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너머로 전해진 진심이 음악이 되기까지”
지난 서면 인터뷰를 통해 텍스트로 인사를 나눴던 뮤지션 ‘영주’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사이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지만, 여전히 맑은 에너지와 특유의 기분 좋은 긴장감은 그대로였습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반가움도 잠시, 그녀가 들고 온 새로운 음악 이야기에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이번 신곡 '없는 엔딩'은 래퍼 TRADE L과의 신선한 협업으로 공개 직후부터 리스너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만남 이후 훌쩍 흐른 시간만큼이나, 영주의 목소리는 한층 더 단단해졌고 음악적 색채는 더욱 선명해진 느낌입니다.
새로운 신곡 ‘없는 엔딩’을 통하여 아티스트로서의 고찰과 새로운 도전을 가득 채워 돌아온 그녀. '없는 엔딩'이라는 제목처럼, 마침표 없이 계속해서 확장될 뮤지션‘영주’의 두 번째 이야기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성장과 변화
Q : 영주님 지난 인터뷰 이후 다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번 앨범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셨을 것 같은데, 요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A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작년 상반기에 ENA에서 방송한 ‘하우스 오브 걸스’ 촬영을 했고 하반기 접어들면서 드라마 ‘태원장’ 촬영과 함께 이번 앨범 준비로 정신없이 보냈네요. 지금은 이제 좀 숨 돌릴 틈이 생겨서 일상의 밸런스를 찾는 중이랍니다:)
Q : 지난 활동 때와 비교했을 때, 스스로 '아티스트 영주'로서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 이게 좋은 변화일지 나쁜 변화일지 모르겠지만, 조금 여유가 생겼달지 약간은 대책이 없어졌달지.. 그런 변화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에는 뭐든지 빈틈없이 꽉꽉 준비했었달까.. 스스로 엄청 힘을 많이 주고 있었다면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는 좀 힘이 많이 빠진? 약간은 즉흥적이라 해야 할까요? 그런 저의 모습을 좀 발견했던 것 같아요. 약간은 “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뭐” 하는 생각이 생겼달까요 하하. 근데 이게 스스로는 좀 더 맘에 드는 것 같긴 해요. 아티스트로서의 저는 너무 예민하고 뭐든지 과하게 힘이 잔뜩 들어간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 걸 좀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게 큰 변화인듯해요.
신곡 〈없는 엔딩〉과 첫 프로듀싱의 기록
Q : 이번 앨범은 처음으로 직접 음악 프로듀싱에 참여하셨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총괄 디렉터'의 입장에서 앨범을 이끌어보니 어떤 점이 가장 어렵고, 또 가장 좋았나요?
A : 사실 가장 빠르게 나왔던 곡이기도 한 데다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대로 내놓은 기분이라 더욱더 의미가 컸던 앨범이에요. 확신을 갖는 일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어쨌든 세상에 내놓았을 때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나와봐야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뭔가 “A로 할까, B로 할까?” 같은 질문들에서 저는 늘 확실하게 결정하는 편이고 번복을 잘 안 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 A로 가자!” 했다가 한 30분 뒤에 “아닌가? B인가?” 하는 식으로 혼란스러울 때가 많더라고요. 확신을 가졌다가도 의심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뭔가를 결정하고 책임을 진다는 일이 이런 거구나. 싶어서 새삼 프로듀싱이란 게 정말 쉽지 않다고 느꼈어요.
가장 좋았던 점은.. 글쎄요. 좋았던 점은 나오고 나서 알았던 것 같아요. 성취감이라 해야 할지, 뭉클함이라 해야 할지 뭔가 그동안과 또 다른, 처음 느끼는 감동을 느꼈어요. 있는 그대로의 내가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진 기분이라 해야 할까요? 한 단계 성장한 기분도 들고요. 그게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Q : 곡의 초기 스케치 단계에서 완성본이 나오기까지, 가장 공을 많이 들인 파트가 궁금합니다.
