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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현 Dec 02. 2015

융합형 리더가 되자

돌파구 노트

다양한 분야의 인력들이 함께 일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잘 굴러가지는 않는다. 서로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기도 하고, 서로 무시하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등의 문제들도 자주 발생한다


과거에는 동일한 전문 분야의 인력들만이 함께 일을 했으나, 최근에는 multidisciplinary 시대가 되면서 다양한 전문 분야의 인력들이 섞여 일하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이나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잘 굴러가지는 않는다. 


흔히 나타나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첫 번째는 같은 분야의 인력끼리만 뭉치고 서로 다른 분야 간에는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논다. 다른 분야와는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다. 두 번째는 다른 분야의 인력이 일하는 업무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서로 무시하고 자주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세 번째는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왜?


왜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이론적으로는 융합형 조직이나 프로젝트가 창조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 것 같은데, 왜 실제로는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을까? 이에 대한 답을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MIT 미디어랩의 1년간의 생활을 마치고 본사로 복귀한 이후의 일이다. 미디어랩에서 새롭게 기획했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과제를 제안하였다. 어느 날 팀장님은 나를 불러 새로운 과제를 사용자 경험 랩으로 옮겨 진행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데리고 사용자 경험 랩으로 가서 디자이너들과 함께 진행하라는 것이었다. 팀장님은 이미 융합에 대한 혜안이 있으셨다. 나는 팀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용자 경험 랩으로 옮겼고 디자이너들을 더 받아들여 과제를 시작하였다. 


개발자는 디자이너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한다고 불만이었고, 디자이너는 개발자가 아이디어가 없다고 불만이었다


소프트웨어 개발, 인터랙션 디자인 그리고 비주얼 디자인 인력이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진행 과정에서 하드웨어 인력도 추가하였다. 이렇게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다양한 디자이너가 함께 하나의 과제를 구성한 것은 그 당시 연구소의 수많은 과제들 중에서 처음이었다. 과제 초기에는 미팅을 하면 개발자와 디자이너 간의 의견 차이를 좁히기가 어려웠다. 개발자는 디자이너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한다고 불만이었고, 디자이너는 개발자가 아이디어가 없다고 불만이었다. 점차 다양한 브레인스토밍 방법론이나 컨셉 빌딩 프로세스 등을 도입하여 건설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나갔고, 과제 완료 시점에서는 멋진 작품이 완성되었다. 연구소 과제 평가에서도 최고점을 받았다. 이때 함께 해준 과제원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참여한 결과였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융합형 과제는 과제원들이 서로 성격이 안 맞아서 그런 줄만 알았다


2년이 지난 후 다시 팀장님이 나를 부르셨다. 융합형 과제를 2년간 진행했는데 어땠는지를 물으셨고, 아주 성공적인 모델이었다는 답을 했다. 이후 팀장님은 바로 몇 개의 다른 개발 과제를 사용자 경험 랩으로 옮겨 융합형 과제를 늘리셨다. 하지만 그중 한 과제는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서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아 해체 후 개발 팀으로 복귀했다. 그때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다.


나는 지속적으로 융합형 과제를 진행하여 성공적인 결과들을 만들었고, 2010년 실리콘밸리에 북미UX센터를 설립하러 주재원으로 나가서도 과감하게 센터 전체를 융합형 조직으로 셋업 하였다. 센터에는 프로토타입 개발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하드웨어 개발자, 사용자 연구가, 비주얼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인터랙션 디자이너, 사업 모델 전략가 등 다양한 전문 분야 인력들을 채용하였다. 총 5개의 융합형 랩을 만들었고 3년 후 100명이 넘는 규모의 센터로 키웠다.


융합형 조직에서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바로 리더의 차이였다


총 5개의 융합형 랩 중에서 한 개의 랩은 성과를 잘 내지 못하였고, 다른 한 개의 랩은 정말 우수한 성과들을 만들어 냈다. 정말 궁금했다. 조직의 모델은 동일한데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를. 다시 본사에서 성공했던 과제와 성과를 내지 못했던 과제들을 분석해보고, 북미UX센터에서 성공한 랩과 성과를 내지 못한 랩을 비교해보았다. 해당 인력들과 면담도 해보고 나서야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리더의 차이였다. 성공한 조직의 리더들은 모두 다양한 분야의 가치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었고, 성과를 내지 못한 조직의 리더들은 자신의 한 가지 전공 분야에 대해서만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였다.

 

리더가 여러 분야의 가치를 볼 수 있는가?


'리더가 여러 분야의 가치를 볼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융합형 조직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 두 가지 서로 다른 분야의 인력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리더가 두 가지 분야의 가치를 모두 볼 수 있어야만 해당 프로젝트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한 프로젝트 내에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있다. 리더는 개발자 출신이고 디자인의 가치에 대해서 잘 모른다. 리더는 프로젝트를 개발 중심으로 끌고 가게 되고, 디자이너는 개발을 지원하는 그림 그리는 인력 정도로 간주된다. 디자이너는 불만이 커지고 대화도 잘 안 되는 상황이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디자이너 출신이고 기술의 가치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자. 리더는 디자인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고, 개발자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구현해주는 테크니션 정도로 간주된다. 개발자는 불만이 늘어나고 비전이 없는 조직을 벗어나고 싶어 진다.  


융합형 리더는 구성원이 각 분야의 가치를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첫 번째로 융합형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여러 분야의 가치를 이해하고, 각 분야 간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사용자 연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디자인의 가치를 이해하고, 기술의 가치를 존중하고,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사업 모델의 가치를 중요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구성원들에게도 각 분야의 가치를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해야 한다. 개발자는 디자인의 가치를 이해해야 하고, 디자이너는 개발의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하드웨어 인력은 소프트웨어의 유연성을 이해하고, 소프트웨어 인력은 하드웨어의 고정성을 이해해야 한다. 사용자 연구가는 사업 모델을 이해해야 하고, 사업 모델 전략가는 사업은 결국 사용자의 이해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서로 다름의 문제임을 이해하고 서로 가치를 존중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일깨우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다. 만약 구성원 중에 본인의 전문 분야 외에는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골수 인력이 있다면, 때로는 과감히 배제시키는 용기도 필요하다. 건설적인 토론과 논쟁은 꼭 필요하지만 존중 없는 무시와 싸움은 절대 금물이다.


융합형 리더의 필수 역량
1. 조직 내의 여러 분야에 대한 가치를 모두 볼 수 있어야 한다.
2. 모든 구성원들이 각 분야의 가치를 이해하고 서로 존중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분야만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여러 분야의 가치를 볼 수 있는 융합형 리더가 되자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융합형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가치를 볼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쌓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다양한 분야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다양한 가치를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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