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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현 Apr 11. 2021

인공지능

인공지능 기술은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아실 것 같아요. 알파고 덕분에 몸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지요. 실제로는 인공지능이 생각하는 것만큼 만능은 아니랍니다. 제가 두 번째로 인공지능을 소개하는 이유는 파급 효과가 커서이기 보다는 요즘에 인기가 너무 높아져서 입니다.


인공지능은 1950년경에 처음 등장하여 무려 70년 가까이 연구해온 분야입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연구자들이 연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일반인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수난을 겪은 기술인지 예상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사실 2005년경 딥 러닝 기술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인공지능 분야는 찬밥 신세였어요. 영상인식이나 음성인식, 문자인식 등의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기업 내 연구소에서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는 수준이었답니다. 저도 오래전에 S전자에서 인공지능으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가 싫은 소리만 잔뜩 들었던 경험이 있어요. 그러고 보면 딥 러닝 기술이 빙하기에 있던 인공지능 분야에 봄을 가져다준 셈입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분야에 또 다른 빙하기가 오기 전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요.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학습, 추리, 적응, 논증 따위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으로 전문가 시스템, 자연 언어의 이해, 음성 번역, 로봇 공학, 인공 시각, 문제 해결, 학습과 지식 획득, 인지 과학 따위에 응용한다"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즉, 인간지능을 인공적으로 모사한 기술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겠지요.


조금 더 기술적으로 들어가 보면, 인공지능은 크게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으로 구분합니다. 약한 인공지능은 정해진 특정 문제를 푸는 용도의 기술을 의미하고, 강한 인공지능은 어떤 주제이든지 상관 없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사실 최근 개발이 되고 있는 기술들은 모두 약한 인공지능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은 마치 어떤 문제든지 척척 풀 수 있는 강한 인공지능이 코앞에 다가온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우려가 됩니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분야에 또 한번의 빙하기가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에서는 약한 인공지능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 접근법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s)이고, 두번째는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그리고 마지막은 진화 연산(Evolutionary Computation)입니다.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s)은 사람이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 놓은 전문 지식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원하는 전문 지식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예요. 전문가 시스템은 70년대부터 등장했는데,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먹고사는 직업은 인공지능으로 인하여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이미 과거에도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법률과 같이 방대한 데이터에서 원하는 데이터를 찾아 의사결정 해야하는 분야가 가장 적합한 영역이었지요.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도 전문직은 아직 건재하네요. 전문가 시스템의 예를 생각해보자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텐데, 국내 전자 제품에도 처음으로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1990년 출시된 인공지능 퍼지 세탁기가 바로 전문가 시스템을 적용한 제품이었습니다. IBM이 만든 인공지능 왓슨(Watson)도 전문가 시스템의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어보면 뭐든 대답하지요. 2011년 미국의 퀴즈쇼 제퍼디에서 역대 우승자들과 대결하여 당당히 우승을 했답니다. 요즘은 금융 회사의 자문역할도 하고, 새로운 요리 레시피도 개발하고, 비서 역할도 하는 등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답니다.


인공지능 IBM 왓슨 (왓슨 사진 출처: IBM)


두번째 유형인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은 사람이 하듯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추출해 내는 기술입니다. 주로 인식 시스템에 많이 활용이 되는데, 예를 들면 사람은 고양이를 보면 고양이라고 인식하고 개를 보면 개라고 인식합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고양이와 개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에게도 "당신은 고양이와 개를 어떻게 구분합니까?"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거예요.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고양이와 개를 보면서 학습을 했기 때문에 구분을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 뇌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구분했는지는 우리도 잘 모릅니다. 이렇듯 인공지능도 학습을 시키는 겁니다. 수많은 고양이 사진과 수많은 개의 사진을 준비하여 인공지능에게 "이것은 고양이, 이것도 고양이, 이것도 고양이, 이것도 고양이, …, 이것은 개, 이것도 개, 이것도 개, …" 이렇게 학습을 시킵니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스스로 공통점을 찾아내어 모델을 만듭니다. 학습을 마치고 나면, 아무 사진이나 보여주면 인공지능이 학습한 모델을 이용하여 고양이인지 개인지를 답하게 되는 것입니다. 학습에 사용한 데이터가 얼마나 많고 다양한지에 따라서 인공지능의 성능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합니다. 학습시키지 않은 데이터는 알아보지 못합니다. 고양이와 개만 학습시켜놓고 코끼리 사진을 보여줘 봐야 코끼리를 알아볼 리가 없겠지요. 알파고도 학습 기반 인식 시스템이라고 보면 됩니다. 수많은 대국 데이터를 이용하여 학습을 시켰기 때문에 바둑만 끝내주게 잘 둡니다. 다른 건 젬병이지요. 참고로,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 봄을 가져다 주고 인공지능을 대표하는 단어처럼 사용되고 있는 딥 러닝(Deep Learning)도 기계 학습에 속하는 기술입니다.


