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물원 제일 안쪽 이벤트홀에 전시되어 있는 반달곰입니다. 작년 벚꽃이 다 지는 초여름 즈음이었습니다. 봄에 한창 많았던 사람들이 사라져 수익이 줄어들자 저를 데리고 대규모 이벤트를 연 것입니다.
이벤트 제목은 “반달곰을 맞춰라!”
인간들이 왼쪽 가슴을 때리면 'Hello', 오른쪽 가슴을 때리면 'Thank you', 배꼽을 때리면 ‘I love you’를 외쳐야 했습니다. 실수로 잘못 말하거나 말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발목에 연결된 전기충격기가 동작해서 제 다리를 저리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어가 헷갈려서 배꼽을 때렸는데 ‘헬로’라고 했더니 왼쪽 종아리에 엄청나게 강한 전기충격이 오더라고요. 그날 밤 저는 밤새 제 가슴과 배꼽을 때리며 단어를 암기했습니다.
어느 날은 근육 많은 아저씨가 오더니 배꼽을 어퍼컷으로 가격했습니다. 너무 아파서 말을 못 했더니 5초가 지났을까요, 오른쪽 종아리에 더욱 강한 전기충격이 느껴졌습니다. 이후로는 아무리 세게 배를 맞아도 ‘아이 러브 유욱!’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매일을, 하루종일을 맞다가 가을이 되어 오픈된 “원숭이를 맞춰라!” 이벤트에 밀려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습니다. 반년만에 제 자리로 돌아온 저는 나무에 매달리려고 올라가다가 나무에서 툭- 떨어져...
“으아아안돼엑-!”
어라? 꿈이었어요. 아니, 꿈 맞나요? 이렇게 생생할 수가 있나요? 깜깜한 밤에 팔뚝을 쓸어보며 내가 아직 반달곰인가 인간이 되었나 확인해 보니, 다행히 사람이었습니다. 휴우. 그런데 꿈이라기에는 정말 너무 생생한 것이, 꿈속에서 아팠던 가슴과 배, 종아리가 아직도 너무 얼얼한 것이에요.
네. 그러네요. 어제 조졌던(?) 부위들이네요. 복근운동이랑 종아리스트레칭을 과하게 한다 했더니 이런 불상사가... 그런데 이상합니다. 저는 운동을 시작한 지 3주가 지났다고요. 처음이야 아플 수 있겠지만, 주 4회씩 12번을 했는데 아직도 근육통이 있는 게 이상한 것입니다.
운동을 하는 사람 모두가 매일 이런 아침을 맞이한다고요? 심지어 자면서도 아파하면서? 매일이요?
그럴 리가 없지요. 제 몸이 유별나게 적응을 못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주위에 운동하는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도 매일 아침마다 아파하면서 일어나니?
“너 맛있게 했구나”
그게 무슨?
“그 맛에 운동하는 거지. 난 아침에 안 아프면 기분이 그렇게 안 좋더라. 뻐근해야 개운해”
뻐근하다 = 개운하다,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한국말이었습니다. 눈을 떴을 때 어제 조진 부위가 뻐근하면 어제 운동을 맛있게 한 것이래요. 이 고통을 매일 느끼면서 살고 있답니다.
저는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운동이 뭐가 맛있나요. 맛있는 것은 오늘 점심으로 먹을 맘스터치 아라비아따치즈버거입니다.
3주가 더 지나면 마음이 바뀔까요? 저도 언젠가는 달달달 떨리는 허벅지를 붙잡고 “허벅지 맛있다!”를 외칠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