A : 아무래도 인트로이자 후렴이었어요. 보컬적으로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들리게 할지 톤의 미세한 변화나 표현과 관련한 화술이나 어택도 신경을 많이 썼고 믹스마스터 과정에서도 그 부분의 목소리와 가사가 잘 들리게 하려고 코러스나 악기와의 밸런스라던가 리버브라던가 이큐잉 등등 몇 번이나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고요(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꾸벅) 실제로 본 녹음조차 두 번을 진행했습니다… 하하
가사 부분에서도 인트로를 들으면 아시겠지만 원래 영어로 써놨던 곡이라 한국어로 어떻게 하면 내가 처음에 전하려 했던 내용을 함축시켜서 써낼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답니다.
Q : 〈없는 엔딩〉이라는 제목이 중의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사를 통해 리스너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A :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니 끝이 없어서 없는 엔딩이기도 하고 애초에 시작이 없었기 때문에 없는 엔딩이기도 해요. 핵심 메시지라… 글쎄요. 굳이 말하자면 “회피형” 혹은 “희망 중독”에 대한 서술일까요? 솔직하게 저의 경험담이기도 했고 어떤 감정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기록하듯이 쓴 곡이기도 하거든요. 보통 어떤 감정이나 관계에 이입되어 있을 때 스스로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잖아요. “리스너”라는 제 3자의 입장에서 이 가사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썼어요. 그러면서 저도 그 감정에서 많이 해방됐고요.
Q : TRADE L님과의 호흡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분의 시너지가 곡의 분위기를 어떻게 완성시켰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 아무래도 Trade L 님의 톤이 제가 정말 원하고 찾았던 무드의 톤이거든요. 트렌디하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고 묵직한 느낌의 톤이요. 애초에 스케치 과정부터 Y2K 무드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업물을 다 완성했을 때는 상상했던 그대로 나온 것 같아서 너무 기뻤어요. 싸이월드 감성이라 해야 할까요? 그건 트레이드엘 님의 피처링이 없었으면 완성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시각적 언어 : 앨범 커버와 무드
Q : 앨범 커버는 음악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첫인상이잖아요. 이번 커버 아트에 담긴 상징적 의미나, 영주님이 직접 제안했던 아이디어가 있었나요?
A : 앨범 커버 아트에는 아무래도 사진작가님께서 스케치 단계의 곡과 가사를 보시고는 커다란 레퍼런스와 영감을 기획을 해오셨고, 저는 거기서 함께 의미를 더 부여했던 작업이었어요. 이번 앨범은 약간은 중독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내용일 수 있는데요. 거기서 생각되는 느낌을 그대로 한눈에 담고 싶었어요. 파란색으로 차가운 느낌을 담았고, 눈만 비치는 라이트는 “멍” 이자 한줄기 “희망” 같은 거예요. 조금 이중적이죠. “이 아픔에서 빠져나가고 싶으면서도 스스로는 나갈 수가 없으니 차라리 부숴달라”라고 말하는 화자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은 커버 사진이었어요.
Q : 이번 신곡을 색깔이나 특정 장소(공간)에 비유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곡을 들을 때 팬들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며 감상하길 바라시나요?
A : 색깔은 파란색, 비 오는 날 차에서 들을 것 같은 모습이에요. 저는 뭔가 물속에 가만히 잠겨있는 고요한 이미지가 떠오르거든요. 저와 비슷하게 느낀다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뮤지션으로서의 내면과 향후 행보
Q : 밖에서 보는 화려한 모습 뒤에는 창작자로서의 고뇌도 많을 것 같습니다. 작업 중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영주님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A : 음.. 저의 과거 작업물을 다시 보는 편이에요. 과거 저의 영상이나 앨범에 달린 팬 분들의 댓글을 다시 읽어볼 때도 있고요. 열심히 해왔구나, 누군가는 알고 있고 기다리고 있구나라는 걸 눈으로 볼 때면 한 없이 가라앉았다 가도 결국 해낼 거라는 믿음이 생기곤 하거든요.
Q :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이 영주님의 음악 인생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 같은데, 앞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엔딩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 : 앞으로는 어쩌면 더욱더 솔직한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아마 누군가에겐 취향일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떤 종류의 음악으로 탄생하던 사람 “남영주”의 이야기를 아티스트로서 풀어나가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