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무념무상

4월의 봄, 무아의 경지

by 손익분기점

4월의 중반, 일상은 야근과 음악 관련 프로젝트들로 빽빽하게 채워졌다.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함 속에서 정신없이 몰아치는 일정들을 소화하다 보니 나라는 개인의 감정을 돌볼 여유는 사치에 가까웠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 앞에서 선택한 전략은 단순했다. "그냥 해야지"라는 태도였다. 힘들다는 생각이나 보상에 대한 기대조차 접어둔 채, 그저 주어진 과업을 하나씩 삭제해 나가는 과정에만 집중했다. 이것은 회피가 아니라, 감정이 개입할 틈을 주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를 소모하지 않으려는 실질적인 생존 방식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이 항상 하셨던 말인 ‘무아의 경지’ 무아의 경지란 결국 대단한 도를 닦는 것이 아니었다. 해야 할 일과 나 사이의 거리를 없애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잡념이 끼어들 자리를 지워버리는 상태였다. 이런 무념무상의 몰입은 오히려 산더미 같은 일정 속에서 역설적인 평온함을 주기도 했다. 감성적인 위로 대신 선택한 이 건조한 성실함이 4월의 나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동력이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업무의 연속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묵묵히 쌓아 올린 음악적 기록들은 분명한 흔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비워낸 마음을 다시 채우기보다는, 지금의 이 덤덤한 상태를 유지하며 하루를 버티기 위해 골라둔 음악들로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해 보았다.

Playlist 무념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