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포크의 자부심, 뮤지션 장필순을 만나다

"서두르지 않는 선율, 장필순이 건네는 고요한 안부"

by 손익분기점

한국 대중음악사의 연대기를 기록할 때,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이름이 있습니다. 80년대 언더그라운드 포크의 서막부터 90년대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로 대변되는 정점의 순간, 그리고 현재 제주에서 들려오는 실험적인 앰비언트 사운드까지. 뮤지션 장필순은 멈춰있는 전설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현재진행형 아티스트입니다. 독보적인 허스키 보이스 뒤에 숨겨진 그녀의 치열한 음악적 고집과 그 궤적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찬란한 고독 속에서 피어난 뮤지션 장필순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Q : 안녕하세요. 장필순님 반갑니다. 먼저 채널 구독자분들께 근황과 함께 짧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장필순입니다. 올해도 벌써 1월의 중순이 넘었네요.. 2026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간의 기록 : 음악이라는 삶의 여정


Q : 1980년대 데뷔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명곡으로 대중의 곁을 지켜오셨습니다. 긴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꾸준히 음악을 기록하고 노래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 제 성격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작업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물이 저의 세상의 시간 속에 스며드는 기분이 듭니다. 그때마다 보람이랄까. 하나하나 채워가고 또 비워가고 하면서 그다음을 시작하고 하네요.


Q : 장필순이라는 이름 앞에는 '포크의 대모', '거장' 같은 수식어가 늘 따라붙습니다. 이러한 수식어들이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거나 대중 앞에 설 때 어떤 무게감으로 다가오는지 궁금합니다.

A : ^^ 제가 만든 수식어는 아니니. 그게 부담이나 불편한 무게감으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들려드릴 때마다 좀 더 진지하게(많은 뮤지션들이 그렇지만요) 그리고 깊이 있기를 바라죠. 노래라는 것이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감정과 느낌, 그리고 전달하려는 의도는 다 다르기 때문에요.


Q : '과거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가 주던 감성과, 제주에서의 삶이 녹아든 지금의 음악적 감성은 결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월이 흐르며 음악을 대하는 태도나 시선에서 가장 크게 변한 지점은 무엇일까요?

A : 제주에서의 20년.. 물론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노래를 하며 지나온 시간들 그 자체가 더 큰 변화의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늘 곁에 있는 것들이 또 한편으로는 늘 잊고, 잊히고 살게 되잖아요. 그렇게 잊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 만나게 해 준 게 아마도 제주에서의 시간들이 않았을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제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또 다른 시선을 이 섬이 발견하게 해주지 않을까 희망해 봅니다.



제주가 선사한 음악적 풍경



Q : 제주로 이주하신 지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주의 바람, 소리, 그리고 고요함이 장필순님의 음악적 언어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A : 노랫말을 생각할 때나 표현함에 있어 비유하게 되는 단어들이 나름 바뀌었다고 할까요.. 만약 서울에서(도시) 계속 살았다면 분명 지금과는 달랐을 거라 생각해요. 도시에서의 바람. 비. 햇살.. 이런 것들.. 이곳에서의 그것은 아주 다르게 느껴집니다. 뭐라고 할까.. 단순하지만 깊은, 더불어 애틋함도요. 슬프지만 따뜻한 노래를 드려드리고 싶습니다. 제주에서 발표되었던 곡들을 들으셨다면.. 답이 있지 않을까요?^^ 절제된 연주와 목소리에서 선명하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이 들려지길 희망합니다. 길을 걸을 때면 잘 닦아진 포장도로보다 숲길이나 화려하지 않지만 잔잔한 들풀 길이 오래 걸을 때 좋더라구요. 쉬어가기도 좋구요. 하하

Q : 고립과 외로움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에서, '혼자만의 시간'이 창작자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 사실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시간이겠지요. 제겐 기분 좋은 게으름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그럴 때 놓쳤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이 분명 있더라구요. 시계를 거의 보지 않아요. 약속도 많지 않지만, 오랫동안 날짜와 시간을 잊고 지내네요. 덕분에 제 매니저가 정말 고생이 많답니다.^^ 뭔가 조금이라도 서두르거나 마음이 쫓기는 상황이 되면 어지럽고 심장이 콩닥 거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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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향기로운 추억’

Q : 최근 발표하신 곡 ‘향기로운 추억’은 이전보다 훨씬 더 덤덤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번 신곡을 작업하시면서 가장 마음을 썼던 가사 한 줄이나 멜로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향기로운 추억’이라는 곡은 지금의 신곡들을 써 내려가는 데 있어 어떤 뿌리 혹은 이정표가 되어주나요?

A : 전체적으로 원곡과는 꽤 다른 색깔의 곡이 되었지요. 조동익 선배와 향기로운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처음 이곡을 썼을 때의 편곡 의도를 지향해 풀어갔고, 그 연주와 함께 저의 소리도 조화를 이루려고 했어요. 동익 선배와 앨범 작업을 오랫동안 함께 해온 것은 제겐 가장 커다란 뿌리이자 근본이 되어줍니다. 20대의 곡이 40년이 지나도 낡지 않은 노래가 되었으면 합니다.

장필순 - 향기로운 추억


Q : 조동익 음악감독님과의 오랜 음악적 파트너십은 한국 음악사의 전설적인 기록입니다. 두 분이 음악을 통해 대화하는 방식은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궁금합니다.

A :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예전에는 서로의 의견이 절충되지 않아 충돌도 많았지요. 함께 오랫동안 앨범 작업을 해오며 음악에서만이 아니라 서로가 생각하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 그 외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나니 이젠 꼭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같은 해석을 해나갈 때가 대부분입니다. 무엇보다 동익 선배의 곡 해석이 시간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저보다 훨씬 깊은 부분을 느낍니다. 동익 선배의 끈기 인내에 반해 저는 순발력이라고 할까요..^^ 서로의 다른 점이 지금은 작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Q : 요즘처럼 자극적이고 빠른 음악들이 주를 이루는 시대에, 장필순님의 음악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쉼표'가 되어줍니다. 선생님의 음악이 리스너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A : 말씀처럼 쉼표,,, 좋네요^^ 잔잔하게 늘 미소가 지어지는 삶이 제게도, 제 음악을 듣는 분들에게도.. 그런 소풍이길 바라기는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그 속도에 맞추다 보면, 쉽지 않죠. 저 역시도요.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 중에 잠시라도 벗어나 그 어느 시간, 어느 공간.. 공중그네를 타듯, 물 위에 떠있는 듯, 묘한 어지러움의 순간이었음... 그럼 어떨지요?^^


Q : 마지막으로, 장필순님의 목소리를 빌려 위로를 얻는 수많은 후배 아티스트들과 팬들에게 따뜻한 당부나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 요즘 세상은 굳이 필요치 않은 말들이 많이 떠다니는 느낌이 듭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들은 외면되구요.

그로 인해 서로 상처를 주고 또 상처받고의 반복 같은..

그저 제 노래로 위로를 얻는다 하는 기분 좋은 동료들 후배들께 감사하다 전하고 싶고,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지만.. 그 하루의 끝이 마음의 평안함으로 마무리되길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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