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日1文
우리 고양이들로서는 납득하기 힘들지만 인간들은 자유를 견디지 못해서,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기 싫어서 신을 만든 것 같아. 신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면 자신들이 섬기는 주인한테 복종만 하면 되니까. 자신들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은 <신의 뜻>이 되니까. 신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종교인들이 심약한 영혼들을 마음대로 부리는 방식이기도 하지. 인간과 달리 고양이는 스스로의 행동을 책임질 줄 알고 자유를 두려워하지도 않아. 그러니까 거대한 고양이가 하늘에서 지켜본다는 상상을 할 필요가 없는 거지.
- 베르나르 베르베르 <고양이>
고양이가 주인공인 베르베르의 새 소설에 나오는 한토막이다.
고양이의 눈에 비친 종교에 대한 해석인데, 단순히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다. 소설은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기 마련이니까. 소설의 형식을 빌어 진실을 얘기하는 것에 가깝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에리히 프롬이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종교의 가르침을 표현한 한 대목이 떠오른다.
인간은 자기를 비하해야 하고, 바로 이 자기비하가 신의 힘에 의존하는 수단이라고 그(칼뱅)는 가르친다. 왜냐하면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우리 자신의 비참함을 의식하는 데에서 생겨나는 불안만큼 우리로 하여금 주님을 믿고 의지하게 만드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 1권의 절반 정도를 읽고 있는데, 오랜만에 소설의 재미에 빠져들고 있다^^