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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름 Mar 01. 2023

사주 본 썰 푼다

사주를 믿으시나요?


저는 사주를 절대 믿지 않습니다. 않았습니다.

그 왜, 친구들이랑 재미 삼아 신년운세 보러 가도 혼자 팔짱 끼고 "아, 난 안 믿어!" 절레절레해버리는 친구 있잖아요.

그게 바로 저였습니다.


사주를 도대체 어떻게 믿는 건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됩니다.

통계적으로 어쩌고... 명리학 저쩌고...

제 성격을 기반으로 제 삶에 대해 통계를 내리는 거라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살짝이요.

예를 들자면 MBTI 같은 것!


하지만 제가 태어난 순간이 제 삶을 결정한다고요?

태어난 시간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면, 연, 월, 일, 시에 따라

60 x 60 x 60 x 60 = 12,960,000 개의 인생이 있습니다.

여기에 통계처리를 하고 싶다고 하면 적어도 100명의 기준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1,296,000,000명

다른 날, 다른 시간에 태어난 13억 명의 인생을 모아서 조사를 했어야 합니다.

수천 년 전 중국의 인구수가 13억 명이 안되는걸요.


그런데 말입니다.

글쎄 제 친구가 사주를 보러 갔는데 그 집이 정말 용하다는 거예요.

친구가 비밀 연애하는 것도 맞췄고요, 친구가 요즘 남자친구랑 독서토론을 시작했는데 '애인과 논쟁을 많이 하는구나'라고 말했대요. 그리고 회사가 잘 안 맞아서 이직 준비를 하는데 속으로 생각해 둔 회사를 맞췄다는 거예요!

심지어 31살에 인생에서 제일 잘 맞는 남자를 만나서 엄청 재미있게 살거라고까지 말했대요.


갑자기 제 심장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사주 이거... 과학 맞네.

이걸 어떻게 맞춰요 정말.

당장 강남에 가서 찾아뵙고 싶었지만 마음을 다스리고 같이 갈 친구를 모집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제 친구가 하는 말이 본인이 최근에 사주 공부를 시작했다면서 제 사주를 봐주겠다는 거예요.

친구가 말해준 제 사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역마살이 있어서 해외에 갈 팔자이느니라~

: 세상에! 제 꿈이 제가 있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것 하기 이거든요.

2. 사주에 나무가 많아서 물을 가까이 둬야 하느니라~

: 바다가 보이는 해외로 가야 하나. 섬이 제일 많다는 노르웨이?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일본?

3. 결혼을 늦게 할 팔자이느니라~

: 해외에서 젊음을 태우고 한국에 돌아와서 늦게 결혼을 해야겠어요. 영어를 잘 못해서 국제결혼은 좀... 특히 저 같은 수다쟁이는 말을 못 하면 입에 거품 물거든요.


비행기를 끊어야겠습니다. 일단 일본이 근처니까 당장 다음 달에 가야겠어요.

이번에는 후쿠오카에 갔다가 여름이 되면 삿포로에 다녀오겠습니다.

고즈넉한 카페에서 글도 조금 쓰고요. 아 행복해!


제가 사주를 맹신하는 건 절대 아니거든요.

근데~ 뭔가 해외 갔을 때 정말 좋았던 것 같긴 해요. 잘 맞았던 것 같긴 해요. 엣헴


아하, 이제야 사주를 왜 보는지 알겠습니다.

제가 도전할 수 있는 활력을 넣어주는군요!

제 운명을 맞추는 척하면서 사실은 제 운명을 이끌어가 보려는 속셈이었군요.

그렇다면 성공이고요, 환영입니다.

또 한 번 도전을 시작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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