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편지, 옛그리움이 건네는 이별의 미학
요즘 인터뷰를 통해 인연을 맺었던 아티스트분들로부터 반가운 발매 소식을 전해 듣는 빈도가 부쩍 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 한 명의 뮤지션이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오며 꾸준히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시금 본인만의 색깔이 가득 담긴 신곡 소식을 들고 찾아와 준 아티스트의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존경스럽습니다.
어떤 그리움은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고, 오히려 더 선명한 색을 띠곤 합니다. 담담한 목소리로 우리 마음속 깊이 표류하던 기억들을 어루만지는 싱어송라이터, 옛그리움을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 인터뷰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의 음악이 가진 특유의 온기는 여전했습니다. 오히려 이번 신곡 <우리 다시는>에서는 한층 더 깊어진 감성과 단단해진 이별의 서사를 들고 돌아왔는데요. 다시 마주한 그와 함께, 우리가 차마 다 하지 못했던 '그리움'의 뒷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 안녕하세요. 옛그리움님 지난 서면 인터뷰 이후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먼저 채널 구독자분들께 근황과 함께 짧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신곡 ‘우리 다시는’으로 돌아온 싱어송라이터 옛그리움입니다. 약 1년 만에 다시 인사드리게 되어 저도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저는 요즘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붙잡고, 그 감정에 어울리는 곡들을 하나씩 스케치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랜만의 인터뷰라 조금 떨리긴 하지만,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웃음)
근황 및 재회
Q : 지난 인터뷰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다시 한번 서면으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동안 음악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 나름 바쁘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데모로만 남겨두었던 8곡을 모아 첫 정규 앨범이자 피지컬 앨범을 발매했고, 그 외에도 여러 장의 싱글을 통해 인사를 드렸습니다. 돌아보면, 작년까지의 제 음악은 ‘그리움’이라는 틀 안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감정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그리움이라는 정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올해는 조금 다른 방향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여전히 그리움을 품고 있지만, 그 감정 그대로 곡을 쓰기보다는 ‘희망’이라는 언어로 바꿔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감정의 결이 조금 달라지는 시기를 겪고 있는 것 같지만, 스스로 고이지 않기 위해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Q : 최근에도 곡 작업을 대부분 하루 만에 끝내시는 편인가요? 여전히 혼자만의 시간에서 영감을 얻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A : 예전에는 자주 발매하지 않으면 대중에게 잊혀질지도 모른다는 조급함 때문에 하루를 통째로 써서 곡을 빠르게 완성하는 데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속도에 스스로를 맞추려 했던 시기였죠. 하지만 요즘은 한 곡을 만드는 데 훨씬 긴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급하게 마무리하기보다 충분히 숙성시키는 쪽을 택하고 있어요. 또한 최근에는 조율해야 할 것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제 세계 안에 깊이 들어가 곡을 썼다면, 지금은 그 안에만 머무르지 않으려 합니다. 제 이야기만으로는 서사가 한정적일 수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타인의 삶과 감정에서도 영감을 많이 얻으려고 합니다. 혼자만의 시간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타인의 세상을 조금 더 들여다보는 일 역시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잡아채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곡 <우리 다시는>에 대하여
Q : 신곡 <우리 다시는>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목에서부터 이별의 단호함과 깊은 여운이 동시에 느껴지는데, 이 곡을 처음 쓰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A : 요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만약에 우리’의 원작인 ‘먼 훗날 우리’를 보고 이 곡을 쓰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영화 한 편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먼 훗날 우리’가 그런 영화였고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이별의 감정에 휩쓸려 시간을 허비하거나,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사랑했던 사람과의 약속을 뒤늦게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 그리고 제가 바라던 이상적인 재회와 끝맺음까지. 이런 장면들이 제 과거의 사랑과 유사하고, 제가 바라고 있던 것들과 겹쳐져서, 영화와 제 서사를 동시에 녹여내어 곡으로 쓰게 됐습니다.
Q : 가사 중 가장 애착이 가거나, 리스너들이 꼭 집중해서 들어줬으면 하는 '한 구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 ‘나는 나보다 너를 더 사랑했었고’라는 구절에 특히 애착이 갑니다. 이 한 줄에는 이별의 아픔과 후회, 그리고 끝까지 상대를 배려하고 싶었던 마음까지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원래 이별을 겪으면 상대가 주었던 사랑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구절을 집중해서 들으신다면, 그 시절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깊이 마음을 내어주었는지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래 속 감정이 청자분들의 각자의 기억과 겹치면서, 조금 더 친절하게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구절이에요.
Q : 이전 곡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 곡에서 사운드적으로나 보컬적으로 새롭게 시도하거나 강조한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 이번 곡에서는 텔레폰 사운드를 중심으로 보컬의 느낌을 새롭게 살리고, 그동안 곡에서 잘 쓰지 않았던 기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러한 사운드 변화로 이별의 감정과 여운을 더욱 깊게 전달하는 동시에, 곡 후반부로 갈수록 커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묵직한 기타 사운드로 새롭게 표현했습니다. 이전 곡들과 비교하면, 이번 곡은 조금 더 직접적이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감정선에 특히 더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Q : 가사 중에 ‘잘 지내란 말밖에 더 해줄 게 없네’와 ‘잘 지내란 말밖에 더해줄 게 없네’라는 문장이 이중적인 의미로 배열되어 있는데, 특별히 어떤 의도로 쓰신 걸까요?
