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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현 Oct 20. 2015

연봉보다는 비전을 보라

돌파구 노트

연봉 vs 비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연봉을 최우선의 기준으로 고려하지 말라는 것이다. 후배들과 이야기해보면 대부분은 연봉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 같다. 심한 경우에는 다른 것은 하나도 보지 않고 연봉만을 선택 기준으로 잡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취업 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연봉이 아니고 회사의 비전이고 본인의 회사 내에서의 역할이다. 설령 본인의 목표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연봉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만약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본인의 최종 목표라면 회사에 취직하는 것보다는 직접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실제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공유하고자 한다. 참고로 나는 명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극단적인 예시를 많이 든다. 보통 극단적인 예시는 모호함 없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S전자에는 최연소 임원인 인도 출신의 인력(이하 M)이 있다. 최근 원형 스마트워치도 직접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도 많은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력이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미 2009년 TED에서 강연을 하면서 웨어러블 분야에서는 이름이 알려져있는 인물이었다. 당시 박사과정 학생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미래에 떠오르는 천채급 스타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 잘 나가는 인력이 어떻게 S전자에 입사하게 되었을까?


참고로, M 인력이 S전자 북미 연구조직에 입사했던 2012년 당시에는 S전자의 미국 직업 시장에서의 위상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경쟁사인 애플과의 특허 분쟁으로 인한 간접적인 마케팅 효과와 적극적인 실리콘밸리 UX 연구조직의 신설로 미국 직업 시장에서의 S전자 위상이 상승한 것은 매우 근래의 일이다. 즉, MIT의 천재급 인력이 S전자를 선택한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력이 동남아 국가 기업의 한국 소재 연구소에 입사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2006년에 MIT에서 내가 방문 연구원으로 근무를 하였는데 이때 Tangible Media라는 수업을 M 인력과 같이 들은 적이 있다. 이때 M은 유명해지기 전이었고 석사 신입생이었다. 수업에서 눈에 띄게 프로젝트 발표를 잘 했던 학생이었고, 2010년에 한 번 더 S전자와 MIT 간 조인트 워크샵에서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채용에 대한 농담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그 이후 S전자에서 실리콘밸리에 북미 UX 연구조직을 신설하는 것을 결정하면서 연구 조직 셋업과 운영을 위해 내가 주재원으로 나가게 되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연구조직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핵심인력 채용이었다. 미국에서 내가 아는 지인들은 MIT 출신들밖에는 없었고, MIT 출신들이 S전자에 올 리가 없었다. M에게도 입사 제안을 하였는데 처음에는 관심이 크지 않아 보였다.


우수한 인력일수록 연봉보다는 조직의 비전이나 본인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


먼저 실리콘밸리 인력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이력서를 검토하고 수 백 명과 면접을 진행하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우수한 인력일수록 연봉보다는 조직의 비전이나 본인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M을 채용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하였고, S전자에서 미래를 고민하고 경영진에도 쉽게 노출이 될 수 있는 새로운 팀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였다. 싱크탱크팀으로 명명하고 M에게 S전자에서 유일한 팀의 리더가 되어줄 것을 제안하였다. 동시에 싱크탱크팀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를 경영진에게 확실히 연결시켜 주겠다는 것도 약속하였다.


이때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기업 중에 하나인 G사의 미래 연구팀인 X팀에서도 M에게 오퍼를 제안한 상태였다. 나도 최대한 높게 연봉을 제안한다고 했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제안한 연봉은 G사 오퍼의 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S전자 내에서도 아무도 M이 입사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나는 G사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최고의 력들이 많기 때문에 들어가 봐야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에 불과할 것이지만, 싱크탱크팀은 S전자에서 유일하고 핵심 역할을 담당할 그 팀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M은 연봉이 아닌 비전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M은 본인의 팀이 연구한 결과를 3년 반 만에 전 세계에 직접 발표하는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고, 지금도 주도적으로 미래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또한, 최연소 임원이 되는 영예도 안게 되었다. 만약 M이 비전보다는 연봉을 선택했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상기 에피소드를 읽고 아마도 몇몇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S전자의 연봉도 높았을 테니 그렇게 선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본인에게 이런 선택권이 주어졌다고 상상해 보라. 더 세계적인 기업에서 몇 배나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데 단지 지인이 제시하는 비전만을 보고 높은 연봉과 조건을 포기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일반적으로 단 5%만 연봉이 높아도 비전이나 다른 조건 따위는 따지지도 않고 높은 연봉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연봉은 입사한 후에도 본인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얼마든지 높여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전에 따라 의미 있는 일을 할 수도 있고, 전혀 의미 없는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회사나 조직, 본인 역할에 대한 비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을 꼭 제안하고 싶다. 연봉에 대한 가중치를 1로 본다면, 비전에 대한 가중치는 10 이상으로 고려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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