인공지능 알파고의 역량 (동물 사진 출처: www.vop.co.kr/A00000505626.html)


세번째 유형인 진화 연산(Evolutionary Computation)은 풀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서 반복적인 컴퓨터 계산을 통해서 점차 최적해에 가까운 답을 찾아나가는 방식의 기술입니다. 보통은 풀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사전 경험이나 지식이 없는 경우에 컴퓨팅 파워를 활용하여 답을 찾는 접근 방식으로 최적화 문제를 푸는데 많이 사용합니다. 특히, 풀고자 하는 문제의 탐색 공간이 너무나 넓어서 최적해를 찾는데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에 적합한 기술입니다. 진화 연산 기술로는 대표적으로 인간의 유전자 진화 모델을 모사하여 구현한 유전자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을 포함하여 진화 프로그래밍(Evolutionary Programming), 진화 전략(Evolution Strategies), 그리고 양자 연산 개념을 접목한 양자 진화 알고리즘(Quantum-inspired Evolutionary Algorithm) 등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기 위한 핵심 기술은 컴퓨팅 파워(계산능력)와 빅 데이터입니다. 최근 인공지능이 다시 살아난 이유는 딥 러닝으로 인식 성능이 크게 높아진 것이 주요했지만, 동시에 컴퓨팅 파워가 크게 증가하고 빅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한 것도 주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컴퓨팅 파워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빅 데이터도 빠르게 쌓여갈 것이므로, 인공지능의 발전은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어요. 특히, 20~30년 후쯤 양자컴퓨터가 보편화된다면 컴퓨팅 파워에 날개를 달게 될 겁니다.


그러면 인공지능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사실 스마트 카의 자율 주행 기술도 인공지능이고, 요즘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의 지문 인식도 인공지능입니다. 페이스북에서 사진상의 얼굴 인식 기능도 인공지능이고, 휴대폰의 펜글씨 인식도 인공지능입니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요. 근 미래에는 인식률이 높아지면서 병원에서의 진단이나 금융권에서의 주식 거래 등에도 더욱 활발하게 적용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특수 목적의 인공지능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될 거예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기능에 흡수되어 사용이 될 거예요. 단지 특수 목적으로 사용되는 인공지능을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남게 될 거예요. 바둑도 잘 둘 뿐만 아니라 친구처럼 말 벗도 되어주고 회사에서는 의사 결정도 최선으로 제시해줄 수 있는 그런 범용 인공지능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인공지능이 나오려면 아마도 인공지능 분야의 빙하기 한 두 번은 더 겪어야 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지금 당장 범용 인공지능이 나와도 딱히 사용할 응용 분야가 그렇게 많지는 않답니다. 사람 같은 로봇이 나와도 응용분야가 많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인공지능 기술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인공지능도 도구에 불과합니다.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이지 도구의 문제는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사람을 잡아먹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특정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뛰어날지 몰라도 사람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은 구현이 쉽지 않을 겁니다.


#와해성기술 #인공지능 #전문가시스템 #학습 #인식시스템 #딥러닝 #진화연산 #빅데이터 #컴퓨팅파워


(참고로, 본 글은 제가 이전에 작성했던 '미래를 바꿀 요즘 뜨는 기술(1)'의 '인공지능' 내용을 업데이트한 글입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2023년 출간된 <세상을 바꿀 미래기술 12가지> 책에서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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