는 사람은 이 천을 무슨 용도로 만들었을까? 계산을 마친 후에 직원에게 물었다.


"이거 어디에 쓰는 용도인가요?"

"글쎄요."


판매자도 구매자도 뭘 팔고 사는지 모르는 알쏭달쏭한 상황. 판매자의 배포가 상당하다. 어딘가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천 한 조각을 세상에 등장시키다니.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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