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는 2013년 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 연설에서 제조업의 차세대 기술로 강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게 된 기술입니다. 기술이 처음 등장한 지는 30년이 넘었답니다. 3D 프린터가 무엇이길래 제조업의 차세대 기술이라고 극찬하는 것일까요?
이제까지 제조 산업에서는 물건을 만들 때 주로 깎아서 만들어 왔습니다. 제조 회사의 공장에 들어가 보시면 온통 깎아내는 기계 밖에는 없답니다. 물건을 돌리면서 깎고, 공구를 돌리면서 깎고, 물건도 돌리고 공구도 돌리면서 깎지요. 정밀하게 만들려면 깎는 수밖에는 없었어요. 그리고, 하나의 큰 덩어리를 처음부터 깎으면 시간이 너무너무 오래 걸리고 버리는 재료도 너무 많기 때문에, 얼추 비슷한 모양의 틀로 주조하거나 눌러 찍어서 기본 모양을 만든 후, 마지막으로 원하는 모양으로 정밀하게 깎아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그런데, 3D 프린터는 깎는 것이 아니라 한 층 한 층 쌓아 올리는 적층 방식이라는 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쉽게 생각하시면 A4지에 프린트를 하는 것을 한 층이라고 생각하고, 한 장씩 높이를 높여가며 프린트하여 높이 방향으로도 쌓아가는 방식입니다.
이 시점에서 의문이 생기실 겁니다. 깎는 것과 쌓아 올리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다는 건지 말입니다. 현재 깎는 방식으로 물건을 만드는 공정은 '1. 틀 만들기, 2. 틀로 원하는 모양의 소재 만들기, 3. 깎기(정밀 가공)' 순입니다. 그런데 쌓아 올리는 방식의 공정은 '1. 3D 프린팅'이면 끝입니다. 감이 오시지요? 새로운 제품을 만들 경우에는 3D 프린팅 방식은 틀을 만들 필요가 없으니 초단기간에 제작이 가능합니다. 장비도 3D 프린터만 있으면 되지요. 또 한 가지 장점은 틀을 만들어 주조하거나 찍어낸 후 깎는 방식에서는 불가능한 형상을 적층 방식에서는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 안에 공이 들어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고 가정해 보죠. 기존의 방식으로는 내부의 공은 한 덩어리로 만들 수 있지만, 외부의 공은 반으로 나누어 만들고 내부 공을 안에 넣고 외부의 반쪽 짜리 공 두 개를 붙여야 합니다. 하지만, 3D 프린팅은 내부의 공이나 외부의 공이나 모두 반으로 나누지 않고도 공 안에 공이 든 형상으로 한 번에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어떤 형상이든 한 번에 제작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이 정도면 3D 프린터의 장점을 아시겠지요?
그런데 아직도 제조 회사들이 3D 프린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이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3D 프린팅을 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프린터에서 사용하는 재료의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사실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세 번째는 프린팅 할 수 있는 소재의 종류가 제한적이라는 것이죠.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기술 개발을 하고 있어요. 프린팅 속도가 빨라지고, 재료 가격이 낮아지고, 소재가 다양해지면 제조업이 바뀔 것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단지 언제쯤이면 기존 깎는 방식 대비 시간적, 비용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인가가 관건이지요.
그렇다면 3D 프린터 기술은 제조 회사만 관련이 있는 것이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변화가 없는 걸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큰 변화가 있을 거예요. 지금은 집집마다 프린터가 있지요. 원하면 언제든지 인쇄물을 만들 수 있어요. 책도 만들 수 있고요. 이처럼 3D 프린터도 미래에는 집집마다 보유할 수 있어요. 즉, 원하는 물건을 바로바로 개인이 직접 프린트해서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품질은 조금 떨어지겠지만요. 또한, 품질이 좋은 제품을 위해 주문 제작을 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나만의 제품을 주문 제작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은 같은 모양의 제품을 대량 생산만 하지만, 3D 프린터가 보편화된다면 다품종 소량 생산도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플라스틱 3D 프린터가 가장 보편적이지만, 석고, 금속, 모래, 고무, 심지어는 나무까지도 프린팅 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답니다. 이제 원하는 가구도 프린팅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3D 프린터 자체의 기술 발전은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3D 프린팅 시대가 머지않았습니다. 다양한 소재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음식 프린팅은 이미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들으셨을 겁니다. 예쁜 케이크를 3D 프린터에서 즉석으로 뽑는 날도 조만간 오겠지요. 최근에는 생체공학 분야에서도 3D 프린팅을 사용하여 인공 피부, 관절, 뼈, 장기 등을 만드는 데에도 활용하고 있답니다.
3D 프린팅 방식도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어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재료를 압출하여 노즐을 통해 쌓아 올리는 재료 압출(ME, Material Extrusion) 방식을 포함하여, 광경화성 재료에 레이저를 조사하여 경화시키는 광경화(PP, Photo Polymerization) 방식, 분말 소재를 한층씩 적층하고 형상 부위에 레이저를 조사하여 용융 소결시키는 분말 용융 소결(PBF, Powder Bed Fusion) 방식, 분말 소재를 한층씩 적층하고 형상 부위에 접착제를 잉크젯 프린터와 같이 분사하여 경화시키는 바인더 젯팅(Binder Jetting) 방식 등 많은 기술들이 상용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그 동안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졌던 3D 프린팅 출력물의 정밀도나 소재의 한계 등이 어느정도 해결이 되어가면서, 최근에는 3D 프린터의 출력 속도 및 양산성 확보가 확산 적용을 위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면서, 이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바인더 젯팅 방식 기술이 빠르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적용 분야도 자동차, 기계, 조선, 철도, 방산, 항공우주 등의 제조 산업에서 건축, 문화예술, 조형물, 바이오, 문화재 등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에는 3D 프린팅 기술이 적용된 비정형 커튼월이 백화점 시공에 적용되었고, 최초로 3D 프린팅 에센스 화장품이 발표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3D 프린팅 기술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2013년 미국에서 한 업체가 총기를 3D 프린팅 할 수 있는 3D 도면 파일을 인터넷에 올렸고 순식간에 1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를 받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개인이 도면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기 때문에, 나쁜 의도를 갖는 사람이 이 기술을 이용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3D 프린팅 기술이 무슨 죄가 있나요. 다 사람이 문제지요. 이러한 이슈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늘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원자력 기술이 발전소로 인류에 큰 이로움을 주고 있지만, 동시에 핵 미사일로 인류를 공포에 떨게 만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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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본 글은 제가 이전에 작성했던 '미래를 바꿀 요즘 뜨는 기술(1)'의 '3D 프린터' 내용을 업데이트한 글입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2023년 출간된 <세상을 바꿀 미래기술 12가지> 책에서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