A : 이 부분은 띄어쓰기와 문장 배열만으로도 감정의 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넣었습니다. ‘잘 지내란 말밖에 더 해줄 게 없네’는 담담하지만 허전한 마음을, 반대로, ‘잘 지내란 말밖에 더해줄 게 없네’는 조금 더 적극적이면서도 상대를 위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같은 단어라도 배열과 띄어쓰기의 차이로 조금씩 달라지는 감정을 느끼며, 듣는 분들이 이별의 마음을 더 세밀하고, 깊이 있게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미완성'과 '그리움'
Q : 이번 신곡 <우리 다시는> 역시 미완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아티스트님이 생각하시는 '완성된 그리움'이란 무엇일까요?
A : 완성된 그리움은 아마 그리운 사람과의 재회겠죠. 하지만 꼭 다시 만나는 순간만을 의미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더 이상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함께했던 시간과 기억을 온전히 끌어안을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그게 저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완성된 그리움’일 것 같습니다. 물리적인 만남이 아니라, 그 사랑을 천천히 복기하며 결국 제 자신을 한 번 더 제대로 마주하게 되는 순간. 그때 비로소 미완의 그리움도 하나의 완성으로 잘 정리되어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Q : 데뷔곡 <러브레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편지', '음성 사서함' 같은 아날로그적인 소재를 활용하고 계신데, 이번 곡 작업 과정에서도 영감을 준 아날로그적인 기억이나 물건이 있었나요?
A : 텔레폰을 활용했습니다. 아날로그적인 전화기 소리는 디지털 메시지와 달리, 직접 전하지 못한 마음과 섬세한 감정의 떨림까지 전달해 주는 느낌이더라고요. 듣는 분들도 이 노래를 통해, 마치 오래된 음성 메시지를 들으며 희미해지는 마음을 함께 나누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아티스트의 삶과 태도
Q : 평소 말주변이 없는 편이라고 하셨지만, 음악으로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계십니다. '말'보다 '노래'로 소통할 때 느끼는 옛그리움님만의 해방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 저의 얘기를 한 분이라도 더 들어준다고 생각했을 때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앞선 인터뷰에서 다루었던 곡인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에 나오는 가사처럼, 제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더더욱 노래에 기대게 되었던 것 같아요. 말로 꺼내면 괜히 가벼워질까 봐 삼켜왔던 이야기들이 멜로디를 만날 때면, 비로소 숨을 쉰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노래 안에서는 조금 느려도 되고, 더 솔직해도 되고, 맘껏 투정 부려도 되니까요.(웃음) 한 분이라도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그 이야기 속에서 제 마음을 발견해 주신다면, 그 순간이 제가 노래로 느끼는 가장 큰 해방감인 것 같아요.
Q : 과거 모발 기부 등 따뜻한 행보를 보여주셨는데, 최근에 음악을 통해 혹은 일상 속에서 새롭게 실천하고 있는 자신만의 '다정함'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A : 저는 스쳐 지나간 모든 분들의 성함과 건네주신 문장들을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성함과 문장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단순한 장면이 아니라, 하나의 존재로 남겨두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거창한 나눔은 아닐지 몰라도, 쉽게 잊지 않으려는 이러한 태도가 요즘 제가 실천하고 있는 저만의 작은 ‘다정함’인 것 같습니다.
음악적으로는 비교적 최근에 발매된 ‘내일은 맑았으면 좋겠어’를 통해 제 이야기 속에서 건네는 작은 위로를 담았습니다. 노래로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기댈 곳을 제공해 주고, 그것이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제가 실천하고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다정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향후 계획 및 마무리
Q : 2026년,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리 다시는> 이후 준비 중인 프로젝트나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A : 전부터 시도해보고 싶었던 거친 느낌의 밴드 사운드 곡을 만들어 놓긴 했지만, 제가 주로 해왔던 스타일과 많이 달라서 기존 곡을 좋아해 주시는 청자분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까 봐 최대한 숙성시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편곡을 실험하며 제 음악적 폭을 넓히는 것이 2026년 저의 중요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기존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조금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사운드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곡들을 천천히 준비해보려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공연장에서 세션들과 함께 곡을 조금 더 생경하게 전달해 보는 시도도 해보고 싶습니다. 잘 다듬어진 음원은 디지털로 언제든 들으실 수 있으니까요. 고로 2026년에도 꾸준히 활동할 예정입니다.
Q : 마지막으로, 여전히 싱어송라티터 옛그리움의 음악을 기다리고 들어주시는 팬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 제 음악을 기다려주고 들어주시는 팬분들 덕분에 늘 힘을 얻으며 살아갑니다. 공연장에서 건네주시는 따스한 눈빛은 제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고, 온기 섞인 문장과 진심 어린 말 한마디 한마디는 저를 일으켜주는 큰 동력이 됩니다. 팬분들 덕에 살아 있음을 느끼기에, 언젠가는 각자의 미완의 이야기들이 잘 다듬어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진솔한 이야기로 여러분과 함께 호흡하며, 오래도록 노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